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지난 타이베이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로 이 호텔을 꼽습니다. 먹는 것은 몰라도 숙소에는 제법 신경을 쓰는 편인데, 제대로 쉬어야 종일 도시를 걸어다닐 힘이 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여행을 일주일 여 앞두고 '아 맞다 나 대만 가지'라며 뒤늦게 급히 알아본 숙소, 아쉽게도 타이베이는 물가에 비해 숙박비가 비싼 도시였고 마침 준성수기에 속하는 정월 대보름이 끼어 숙소 수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 눈에 띈 것이 바로 이 곳, 타이베이 중앙역의 포시패커 호텔입니다. 여행을 앞두고 대만 여행으로 유명한 카페에 가입했는데, 이미 다녀온 분들이 많이들 추천하시더라고요.





No. 39號, Section 1, Chongqing S R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0



이 숙소가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제 대만 여행의 첫번째 숙소라는 것이 첫번째 그리고 난생처음 1인실과 공동 화장실, 욕실을 이용해 보았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중 70% 가량이 '화장실'에 있는만큼 공동 화장실과 욕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여행하는 제게 1인실의 저렴한 가격이 포기할 수 없을만큼 매력적이었고 위치 역시 타이베이 메인역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기를 보니 비슷한 소규모 호텔 중 비교적 최근에 지어져 시설면에서도 우위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예약했습니다. 1박에 조식 포함 3만원대 후반의 가격. 물론 주말에는 가격이 만원 넘게 올라 주중 5일만 묵었습니다.



- 1인실의 가격은 하루 약 4만원이었습니다 -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신광 미츠코시 백화점쪽 출구로 나와 길 건너에 보이는 맥도널드 쪽 골목에 진입하면 포시패커 호텔로 가는 것은 절반쯤 성공입니다. 그 후엔 구글맵을 따라 골목길을 몇 번 꺾으면 사거리 모서리에 있는 포시패커 호텔을 찾을 수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호텔이고 1층에 커다랗게 간판이 있으니 근처에 가시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길 건너 화난 은행과 first bank 등 큰 건물이 늘어서 있으니 참고하세요.




1층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면 간단한 안내사항과 함께 카드키를 줍니다. 7층까지 건물 전체가 호텔이라 유흥가나 식당 등의 방문 손님없는 점도 장점이 되겠네요. 2층과 6층은 각각 남/여성 전용 층이니 원하시면 예약시 주문을 하면 더 좋겠습니다. 치안이 좋은 편인 대만은 여성분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여성 전용칸이 있는 호텔은 그런 분들께 분명 참고할만한 사항이 아닐까요. 각 층은 해당 층의 카드키를 태그 해야만 입장이 되도록 유리문으로 잠겨 있습니다.



밤낮으로 항상 어두운 포시패커 호텔의 복도. 방이 작고 복도가 좁기 때문에 방음 면에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만 어차피 1인실에서 별다른 소음이 들릴 리 만무하고 옆방 코골이 소리 정도는 잘 들리지 않을 만큼의 기본 방음은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옆방에 피해를 주지 않게끔 TV 음량은 침대 옆에 걸려 있는 헤드폰을 통해 듣게끔 되어 있습니다.




제가 묵은 5층의 1인실입니다. 그래도 살겠다고(?) 삼천원 가량을 더 지불하고 창문이 있는 방을 선택했습니다. 1인실 답게 실내는 매우 좁습니다.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가 객실 내부의 약 60%를 차지하며 그 옆으로 짐을 세울 수 있는 좁은 공간과 거울, 테이블이 있습니다. 테이블 아래는 냉장고가 있고요.


방은 무척 좁지만 룸 컨디션에 있어서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침구 역시 낡거나 때가 탄 것 없이 깨끗했고 매일 수건과 물 한 병이 제공되는 것도 가격 생각하면 만족스러웠고요. 다만 일반적인 호텔의 서비스를 기대하면 역시나 실망하게 됩니다. 청소 상태가 다소 부족해 방 모서리에 먼지가 남아 있거나 간혹 머리카락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뭐 저야 남자인지라 툭툭 털면 그만이지만 위생에 민감하신 분들은 참고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포시패커와 비슷한 소형 호텔과 비교하면 이게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더군요.


