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여행은 그들의 말처럼 특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히려 그쪽이 더 매력적이다.


타이페이, 대만 첫 여행.


Leica Camera AG | LEICA M (Typ 240) | Multi spot | 16sec | F/4.0 | 0.00 EV | 28.0mm | ISO-200


오랜만의 혼자, 그리고 자유 여행이었습니다. 낯선 도시 모스크바에서의 미친 여행은 제 어떤 날들과도 바꿀 수 없는 진한 향기를 남겼지만 그 후 이어진 몇번의 여행 -최고의 낭만을 맛본 프라하, 내 유치한 고정관념을 반성했던 홍콩 여행 등- 들은 늘 멋진 사람들과 함께였고 함께 느끼는 즐거움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그것이 너무 빨리 익숙해져버려 한 명분의 왕복 티켓을 손에 들고 비행기를 기다리던 그 날엔 어쩌면 그 겨울보다 더 겁을 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갈 수 있는 도시' 그리고 '티켓이 남은 날짜'. 제 의사보다는 이처럼 다분히 기계적인 분석에 의해 준비 '되어버린' 여행이었습니다. 몹시도 사랑하는 땅 프라하를 다녀온지 열흘만에 출국하게 되어 제대로 준비조차 하지 못했죠. 사실 그보다는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입니다. 익히 들어온 후텁지근한 날씨, 중화권의 음식, 다르지만 어딘가 익숙한 아시아 특유의 풍경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설상가상 7박 8일의 여행기간 내내 해 한번 비추지 않는 날씨가 계속됐고 오락가락하는 비에 매일 우산을 써야 했습니다. 이내 아침마다 예보를 보며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달관한 여행. 그 때문인지 이 도시 그리고 여행에서 특별했던 것을 누군가가 묻는다면 한참을 생각하거나 대강 제멋대로인 답을 던지고 나서 이유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여행이 모든것을 특별하게 한다는 말을 믿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사나흘쯤 흐르니 통하지 않는 언어로의 소통마저 익숙해져 특별하지 않은 날들이 계속됐거든요. 오죽하면 난생 처음 찾은 지우펀이나 예류, 핑시선 기차 여행 풍경마저 그다지 놀랍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여행이 즐겁지 않았냐면 그건 분명 아닙니다. 매순간 놀랍지 않으니 여행이 피곤하지 않았고 평범함 혹은 묘한 익숙함 속에서 '이 여행'보다는 '내 여행'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여행지가 아닌 제가 주인공이 됐습니다. 매일 날씨를 원망하긴 했지만 결국 이 여행도 제게 작지 않은 의미로 남은 이유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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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녀온 이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오래 갈 필요 없는데'라고 했고, 다녀온 후 저는 그들에게 '정말 그렇네'라고 답했습니다. 크지 않은 섬나라, 그리고 서울보다 작은 도시 타이페이. 게다가 너무 많은 정보들이 이미 알려진 이 곳에서는 그들이 알려준 주요 관광지를 속성으로 도는 데에는 7박 8일이 무척 많습니다. 실제로 저는 여행기간동안 그리 바쁘게 다니지 않았음에도 제가 생각한 타이페이와 인근의 유명 관광지를 대부분 둘러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그것들은 아주 놀랍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처음으로 주인공으로 데뷔한 이 여행의 조연으로는 충분했다고 감히 평가하겠습니다. 물론 다시 한번 이 도시를 찾게 된다면 그 때는 제 상대역을 할 여주인공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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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던 이 여행에서 그래도 굳이 하나 꼽는다면 처음으로 혼자 마음껏 즐긴 '먹거리'입니다. 대만은 제가 가본 어떤 도시보다 먹거리가 싸고 풍부 했으며 중식에 대한 제 걱정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모두 맛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 선택이 대부분 한국인들에 의해 이미 검증된 곳이었지만 말이죠. 사람들이 꼭 먹어보라던 것들을 모두 먹고 난 후에 새로운 것들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7박 8일이 너무 짧았습니다. 재미있는 여행이죠? 둘러 보기엔 일주일이 너무 길지만 먹고 다니기엔 일주일이 너무 짧은 곳이라니. 그래서 이번 여행은 숙박비만큼의 식비를 지출하고야 말았습니다. 관광지 못지 않게 음식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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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한번의 여행이 끝나고 제 지도에도 그리고 맘 속에도 즐겨찾기 한 페이지가 추가됐습니다. 그 중에서 대만은 특유의 소박함으로 '여행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도시'라는 메모로 기록해뒀습니다.

아마도 다음 여행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대만 여행 이야기. 청춘이다 낭만이다 포장하기 바쁜 이 시대의 여행들 속에서 특별하지 않은 여행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가 되길 바랍니다.





-일주일 내내 찌푸린 하늘이 파랗게 갠 마지막 날, 단수이 워런마터우의 노을-




- 이야기가 곧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 -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 타이베이 (Taipei)

2016년 여행의 시작, 타이페이 여행 카운트다운

#0 타이페이 여행의 시작- 유독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부족한 준비 때문일까?

#0.5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년 겨울의 타이페이

#1 출발, 타이베이 - 수월한 여행을 위한 준비해야 할 것들 (통신, 교통, 숙소)

#2 대만에서의 첫번째 만찬, 타이베이 훠궈 쥐(聚)

#3 나홀로 타이베이 여행자를 위한 숙소 추천, 포시패커 호텔 (Poshpacker hotel)

#4 저렴한 가격 빼고는 추천하지 않는 타이베이 메이스테이 호텔 (Meistay hotel)

#5 대만을 지탱하는 정신, 타이베이 중정기념당

#6 타이베이에서 가장 맛있는 거리, 융캉제(永康街)

#7 대만 현지에서 즐기는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 (타이베이 딘 타이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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