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돌이켜보면 타이베이 여행 대부분은 '먹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의 여행 기간동안 타이베이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다녀왔는데, 그것도 아주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도 남는 건 역시 '먹는 것'입니다. 혼자 여행을 하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는데 그 곳에서만큼은 왜 그렇게 잘 먹고 다녔던지요. 그 중에서도 기억나는 것을 꼽자면 역시나


'나 대만에서 딘 타이 펑 갔었어'


라는 자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만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딘 타이 펑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타이베이 여행에 온 보람이 있다는 사람도 여럿 되니까요.



http://dintaifung.com.tw 


자타공인 대만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입니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굳이 대만을 가지 않아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딘 타이 펑 지점을 방문할 수 있지만 그래도 대만 본토에서 딘 타이 펑을 찾고, 줄을 서서 들어서는 기분은 다른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얼마전 명동에 있는 딘 타이 펑 분점을 다녀왔는데 타이베이에서 먹었던 것과 하늘과 땅 차이가 났습니다. 이것이 혹시 '단 티이 펑'이나 '딘 타이 퐁'같은 짜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육즙을 가득 담은 샤오롱바오가 단연 현재의 딘 타이 펑을 있게 한 메뉴지요. 사실 다른 메뉴는 그리 맛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딘 타이 펑은 대만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중요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융캉제에 있는 딘 타이 펑 본점은 물론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 있는 분점까지 줄을 서지 않고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늘 사람이 많습니다. 때문에 일찌감치 저는 딘 타이 펑 방문을 포기했었습니다. 가보고는 싶지만 한시간씩 줄을 설 정도로 간절하지 않았달까요? 게다가 타이베이에서 먹은 우육면이며 철판구이 등 다른 음식들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문득 '그래, 대만까지 왔는데 '딘 타이 펑'은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 것은 귀국을 이틀 앞둔 여행 막바지였습니다. 실은 첫번째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두번째 숙소로 옮기기 전까지 잠깐의 짬 동안 할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



융캉제에 있는 본점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매장을 찾던 중 숙소 근처에 있던 중산(中山)역의 신콩 미츠코시 백화점 내 매장을 발견했습니다. 백화점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면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일찌감치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중산 역으로 향했습니다. 이 날은 아침부터 유난히 비가 많이 왔습니다.



헉...! 벌써 줄이...



중산역 출구를 나오는 순간 걸음이 멈췄습니다. 열시가 되지 않은 시각 이미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두 하나 먹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줄 선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대다수가 젊은 남성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 건물은 신콩 미츠코시 백화점 건너편에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해보니 나이키 슈즈를 구입하기 위한 줄이더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츠코시 백화점 앞을 서성였습니다. 백화점 오픈 시간은 열한시. 제가 백화점 앞을 서성이던 열시 삼십분쯤에는 백화점 앞이 한가했지만 오픈 시간이 십오분 정도 남자 어디서 보였는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앞 공간을 채웠습니다. 사람들은 백화점 지하로 바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 모여들었고, 지하에 딘 타이 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도 그 사이에 끼어 연신 시계를 보았습니다. 이윽고 열한시가 되어 입구를 막은 구조물이 걷히자 점잖아 보이던 사람들이 냉큼 달려 내려가더군요. 깜짝 놀란 저도 큰 걸음으로 계단을 두개씩 뛰어 내려갔고, 삼등으로 딘 타이 펑 매장에 들어섰습니다. -아, 장하다-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간 딘 타이 펑




오픈과 동시에 가득찬 실내, 외국인 뿐만 아니라 대만 현지인들에게도 매우 인기있는 식당입니다. 식당의 명성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이 대단한 인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입구 앞 커다란 창으로 안이 보이는 주방에서 부지런히 만두를 빚는 이 모습은 딘 타이 펑의 트레이트마크입니다. 오픈과 동시에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들어서기 때문에 직원의 안내 또한 매우 신속하게 이뤄집니다. 저는 당당하게 '혼자'라고 외치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 미모의 직원이 '한국인?'이라고 묻더군요. 대만에 한국 관광객이 많이 온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았습니다. 다만 놀랐던 것은 제가 그렇게 한국인같았냐는 것이었죠.



한국어 메뉴판 완비


국적이 확인되면 이렇게 한국어 설명이 상세하게 붙은 메뉴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메뉴 하나하나 한국어 설명이 붙어있기 때문에 마치 한국의 어느 식당에 온 듯 편안해집니다.




