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제가 즐겁게 여행하고 와서 더 그렇겠지만 타이베이는 겨울, 그 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에 맞춰 여행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 여행은 체력 소모가 대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날씨가 선선한 12월부터 2월의 겨울철이 여행하기 좋습니다. 다만 겨울철엔 흐린 날이 많고 간간히 비도 내린다는 것을 유의해야합니다. 실제로 2월 말 제가 타이베이에 있는 동안 일주일 내내 비가 왔습니다. 마지막 날 하루 날이 화창하게 갠 덕분에 해 한 번 못보고 돌아오는 불운은 벗었지만 날씨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은 여행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만 사람들에게 정월대보름은 무척 특별한 명절입니다. 설이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새해를 시작하는 축제와 행사들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명절이라 대만인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에게도 반가운 시기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대만 최대 축제 중 하나인 대만/타이베이 등축제, 스펀의 천등 축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월대보름 혹은 그 시즌에 맞춰 축제가 개최되기 때문에 대만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이 시기를 노리시면 조금 더 즐거운 대만 여행이 될 것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타이완 등불 축제(Taiwan Lantern Festival)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대만 전역에서 기차와 비행기 등을 타고 사람들이 모이는 최대 축제 중 하나입니다.


#8 대만 최고/최대의 축제, 2016 타이완 등불축제의 기록


이와 함께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타이베이 등불 축제(Taipei Lantern Festival)이 개최됩니다. 규모는 대만 등불 축제보다 작지만 이 역시 한국의 연등 축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대규모입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열리는 축제라 관광객이 쉽게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되겠네요.



운 좋게도 정월 대보름 시즌에 타이베이에 있었던 저는 대만 등불 축제와 타이베이 등불 축제 둘을 모두 방문했습니다. 사실 전시된 연등의 종류나 축제 분위기가 큰 차이가 없어 굳이 두 곳 모두 방문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리고 제법 긴 타이베이의 겨울밤이 아쉽다면 지하철을 타고 훌쩍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해마다 개최되는 타이베이 등불 축제는 매년 장소가 변경되니 홈페이지 등의 정보를 참고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지난 겨울 제가 즐기고 온 2016 타이베이 등불 축제는 위안샨(圆山, Yuanshan)역과 연결된 타이베이 엑스포 공원 (Taipei Expo Park)에서 열렸습니다. 지하철 역과 인접해 있어 찾아가기도 쉽고 밤늦게까지 연등을 하나하나 훑고 오기에도 좋았습니다. 이 날 저는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출발해 8시부터 11시까지 긴 시간동안 이 축제를 즐겼습니다. 워낙에 치안이 좋은 도시라 늦은 시각까지 다녀도 부담이 없더군요. 물론 그만큼 볼거리가 많기도 했습니다.



지하철 역을 나서기도 전, 그러니까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떠들썩한 소리가 플랫폼에 가득합니다. 타이베이 그리고 대만 사람들이 평소 무척 조용한 편이라 더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지하철 역에 가득한 인파에 밀려 출구에 나서니 왼쪽으로 형형색색 아찔한 풍경이 한창입니다. 입구로 이어지는 길에 사람이 가득해 빨려들어가듯 축제장에 들어섰습니다. 


후에 지도에서 보니 타이베이 엑스포 공원 역시 도심에 있는 공원치고 상당한 규모더군요. 이 넓은 공원을 등불로 가득 채웠으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날 약 세시간동안 축제를 감상했는데 나름 발걸음을 재촉했음에도 구석까지 모든 등불을 다 훑어 보기에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막판에는 스치듯 등불을 감상하고 난 후에야 먹거리 가득한 야시장을 발견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 가끔 소규모 연등 축제만 보던 제게 대규모 연등 축제는 그 등불만으로도 밤을 잊을만큼 화려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축제를 가도 중앙 무대의 공연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손님입니다. 행운과 복의 상징인 붉은 색으로 멋을 낸 무대 위에서는 가수들의 노래와 연주가 이어집니다. 제법 유명한 가수인지 무대 앞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이름모를 가수의 노랫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저는 2016년 타이베이 등불 축제 현장으로 힘차게 입장합니다.


2016년 병신년 (丙申年)을 기념하는 원숭이 연등


올해 2016년은 병신년, 원숭이의 해였습니다. 제가 축제를 갔던 당시가 2월 정월 대보름이었으니 이제 막 '원숭이의 해'를 맞아 들뜬 분위기가 가득할 수 밖에 없었죠. 타이베이 등불 축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던 것 역시 원숭이를 형상화한 연등이었습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손오공 원숭이의 형태부터 캐릭터 형태로 만든 귀여운 원숭이 연등까지, 서로다른 원숭이 등의 모습들을 찾아다니는 것만 해도 꽤나 큰 재미였습니다.



