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 저녁도 거르고 샹샨의 야경을 보느라 밤이 깊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일찍 문을 닫은 열두 시,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 심야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맘에 쏙 드는 곳을 한 곳 발견했습니다. 메뉴가 다름 아닌 제가 좋아하는 훠궈, 야간 산행에 으슬으슬해진 몸을 녹이는 데에도, 대만에서의 마지막 만찬으로도 제격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중국식 훠궈 레스토랑 딩왕마라궈(鼎王麻辣鍋). 후에 들어보니 대만 공연을 온 한국 가수들도 자주 찾는 유명 식당이라고 합니다.


- 정말이지 샹샨의 야경은 아름다웠습니다. -



딩왕마라궈(鼎王麻辣鍋)의 매력은 심야영업, 점심시간인 11:30분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영업합니다. 열두시만 되면 고요해지는 타이베이에선 여행지의 밤을 달랠 수 있는 보석같은 곳입니다. 음식맛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밤에 저를 이렇게 맞아주는 식당이 있다는 것이 반갑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 곳은 야식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시거나 시간 여유를 두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 날 저 도 사십분쯤 기다리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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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복판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습니다. 지하철 송장난징(松江南京) 역이 가깝습니다. 대로와 가까워 인접한 버스 정류장도 있으니 노선 확인하시고 가시면 걷는 수고를 덜 수 있겠네요. 저는 숙소와 도보로 약 15분 거리라 소화시킬 겸 슬슬 걸어 갔습니다.



실내 인테리어에서는 중화권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테이블과 실내 장식들이 고급스러운 편입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이런 것이 반갑다기보단 '이 식당 비싸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첫 날 저녁 식사를 했던 쥐 훠궈(Gigou)보다는 가격대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다만 단체 식사로서는 매우 좋은 분위기에 밥이 무한 제공이라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신다면 한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



훠궈를 즐길 기본 육수를 선택하고 고기, 채소 등을 추가로 주문하는 방식입니다. 세트메뉴가 따로 준비돼 있지 않아 저처럼 혼자 식사를 하는 분은 메뉴 선택에 조금 고민이 있겠습니다. 메뉴 종류가 너무 많아 메뉴판을 한참 봐야 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평소 좋아하는 빨간 마라탕과 백탕, 백탕은 배추와 토마토 등이 들어가서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납니다. 홍탕은 역시나 그 얼큰하고 독특한 향이 나는 홍탕인데, 정통 중국식에 가까워 제가 먹기는 조금 강했습니다. 쥐 훠궈의 홍탕이 일본풍으로 맑은 느낌이었던 것과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채소 세트는 이렇게 담겨 나옵니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편입니다. 다만 혼자 먹기에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후에 보니 백탕 안에 배추가 제법 푸짐하게 들어 있어 별도 주문한 채소는 다 먹지 못했습니다. 혼자 여행하면 이런 것이 가장 불리합니다. 쓸 데 없이 푸짐하게 먹어야 하는 것 말이죠.



고기는 삼겹...! 살을 시켰습니다. 고소한 지방 부위가 많이 포함된 것들로 썰어져 나오는데, 비계를 좋아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불만족이었습니다.

고기 추가 가격이 대략 한화로 만원 중반대로 기억하는데, 쥐 훠궈에 비해 확실히 높은 가격입니다. 대신 2인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은 푸짐하더군요.



앞서 다양한 불만 사항에도 딩왕마라궈가 좋았던 것이 하나 있었다면 밥이 무제한이었던 것. 소스를 만드는 바에 아예 밥솥을 놓아 마음껏 퍼다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얼큰한 마라탕에 공기밥 생각이 간절했던 여행 첫날이 떠올라 이렇게 꼭꼭 눌러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만큼 두 그릇을 더 먹었습니다. 종일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혼자 가시면 굳이 추가 채소와 사이드 메뉴를 많이 주문할 필요가 없는 것이, 기본 주문하는 마라탕에는 선지와 두부가, 백탕에는 배추와 토마토 등의 채소가 제법 푸짐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주문한 채소를 먹지 않고 선지와 배추 그리고 고기만 먹어도 배가 부르더군요. 밥도 무제한이니 욕심 부리지 않으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저는 마지막 만찬이라는 것에 욕심을 부려 4만원에 가까운 엄청난 식대를 지불하고야 말았습니다.


사실 이 곳은 쥐 훠궈에 비해 만족도가 낮고, 제 주문도 서툴러 만족보다는 후회쪽에 가깝습니다만, 이 깊은 밤에 제 몸을 녹여주고, 혼자 만찬을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 합니다. 사실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 두세명과 함께 방문한다면 푸짐하고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 식사를 마치고 걷는 타이베이 거리는 사람 하나 없이 텅 비어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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