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실력자의 우육면, 타이베이 홍사부면식잔(洪師父麵食棧)

떠나기 전, 대만에서 꼭 먹겠노라며 기억해 둔 이름 두 개는 샤오롱바오와 뉴러우멘(우육면)입니다. 워낙에 면 요리를 좋아하는데다 대만 사람들의 소울 푸드라는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는 일본 라멘과 비교해 어떤 것이 더 맛있을까, 라는 기대감이 무척 컸거든요.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타이베이의 우육면집으로 융캉제의 융캉우육면이 있습니다만 (http://mistyfriday.kr/2759) 개인적으로 제 입맛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작고 허름한 우육면가게 홍사부면식잔(洪師父麵食棧)의 우육면이 더 좋았습니다. 후에 찾아보니 타이베이 우육면 대회에서 1등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분점은 워낙에 작고 낡은 실내 분위기라 그저 동네에 있는 작은 우육면집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행운이었습니다.

www.taiwannoodle.com.tw

홍사부면식잔은 타이베이를 찾는 한국 여행객에게 이미 제법 인기있는 곳입니다. 특히나 맑고 개운한 육수가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아서 이미 '타이베이 맛집' 중 하나로 많은 포스팅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베이 메인역 근처에 묵었던 저는 숙소에 돌아가던 중 이 가게의 빨간 간판과 냄새에 이끌려 들어갔습니다.

대만의 골목 가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이 곳 역시 가구나 테이블, 의자가 제법 오래된 듯 앤티크(?)한 분위기를 뽐냅니다. 때문에 제법 노포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점포는 지상과 지하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처음 들어설 땐 실내가 꽤 좁다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방문할 때 지하로 안내받고 나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제가 주문한 우육면은 2007년 우육면 대회에서 우승한 메뉴라고 합니다. 메뉴판을 보니 맑은 국물과 붉은 굵물 등 다양한 종류의 우육면이 있는데 이쪽이 얼큰해 보여서 주문했습니다. 소갈비와 사태가 올려진 우육면으로 면은 굵은면과 가는면 중에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190 타이완 달러, 한화로 약 7-8000원 선입니다.

함께 주문한 만두, 한 입 크기의 물만두 10개의 가격이 55 타이완 달러, 한화로 약 2500원 정도니 저렴한 편입니다. 우육면 한 그릇과 만두 한 접시를 시키니 한 끼 식사로 더 없이 좋더군요.

이 날 먹은 홍사부면식잔(洪師父麵食棧)의 우육면은 융캉 우육면에 비해 국물이 맑고 개운한 편입니다. 제대로 우러난 갈비탕처럼 끝에 감칠맛이 진하게 도는데 그게 한국 사람들 입맛에 딱 맞습니다. 국물을 한모금 마시고 '캬' 혹은 '어우'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게 말이죠. 굵은 면 역시 우리의 칼국수와 비슷한 식감이라 거부감이 없습니다. 7000원짜리 우육면 한 그릇에 올려진 푸짐한 소고기는 대만에 온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고기가 살짝 덜 익혀 나오는데, 이 때 재빨리 먹어야 맛있습니다.

이 우육면에 감탄해서 중샤오푸싱역 인근으로 숙소를 옮긴 후에도 일부러 타이베이 메인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왔습니다.다른 메뉴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워낙에 이 우육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같은 메뉴를 또 주문했습니다. 제게는 '대만' 혹은 '타이베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