게다가 주문서는 아예 한글 전용입니다. 이 곳에 원하는 메뉴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주문이 이뤄집니다. 대표 메뉴인 샤오롱바오 등 만두류는 5개와 10개 단위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샤오롱바오 다섯개에 100 타이완 달러, 한화로 약 4000원입니다. 한개에 800원 가량이니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이 주문했습니다.




주문이 끝나면 샤오롱바오 먹는 법이 적힌 안내서를 받습니다. 이것도 역시 한글로 씌여 있어 점점 더 마음이 편해집니다. 마치 동네 중국집에 온 것처럼 말이죠. 아마 대만에서 혼밥하기 가장 좋은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 메뉴 샤오롱바오



오픈에 맞춰 바쁘게 준비했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주문한 샤오롱바오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날 샤오롱바오 다섯개와 닭고기 샤오롱바오 다섯개, 통새우 샤오마이 다섯개 그리고 갈비튀김 덮밥을 시켰습니다. 제가 주문할 때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이 제게 무척 많을 것이라고 했지만 저는 적당하거나 약간 모자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혼자 방문하신 분들은 10개짜리 샤오롱바오보다는 다섯개 단위로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이 유리하겠죠?



만두에게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막 나온 샤오롱바오는 참 '싱싱해' 보입니다. 고운 면포에 올려진 모양새가 참 좋습니다. 샤오롱바오는 만두피를 찢어 안에 가득찬 육즙을 맛보는 것이 백미라죠. 과연 본토에서 먹는 샤오롱바오는 어떨지, 난생 처음 샤오롱바오를 맛보는 저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만두를 들어올리니 무겁게 처지는 모습. 저 안에 가득찬 육즙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갓 쪄낸 샤오롱바오는 만두피가 무척 부드럽고, 육즙도 온기를 간직하고 있어 비린 맛이 없습니다. 흘러나온 육즙을 우선 들이마시는데 그 고소함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800원에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곳의 대표 메뉴는 샤오롱바오지만 이 날 제가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은 통새우를 올린 돼지고기 샤오마이였습니다. 샤오롱바오와 비슷한 모양새에 만두 위에 통새우를 올린 것이 차이인데요, 샤오롱바오의 매력인 육즙과 부드러운 만두피에 생새우살의 식감이 더해진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인들에게 샤오롱바오는 맛 보는 정도로 주문하고 이 샤오마이를 꼭 맛보라고 추천합니다. 가격은 물론 샤오롱바오보다 비쌉니다. -아무래도 새우값은 받아야 할테니까-




의외의 수확은 이 갈비튀김 덮밥. 보기에는 일반적인 중국식 볶음밥에 빵가루 없이 튀긴 듯한 고기를 무심하게 올린 모양새인데 이게 정말 맛있습니다. 구이와 튀김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갈비의 식감이 정말 좋고, 양념도 적당해 볶음밥과 먹기 정말 좋습니다. 푸짐하게 갈비를 올린 이 덮밥의 가격이 한화로 약 8000원 정도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게 샤오마이 포함 총 열다섯개의 샤오롱바오와 갈비튀김 덮밥을 혼자 말끔히 해치웠습니다.

아무래도 조금 더 시킬 걸 그랬어요.


이 날 딘 타이 펑에서 먹은 메뉴는 총 네가지였는데, 어느것 하나 부족한 것 없이 모두 맛있었습니다. 제게는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조리법과 재료 수준이 잘 유지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유명 식당 분점에서 워낙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식사를 하는 동안 매장은 어느새 빈자리 없이 가득 찼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온 단체 손님들이 많더군요. 네가지 메뉴를 먹은 이 날의 밥값은 세금 포함 638 타이완 달러, 한화로 약 25000원입니다. 한 끼 치고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 정도 숫자의 메뉴면 두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니 가격 부담은 크지 않은 곳입니다. -제가 많이 먹은 거예요-


사실 유명 레스토랑의 체인화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편인데, 대만 그리고 딘 타이 펑은 음식에서만큼은 그 수준이 높아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습니다. '아 이래서 한시간 넘게 줄을 서서 먹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이후 서울에서 이 날을 추억하며 명동 딘 타이 펑을 찾았지만 크게 실망하고 다음 대만 여행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이름값'을 한다는 것, 이 말이면 더 이상의 평가는 필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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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타이베이에서 가장 맛있는 거리, 융캉제(永康街)

#7 대만 현지에서 즐기는 딘 타이 펑의 샤오롱바오 (타이베이 딘 타이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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