대만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샤오롱바오(소룡포)를 꼽습니다. 세상이 좋아져 이제 한국에서도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를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본토에서 먹는 맛은 다릅니다. 여행 초반, 융캉제에 있는 딘 타이 펑 본점을 지나치며 건물 앞에 모여든 인파에 본토 샤오롱바오를 즐겨 보겠다는 꿈을 접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 샤오롱바오로 유명한 다른 식당을 찾았습니다. 몇몇 이들에 의해 딘 타이 펑의 수많은 라이벌 중 하나로 불리는 덴수이러우(點水樓)입니다. 마침 숙소 근처인 타이베이 메인역 주변에 있어 쉽게 찾아갔습니다.
덴수이 러우는 샤오롱바오와 볶음밥 등이 유명한 대만 중식 레스토랑으로 타이베이는 물론 대만 전역에 분점이 있는 유명 레스토랑입니다. 딘 타이 펑에서 흔히 드시는 샤오롱바오와 볶음밥이 이곳에도 있으니 줄 서기는 싫은데 샤오롱 바오 맛은 보고 싶은 분들에게 좋겠습니다. 타이베이 메인역 인근에 있던 지점은 저녁 시간이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인 방문객도 제법 많은지 메뉴판에 반가운 한국어도 보입니다. 역시나 기대했던 샤오롱바오를 주문했고 역시 인기 있다는 새우 볶음밥을 함께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샤오롱바오 10개가 200 타이완 달러, 새우 볶음밥이 280 타이완 달러로 딘 타이펑과 비슷한 선입니다.
실내는 전형적인 중식당 인테리어,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의 저녁 식사 장소로 인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항상 붐비는 딘 타이 펑에 비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았고, 직원들도 그만큼 여유가 있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을 받았습니다. 둘 다 먹어보고 싶은 맘에 주문했는데 이렇게 보니 혼자 먹기에는 꽤 푸짐해 보이네요. 딘 타이 펑은 샤오롱 바오를 5개 단위로 판매해 혼자 식사하기 좋았는데 이곳은 열 개 단위로만 판매하네요.
대만에서 처음 맛보는 샤오롱바오,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사진을 찍고 설명에 있는대로 맛을 보았습니다. 만두피를 찢어 육즙을 먼저 마시고 생강과 간장을 올려 남은 만두를 먹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소문 그리고 기대와 달리 만두피가 눅눅하고 육즙도 많지 않더라고요. 흘러나온 육즙이 무척 고소해서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만두소 역시 충실했지만 기대 그리고 소문만큼의 맛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오롱바오가 이런 맛인가, 라는 생각을 했죠. 후에 결국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도 먹었는데, 딘 타이 펑이 정말 맛있는 것이었습니다.
큼지막한 새우를 푸짐하게 올린 새우 볶음밥은 눈에 보이는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상상하는 그 맛 그대로입니다. 특별히 맛있지도 않지만 기본은 충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새우보단 고기 덮밥이 더 좋더군요. 샤오롱바오 열 개와 볶음밥을 먹으니 이대로 여행이 끝나도 좋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든든하고 행복해집니다. 맛있습니다, 이 곳 역시 분명히 맛있는 집입니다.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딘 타이 펑과 비교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받은 계산서의 가격은 약 530 타이완 달러, 한화로 2만원이 좀 넘는 가격입니다. 한 사람이 먹기에는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사실 그 양이 두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특별히 비싼 곳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점포 그리고 재료 상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값이면 저는 줄을 좀 서더라도 딘 타이 펑에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즐거웠지만, 어딘가 아쉬웠던 여행지에서의 '혼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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