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대표 번화가 융캉제, 여행의 시작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날, 타이베이의 상징인 중정기념당에 다녀온 후(http://mistyfriday.kr/2758) 그 길을 쭉 따라 융캉제까지 걸었습니다. 이 곳 역시 타이페이라는 도시의 이름만큼 많이 들었던 그리고 TV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낯이 익은 곳입니다. 대만을 대표하는 음식점 딘 타이 펑 본점이 이 곳에 있고 그 외에도 우육면, 망고빙수 등 타이베이의 대표 맛집들이 몰려있는 번화가로 유명합니다. 음식점은 물론 의류 매장과 서점, 기념풍 상점까지 밀집한 곳으로 타이베이 여행자는 일부러 오지 않으려 하지 않는 이상 꼭 한 번 찾아오게 되는 곳입니다. 특히 딘 타이 펑과 융캉 우육면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융캉제에 찾아가기 무척 쉽습니다. 동먼 역에서 내리면 바로 번쩍번쩍한 번화가가 눈에 띄니까요. 저는 지도만 보고 중정기념당에서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괜한 고생 보다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시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엔 타이베이 번화가로 시먼(西門)이 유명하지만 융캉제 역시 여행자들에게 무척 유명합니다. 타이베이의 많은 맛집들이 이 작은 거리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낡은 건물, 깨끗한 골목이 중국과 일본 중간쯤의 느낌을 줍니다. 딘 타이 펑 본점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 거리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 못지 않게 유명한 샤오롱바오 가게 '까오지'가 골목 입구에 나란히 위치해 있고 오랜 역사의 융캉 뉴러우멘(우육면) 가게, 젊은 여행객에게 인기있는 스무시 망고 빙수, 대만 선물용으로 인기인 펑리수를 살 수 있는 썬메리 베이커리가 대표적인 곳입니다. 가히 '먹기만 해도 하루가 부족한' 맛있는 거리입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 깨끗하고 정겨운 느낌의 거리 풍경
타이베이를 걸으며 쭉 생각했던 것이지만 융캉제가 그 향이 가장 짙었습니다. 대만의 풍경은 중화권 특유의 느낌을 풍기는 건물과 색, 냄새를 배경을 깔끔한 거리와 사람들의 옷차림, 인상 등이 일본과 비슷한 인상을 풍겼습니다. 먹는 음식이 특히 그랬습니다. 섬나라라는 특성을 공유하는 두 나라는 먹거리에도 유사성이 많아 일본 음식점이 많았습니다. 일본과 중국 사이 어디쯤, 그 중 융캉제의 거리 풍경은 세련된 상점과 카페 때문에 그 느낌이 다른 곳보다 강했습니다. 거리는 깔끔했고 사람들은 조용했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중국 음식 냄새가 났고 빨간 색과 연등이 주는 특유의 중화권 느낌이 두 느낌 사이에서 저를 종종 어지럽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정도면 아주 즐거운 혼란입니다.
- 융캉제 거리 풍경 -
융캉제를 다녀온 여행 후기를 보다보면 이 곳을 타이베이의 '홍대'에 비유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정작 그 곳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난 여행을 돌아보며 그 의견에 매우 공감합니다. 젊은이들과 여행자들로 붐비는 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 많은 번화가, 트렌디한 카페와 상점이 모여있는 공간. 융캉제는 홍대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작은 놀이터의 여유로움까지도요. 물론 대학교는 없습니다만 어느새 대학가보다는 번화가를 상징하게 된 '홍대'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융캉제 방문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하지만 제가 간 날에는 홍대처럼 복작대지 않아서 놀이터에서, 번화가 바깥쪽 골목길에서 나름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융캉제 터줏대감, 융캉 뉴러우멘(우육면)
永康牛肉麵 (Yong-kang Beef Noodle)
융캉제 중간쯤, 한적한 골목길 끝에 위치한 허름한 이 음식점이 이 동네에선 딘 타이 펑 못지 않게 유명하다는 우육면집 융캉 뉴러우멘입니다. 이름에서, 외관에서 알 수 있듯 융캉제의 터줏대감격인 오래된 음식점입니다. 거리 이름을 딴 음식점 이름이 흡사 '명동 칼국수'나 '홍대 돈부리'같은 느낌을 주죠? 대만인의 소울푸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뉴러우멘(우육면)이 대표 메뉴로 곱창을 넣은 찐밥과 기타 다양한 대만 전통 음식을 판매합니다. 물론 대부분 우육면을 드시러 오시지만요. 대만에 가서 처음 먹는 우육면은 지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만 음식입니다.