겨울밤을 환히 밝히는 신화 속 주인공들


원숭이 다음으로 많이 보였던 것은 그들의 역사 속에 있는 신화 혹은 설화를 형상화 한 연등과 불교 색채가 진하게 담긴 연등이비다. 아무래도 연등 자체가 종교와 적잖은 연결 고리가 있는만큼, 불교 그리고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신의 형태로 만들어진 연등들이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들


그 외에도 우리에게도 익숙한 서양의 명화라던가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리고 아마도 최근 대만의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캐릭터 형태의 연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전세계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인 미니언즈는 대만에서도 그 인기가 상당한지 상당한 수의 연등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가족과 함께 축제를 찾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인기가 최고였죠.




타이베이 101 타워 앞에 있는 랜드마크 LOVE 조형물 역시 연등으로 만들어져 축제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 연등 옆에는 제목과 제작자들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이 만든 연등들이 특히 인상적이더군요. 솜씨가 대단합니다.



축제를 즐기는 타이베이 사람들


타오위안에서 개최된 대만 등축제에 비해 타이베이 등불 축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가족 단위로 축제장을 찾은 타이베이 시민들입니다. 연등들은 특히 아이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의 사진을 찍는 부모님의 흐뭇한 표정도 축제의 볼거리였습니다. 조용한 타이베이 시민들도 축제에서는 꽤나 들떴는지 제법 큰 목소리, 웃음소리를 내며 즐겼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전시된 연등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던 저도 점점 이 곳을 찾은 사람들의 환한 표정을 담게 되더군요. 멋진 거리의 연주를 선보인 사나이까지. 축제장 안쪽까지 제법 깊이 들어가니 입구에 있는 대형 무대의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고 피리 소리만이 겨울밤을 채워 꽤 운치 있었습니다. 눈 앞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 등불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축제에 온 것처럼 화려했습니다. 이 날이 이들에겐 크리스마스 못지 않은 축제 시즌이었겠죠.



축제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축제장 한켠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즉석에서 실을 꼬아 멋진 작품들을 만드는데, 하나같이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이 역시 일년간 기다린 축제를 즐기는 타이베이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여행지에서 캐리커쳐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저도 이 곳에서 캐리커쳐 하나를 그려볼까 생각했습니다만 집집마다 사람이 가득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축제까지는 일년을 기다려야 해


그렇게 세시간동안 등불 가득한 타이베이 엑스포 공원을, 축제장 주변에 늘어선 예술가들의 모습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제의 먹거리를 즐겼습니다. 열심히 걷느라 잊었던 피곤이 몰려온 늦은 밤, 한바탕 축제를 즐기고 먹거리 앞에 모여든 사람들을 보니 낯선이로 와서 축제의 일원이 된 것 같아 어딘가 뿌듯해집니다. 거리에서, 지하철과 식당에서 무척이나 조용해서 몰랐지만 이 곳 사람들 역시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치 '오늘 즐기지 않으면 다음 등불 축제까지 일 년을 기다려야 해'라는 생각들이 말풍선으로 한명 한명 머리 위에 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 밤이었습니다.


이제 몇달 후, 2017년 타이베이 등불 축제에도 이만큼 멋진 등불이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겠죠?

그 때도 제가 그 자리에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 타이베이 (Taipei)

2016년 여행의 시작, 타이페이 여행 카운트다운

#0 타이페이 여행의 시작- 유독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부족한 준비 때문일까?

#0.5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년 겨울의 타이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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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홀로 타이베이 여행자를 위한 숙소 추천, 포시패커 호텔 (Poshpacker hotel)

#4 저렴한 가격 빼고는 추천하지 않는 타이베이 메이스테이 호텔 (Meistay hotel)

#5 대만을 지탱하는 정신,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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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만 현지에서 즐기는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 (타이베이 딘 타이 펑)

#11 공짜로 감상하는 타이베이 전망대, 샹산(象山)의 야경

#12 낯선 도시 그리고 기차 여행, 대만 핑시선 여행 - 1. 고양이 마을 허우통(侯硐)

#13 낯선 도시 그리고 기차 여행, 대만 핑시선 여행 - 2. 천등 거리 스펀(十分)

#14 낯선 도시 그리고 기차 여행, 대만 핑시선 여행 - 3. 대나무 마을 징통(菁桐)

#15 실력자의 우육면, 타이베이 홍사부면식잔(洪師父麵食棧)

#16 타이베이 등불 축제 2016 - 타이베이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정월 대보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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