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타이베이 여행은 먹는 얘기가 절반인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 도시를 '3박 4일이면 충분히 다 볼 수 있는 도시'라고 소개했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3박 4일이면 기껏해야 열다섯끼 정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곳의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만으로도 3박 4일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일주일 여행도 아쉽게 느껴졌으니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레스토랑 역시 타이베이를 찾는 한국 관광객에게 무척 유명한 곳입니다. 들어보니 '꽃보다 할배'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타이베이 시내에도 여러곳의 매장이 있는 즉석 철판구이 레스토랑 카렌(Karen)입니다.



http://www.karenteppanyaki.com


No. 300, Section 3, Zhongxiao E Rd,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중샤오푸싱역 퍼시픽 소고 백화점 지하 식품관 내


영업시간 11:00 - 21:00


바 형태의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주방장이 즉석에서 만드는 철판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특성상 점포 규모가 크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하기에 좋습니다. 저는 지우펀에 다녀온 날 중샤오푸싱역의 퍼시픽 소고 백화점에 있는 분점을 찾았습니다.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 있어 언제나 사람이 많습니다. 중샤오푸싱 역에서 버스를 타고 지우펀 투어를 다녀오시는 분들이 많으니 복귀 후 저녁 식사로 카렌이나 조금 떨어진 키키 레스토랑을 찾으면 좋은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레스토랑이라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간 곳은 메뉴판에도 한글이 있었습니다.



즉석 철판구이 요리는 그야말로 '뭐든지 구워먹을 수 있는 것'이 매력입니다. 고기와 해산물, 채소까지 다양한 식재료를 즉석에서 조리해 놓아주는데 눈과 입이 모두 즐겁습니다. 찰판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 앞에 저마다 다른 음식들이 놓여 있습니다.


주로 고기와 채소볶음 또는 해산물과 채소볶음으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주문하시더군요. 해산물보다 고기를 좋아하는 저는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생선살, 대하 두마리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화 기준 2만원대였습니다. 종일 비가 내린 지우펀에서 밥도 굶고 고생한 제게 주는 작은 위로였습니다.



카렌의 매력은 역시나 즉석에서 조리되는 철판 요리를 감상하는 즐거움입니다. '아 저게 내가 곧 먹을 것이로구나'라는 기대감과 가끔 솟아오르는 불 쇼, 고기와 채소가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 그리고 입 안에 들어온 음식의 맛과 향이 더해지며 그야말로 황홀한 시간이 이어집니다. 혼자 식사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다들 식사를 하시며 철판 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세트 메뉴에는 당연히 밥이 포함됩니다. 저같은 대식가들을 위해서인지 밥은 100 타이완달러, 한국돈 약 500원으로 저렴하게 판매됩니다. 갓 조리한 철판구이와 흰 밥의 조합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날 저는 총 세그릇의 밥을 먹었습니다. 밥맛이야 한국과 다를 것이 없으니 대만에서 잠시 고향의 맛(?)을 느끼기도 했고요.



요란한 철판구이 소리가 울린 후 제 앞에 주문한 메뉴가 놓였습니다. 소스를 올린 안심 스테이크는 양이 꽤 푸짐해 보입니다. 이런 반찬이라면 밥을 한 솥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뉴는 조리하자마자 놓이기 때문에 한번에 나오지 않고 순차적으로 먹게 됩니다. 모든 메뉴에는 볶은 숙주 등의 간단한 채소요리와 미역국이 기본 제공됩니다. 숙주를 무척 좋아하는데 숨이 살짝 죽은 갓 볶은 숙주의 맛은 정말 탁월하더군요.



안심 스테이크에는 구운 마늘을 올려 향과 맛을 더했습니다. 소스는 단맛이 나는 일반 스테이크 소스인데, 제 입맛에는 소스 없이 고기만 있는 편이 좋더군요. 세트 가격이 2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고기양을 보면 후회가 없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생선살과 새우 두 마리가 더 나오니까요.



고기맛에 반해 한창 식사를 하던 중 남은 세트메뉴인 생선살과 대하 구이가 나왔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메뉴입니다. '해산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철판구이라면 환영이다'라고 생각한 저는 이 정도가 딱 좋더군요. 섬나라인만큼 해산물의 품질이 좋아 보였습니다. 대하는 이름에서 기대한 것만큼 크지 않았지만 신선함 덕분인지 살에서 단맛이 나더군요. 생선구이는 역시 담백합니다.



이렇게 주문한 메뉴를 한 상 가득 받고 나니 비오는 지우펀에서 종일 떨며 보낸 하루를 보상받는 것 같습니다. 



이날 이곳을 찾아온 제 선택이 탁월했다며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은 저는 번역기를 통해 '밥'이란 말을 익히고 두 그릇의 밥을 더 주문했습니다. 호텔 조식 이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했던 하루치 식사를 한번에 몰아서 한 셈입니다.




한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한 해외 유명 레스토랑의 경우 막상 방문하면 맛과 가격 서비스 등에서 기대 이하의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타이베이에서는 대부분 그 이름만큼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곳은 본토 식당의 맛과 분위기를, 가격이 비싼 식당은 그만큼 우월한 맛과 재료, 분위기로 떠나온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줬고요.


이미 무척 유명한 곳이지만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맛과 향, 소리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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