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타이베이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전망대

코끼리 산



혼자 여행할 때는 아침보다 밤에 더 부지런해집니다. 아침은 낮잠 그리고 늑장으로 시간이 금방 간다지만 여행지에서 혼자 보내는 밤은 시간이 서너 배는 늦게 흐르거든요. 혼자 있으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자꾸 혼잣말이 늘지- 그래서 밤이면 늘 야경을 보러 가곤 하는데 타이베이에선 유독 그럴 기회가 없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온 탓에 한가로이 야경 감상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됐거든요. 타이베이 야경을 가장 아름답게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전망대 '샹샨 (Xiangshan)'에 오른 것은 장마같던 일주일이 끝난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한자로 상산(象山), 코끼리 산이란 뜻입니다. 한국 산의 작명 경향을 통해 분석하자면 아마도 산등성이의 모양이 코끼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는 타이베이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족히 둘에 하나는 알 정도로 유명한 전망대입니다. 산책로가 비교적 잘 조성된 낮은 산에 올라 타이베이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매력으로 늦은 밤까지 많은 여행객들의 이야기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여러 도시에서 날아온 낯선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타이베이 야경 못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가는 방법이 어려웠다면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지 못했겠죠. 지하철 빨간색 단수이 라인의 종점 샹샨역에 내려 도보로 갈 수 있습니다. 바로 전 역이 타이베이 101 역이니 점심 식사 후 조금 서둘러 타이베이의 노을을 감상하시거나 저녁 식사 후 야경을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지도 상 거리에서 볼 수 있듯 샹산 MRT역과 샹샨 입산로와의 거리가 제법 있습니다. 역에서 내려 직진 후 세 블럭, 좌회전 해서 놀라키친(Nola Kichen)을 발견하면 제대로 온 것입니다. 구글 지도에 Nola Kitchen을 등록하면 입산로를 찾기 수월합니다. 도보로 1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대략 도봉산역에서 도봉산 매표소 정도의 느낌입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20분이 더 소요되고요. -산이니까요- 



돌로 만든 계단과 중간중간 서 있는 가로등 등 샹샨은 비교적 산책로가 잘 조성돼있는 편이지만, 가로등 간격이 말고 계단이 가파른 편이라 간단히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닙니다. 산을 오르다 'ㅅ샹'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와서 샹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우스개가 있을만큼, 멋진 야경을 보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따릅니다. 걷는 것 하나 자신있는 저도 전망대에 오를 때까지 두어 번의 휴식 시간을 가졌으니까요. 여행 기분 낸다고 불편한 구두나 부츠를 신는 것보다는 편한 운동화를 꼭 챙겨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밤 열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샹샨 산책로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주로 타이베이의 10,20대 청춘들과 외국인 관광객이었는데 중간중간 마련된 전망대에 모여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쯤 멈춰 타이베이 야경을 감상해도 충분히 좋지만 제대로 된 야경을 보고 또 담고자 하는 분들은 한참 더 올라가야 합니다. 얼마나요? '이러다 길 잃는 것 아냐?'라고 생각할때쯤 한적한 전망대가 눈에 띕니다.



샹샨의 이전 전망대들이 타이베이 101과 눈높이를 맞춰 야경을 바라보는 곳이라면 이 곳은 타이베이 시내를 발 아래 놓고 야경을 감상하는 기분이 제법 납니다. 샹샨에는 사람이 무척 많지만 의외로 이 곳까지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한 기분을 누릴 수 있죠. 비교적 넓은 공간에 등 뒤로 약수터에서 종종 보던 정체모를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앞쪽에는 스테인리스로 안전바를 설치해 놓았는데 여기 기대거나 걸터 앉아 사진들을 많이 찍으시더군요. 만약 야경 촬영을 생각 하신다면 튼튼하고 높은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들고 올라가는 것이 문제겠지만- 야경이 제법 거리가 있고 나무와 풀들이 무성해 광각 렌즈보다는 표준 혹은 망원 렌즈로 타이트하게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형편없는 삼각대를 챙겨간 결과-


저는 등산을 대비(?)해 가볍고 약한 삼각대를 챙겨간 덕에 장노출 사진을 찍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건진 타이베이 야경-


많은 분들이 타이베이 101 전망대에 올라 타이베이 야경을 감상하시지만 정작 랜드마크인 타이베이 101 건물은 담을 수가 없습니다. 샹샨의 야경은 타이베이의 전경과 타이베이 101 빌딩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등산 난이도는 제법 높은 편이지만 지하철 MRT로 갈 수 있는 곳에 이토록 아름다운 야경이 있다면 포기하기 어렵겠죠? 그리고 이 곳에서 만나는 낯선이들과의 유쾌한 대화가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할 것입니다.


다음 타이베이 여행에선 일찌감치 올라 노을이 내린 타이베이 풍경을 감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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