세월이 말해주는 실내 분위기, 문 바깥의 깔끔한 거리와 달리 이 곳은 전형적인 중화풍 음식점의 분위기입니다. 실내는 시끌벅적하고 좌석은 다닥다닥 붙어 무척 좁습니다. 종이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는데, 인기있는 음식이 표시되어 있어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가장 유명하다는 우육면과 곱창밥을 시켰는데, 아주머니가 휙 돌아서고 나서야 불현듯 제가 곱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이 곳의 대표 메뉴인 우육면입니다. 가격은 250 타이완 달러로 한화 약 9000원 정도입니다. 대만 물가를 생각하면 면요리 하나 치고는 비싼 가격입니다. 절반 가격으로도 훌륭한 뉴러우멘을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많으니까요. 다만 그보다는 고기 양이 푸짐합니다. 한국의 소고기 요리를 생각하면 이렇게 면 반, 고기 반인 음식을 만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우육면 특유의 깊은 감칠맛과 푹 삶은 소고기의 질감은 역시나 듣던대로입니다. 국물을 한숟갈 퍼먹은 후에는 그대로 고개를 처박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이더군요. 유명한 이연복 셰프가 마침 이때 융캉 뉴러우멘에서 방송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만 요리에 대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두어달 후 '원나잇 푸드트립'이란 프로그램에서 이 날 촬영분 그리고 저 멀리 뒤통수만 출연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후에도 융캉제 거리에서 그리고 망고빙수 가게에서 두어번 촬영 장면을 보았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하지만 이 뉴러우멘이 명성대로 '엄지척'할 맛이었냐면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장 제가 머문 숙소 앞에 있는 작은 식당 '홍사부면식관'의 우육면이 이보다 훨씬 싸고 맛있었거든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곳 역시 만만찮은 맛집이었습니다만. 그래서 제게는 이 융캉 뉴러우멘의 우육면이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다시 갈 생각도 없고요. 홍사부면식관은 일주일 여행 중 세번 다녀올 만큼 맛있었습니다.
함께 주문한 곱창밥? 곱창찜? 이 요리는 음.. 글쎄요. 곱창을 아주 좋아하신다면 좋아하실 겁니다. 쌀가루를 묻혀 찐 곱창에 안에는 고구마로 단맛을 더했는데요 이 오묘한 조화가 제게는 그리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곱창의 식감은 질기지 않고 매우 부드러워서 이 곱창찜을 우육면보다 더 좋아하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스무시 망고빙수로
얼큰한 우육면은 그 자체로 좋지만 역시나 디저트가 필요합니다. 마침 융캉제는 더 없이 좋은 디저트가 있습니다. 굳이 계획하지 않았지만 피할 이유도 없습니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스무시 망고빙수에 닿았습니다. 융캉제 골목 입구를 따라 쭉 들어가면 가장 복작이는 가게, 간판부터 외벽까지 망고색이라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곳입니다. 언제나 줄을 서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도 망고 빙수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만 스무시 망고빙수는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망고 양이 매력적입니다. 190 타이완 달러, 한화로 약 7000원 정도인 망고 빙수를 시키면 두,세 사람이 즐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혼자 이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
망고 빙수에 우유 푸딩을 올린 190 타이완 달러짜리 11번 망고빙수. 역시나 혼자 다 먹기 힘들 정도로 양이 푸짐합니다. 얼음을 곱게 갈아 식감도 무척 좋고 우유 푸딩이 특히 매력 있더군요. 아마 이 우유푸딩이 없으면 한국에서 먹는 망고 빙수와 아무 차이가 없어 별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망고를 사용하지도, 그 외 특별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망고 맛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스무시 빙수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웰빙이나 웰메이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언감생심, 딘 타이 펑 본점.
융캉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뭐니뭐니해도 바로 입구의 딘 타이 펑 본점입니다. 커다란 건물 전체를 식당으로 사용하는 규모며 앞에 모여든 전세계 여행객들의 모습이 대만 여행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타이베이 시내에 수많은 딘 타이 펑 레스토랑이 있지만 그래도 이왕 온 것 본점에서 제대로 먹겠다는 마음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지 딘 타이 펑 본점은 두 시간 대기를 해야 들어갈 수 있다더군요. 혼자 온 저는 그대로 포기 했습니다. 며칠 후 백화점 안에 있는 딘 타이 펑에서 원 없이 샤오롱바오를 먹었습니다만, 본점에 뭔가 특별한 게 있는지는 여전히 궁금하긴 합니다.
그 외에도 융캉제의 다양한 맛집들이 타이베이 여행을 즐겁게 합니다. 긴 시간 머무르진 못했지만 역시나 이 곳은 '맛집' 찾아다니는 재미가 베스트겠죠. 이 날 이 곳에서 한끼밖에 먹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습니다.
먹거리 놀거리 그리고 거리 풍경까지 어느것 하나 부족함 없는 융캉제는 제가 가 본 타이베이의 수많은 거리 중 단연 가장 재미있는 거리였습니다. 음식 구경, 사람 구경, 선물 구경 등 짧은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이루 셀 수 없을만큼 많았거든요. 시작은 '의무'에 가까웠지만 다녀온 후 자신있게 타이베이 여행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융캉제를 추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융캉 뉴어루멘은 너무 기대하지 마시고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본 후 선택하시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실 겁니다.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 타이베이 (Taipei)
#0 타이페이 여행의 시작- 유독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부족한 준비 때문일까?
#0.5 특별하지 않음에서 오는 행복, 2016년 겨울의 타이페이
#1 출발, 타이베이 - 수월한 여행을 위한 준비해야 할 것들 (통신, 교통, 숙소)
#3 나홀로 타이베이 여행자를 위한 숙소 추천, 포시패커 호텔 (Poshpacker hotel)
#4 저렴한 가격 빼고는 추천하지 않는 타이베이 메이스테이 호텔 (Meistay hotel)
#7 대만 현지에서 즐기는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 (타이베이 딘 타이 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