어쨌든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렇게 작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좁은 1인실에서는 짐을 풀어 진열하는 것은 사치입니다. 바닥에서 캐리어를 펼 공간조차 마땅치 않은 작은 객실이니까요. 간단한 휴대품은 침대맡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이 최선이고 서서 할 것도 없습니다. TV를 보거나 간식을 먹는 것, 찍은 사진을 감상하거나 다음날 일정을 짜는 것 역시 대부분 침대에 누워서 이뤄집니다. 아래 두 사진은 1인실의 작은 침대에 몸을 뉘였을 때 보이는 것들입니다. 몇발짝 앞에 출입문이 보이고 벽에는 작은 TV 가 걸려 있습니다. 왼손을 뻗으면 닿을 위치에는 TV 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헤드폰 그리고 충전을 위한 AC 전원 둘, 그리고 객실 내부 조명 스위치가 있습니다. 몸을 일으킬 필요 없이 대부분이 누운채로 가능한 것이 작은 객실의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


포시패커 호텔 이후 묵은 메이 스테이 호텔에서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창문이 없는 방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다녀와서 지인들에게 돈을 더 주더라도 꼭 창문이 있는 방을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밖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 답답한 것인지 그때 처음 알게 됐습니다. 포시패커 호텔 역시 가격에 따라 창문 유무와 룸 크기가 나뉩니다. 가급적 창문 있는 방을 추천합니다. 머리맡에 트인 작은 창 밖으로 타이베이의 야경 조각을 감상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포시패커 호텔에 체크인할 때 몇가지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처음 입실할 때 1000 타이완 달러를 디파짓으로 맡겨야 하며 녹색 티켓을 받아 체크아웃 때 돌려받게 됩니다. 작고 저렴한 호텔이지만 객실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묵는 날짜 수에 맞춰 조식 쿠폰을 줍니다. 3만원 대 호텔에 조식까지 준다는 것이 재미있으면서 기대도 됩니다. 물론 애초에 유럽식 뷔페를 기대하진 않습니다만.




아침 일곱시 삼십분부터 열시까지 1층의 포시패커 카페에서 조식 쿠폰을 내면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줍니다. 실속 조식인데 호텔 가격을 생각하면 왠지 공짜로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별 것 아니더라도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면 고픈 배로 호텔을 나서는 것보다 훨씬 나은 기분입니다. 샌드위치도 참치, 야채, 닭가슴살 등 매일 바뀌더라고요. 혼자 여행하는 분들께는 소박하지만 충분한 아침 식사입니다.




위 사진 세장은 남성용 공용 화장실과 욕실 풍경입니다. 여성과 남성 욕실이 분리되어 있습니다. 남성용은 3층, 여성용은 5층입니다. 사진은 마침 아무도 없을 때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찍었습니다. 공용 세면대가 있고 샤워실은 분리되어 있어 생각보다 그리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공중 목욕탕처럼 같이 씻어야 하는 줄 알고 제가 너무 겁을 먹었나 봅니다. 별도의 어메니티가 없는 대신 욕실에는 빗과 면도기가 구비되어 있어 매일 새것을 쓸 수 있습니다.


공용 욕실이지만 공간이 잘 분리되어 있어 아침 일찍 그리고 밤 늦게 이용할 때도 다른 투숙객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 장점입니다. 다만 제가 묵는 5층에 여성 화장실이 있어 종종 복도에서 여성 투숙객을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이 여성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어엿한 지하에는 라운지도 있습니다. 테이블과 소파가 있어 좁은 객실이 답답할 때 이 곳에서 TV를 보거나 차를 마시며 쉴 수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다른 여행객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안쪽에는 락커가 있는데 오전 체크아웃 후 공항 가기 전까지 짐을 맡겨둘 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렴하지만 여행자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을 잘 갖춰놓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저역시 두번째 호텔로 이동하기 전 유용하게 활용했고요.





저렴한 가격과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설, 타이베이 메인역에 인접한 지리적 장점 등 포시패커 호텔은 혼자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중인 분들의 경비를 가볍게 해 줄 좋은 숙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텔'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지만 저 혼자 묵는다면 이만큼 좋은 숙소도 없다 싶은 곳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깔끔한 시설. 이 둘만으로도 추천할만한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타이베이 여행을 '혼자'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 타이베이 (Taipei)

2016년 여행의 시작, 타이페이 여행 카운트다운

#0 타이페이 여행의 시작- 유독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부족한 준비 때문일까?

#0.5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년 겨울의 타이페이

#1 출발, 타이베이 - 수월한 여행을 위한 준비해야 할 것들 (통신, 교통, 숙소)

#2 대만에서의 첫번째 만찬, 타이베이 훠궈 쥐(聚)

#3 나홀로 타이베이 여행자를 위한 숙소 추천, 포시패커 호텔 (Poshpacker hotel)

#4 저렴한 가격 빼고는 추천하지 않는 타이베이 메이스테이 호텔 (Meistay hotel)

#5 대만을 지탱하는 정신,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6 타이베이에서 가장 맛있는 거리, 융캉제(永康街)

#7 대만 현지에서 즐기는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 (타이베이 딘 타이 펑)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DISQUS 로드 중…
댓글 로드 중…

트랙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URL을 배껴둬서 트랙백을 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