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의 '용모'
GX85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 중 첫번째는 역시나 이 카메라의 외모에 대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누구나 걸출한 카메라를 매일 가지고 다니는 요즘 디지털 카메라는 필수품이라기보단 어딘지 '사치품'에 가까워지는 인상입니다. 때문에 요즘 카메라는 '조금 더 멋진 사진 혹은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성능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갖고 싶은 스타일'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메라 선택 기준에 점점 디자인의 중요도가 올라가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레트로 디자인' 트렌드가 좀처럼 식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GX85의 외형을 살펴보며 이 카메라가 과연 '갖고 싶은 카메라'인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물론 레트로 스타일을 유독 선호하는 제 주관적인 가산점(?)이 많이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레트로 스타일에 품격을 더한 디자인
GX1부터 이어져 온 절제된 사각 실루엣은 GX7에서 그립부 강화와 곡선의 조화로 세련된 형태, 편의성 향상을 가져왔지만 후속 제품이자 상위 시리즈인 GX8에서 다시 강인한 느낌의 실루엣을 되찾았습니다. 기능/성능상 GX7과 GX8 사이에 위치하는 GX85는 휴대성과 조작성에서는 GX7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GX8의 디자인 언어를 받아들인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체 크기는 122 x 70.6 x 43.9mm GX8의 133.2 x 77.9 x 63.1mm는 물론 123 x 71 x 55mm인 GX7 보다도 더욱 작아졌습니다. GX8이 뛰어난 성능에도 그 동안의 GX 시리즈와 궤를 달리하는 육중한 크기로 아쉬움을 샀던 것과 대비돼 GX85의 등장이 더욱 반갑습니다. 다만 무게는 383g로 360g의 GX7에 비해 다소 무거워졌는데요, 다만 실제 체감할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며 좋게 말해 조금 더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단 다이얼과 버튼 배치를 보면 GX85가 GX7의 직계후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촬영 모드 다이얼과 멀티 다이얼, 셔터 및 동영상 녹화 버튼의 배치가 동일하며 전원 레버 형태 역시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장 플래시 역시 동일한 위치에 있지만 가장 큰 차이인 뷰파인더 형태가 차이를 보입니다. GX7의 틸트 내장 뷰파인더가 GX85에는 고정형으로 변경됐습니다. 화소와 배율 등 주요 사양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편의성에서는 분명 다운그레이드입니다.
성능은 GX8에 맡기고 GX85는 본래의 장점인 컴팩트 디자인을 극대화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립 돌출부를 최소화해 GX7보다 전체 두께를 약 11mm나 줄였습니다. 고정형 뷰파인더 채용의 가장 큰 원인도 이런 다이어트에 있지 않을까요? 그립부가 줄어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카메라를 휴대하고 또 쥐었을 때 확실히 이전보다 경쾌하고 가볍습니다.
전면 디자인은 GX1부터 이어진 벽돌형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미세하게 높이가 증가했고 그에 따라 그립부도 높아지면서 날렵하고 간결해졌습니다. 그에 맞춰 Lumix 로고의 위치도 변경됐습니다. 비슷하면서도 나란히 보고 번갈아 쥐어보면 생각보다 큰 변화를 겪은 외모입니다.
후면 인터페이스는 그보다 조금 더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기본적인 4방향 버튼 중심 조작계는 동일하지만 상단 버튼 배치가 미묘하게 변화했으며 뛰어난 활용도를 자랑한 AF/MF 전환 레버는 삭제됐습니다. 대신 GX85의 대표 기능인 4K 동영상을 활용한 4K 포토와 포스트 포커스 기능을 독립 버튼으로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총 4개의 Fn 버튼과 터치 화면의 Fn 버튼 5개를 더해 총 9개의 Fn 버튼을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고급 사용자까지 만족할 '손맛’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는 AF/MF 레버의 부재가 아쉽지만 4K 관련 기능을 무척 잘 활용하고 있어 후퇴라고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후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존재감 남다른 내장 뷰파인더입니다. GX7의 틸트 뷰파인더가 GX85에서 고정식으로 발이 묶이면서 일부 빛이 바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자식 내장 뷰파인더의 존재는 GX85를 GF 시리즈를 비롯한 엔트리급 제품과 구분짓는 ‘신분증’ 같은 존재입니다. LCD 촬영의 단점을 보완하는 실용성 외에도 파인더에 눈을 대고 장면을 담는 ‘맛’에서 분명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LCD 방식의 전자식 뷰파인더로 276만 화소, 배율은 1.39배로 타사 보급형 제품과 동등한 성능입니다.
카메라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창’같은 존재인 LCD는 3인치 104만 화소로 특출나지 않지만 기본에 충실합니다. 상단 80도 하단 45도 틸트 조작과 터치 조작을 모두 지원해 다양한 구도 선정과 직관적인 초점/메뉴 조작에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파나소닉 카메라 특유의 빠릿빠릿한 터치 조작이 인상 깊습니다.
컬러는 블랙/실버에 브라운 모델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새로운 브라운 컬러는 실버 모델과 다른 밝은 실버 프레임에 카멜색 가죽 그립을 둘렀는데 다른 두 컬러와 달리 캐주얼하고 팬시한 인상을 줍니다. 실버 렌즈와 조합하면 외관상 가장 ‘예쁜’ 모습으로 여성 사용자들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소형 시리즈인 GM1 시리즈에서 시도된 바 있는 개성있는 컬러가 상위 제품으로 확대되며 즐거운 고민이 추가됐습니다. 브라운은 개인적으로 GX85에서 가장 좋아하는 색상입니다.
microUSB 충전
배터리는 DMW-BLG10E를 사용합니다. GX7과 LX100 등의 파나소닉 카메라와 라이카 D-LUX에 채용된 배터리입니다. 1025mAh 용량으로 제조사 발표 기준 약 290장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4K 동영상 촬영시 소모가 매우 빠른 편이므로 GX85의 강력한 4K 동영상 촬영에 중점을 둔 사용자라면 보조 배터리를 구입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접점
속으로는 점점 더 최신 기술을 채우는 카메라들의 외형이 점점 더 옛날 카메라의 모양을 흉내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GX85 역시 금속 프레임과 가죽 느낌의 그립, RF 카메라를 연상 시키는 사각형 실루엣까지 레트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장 뷰파인더의 형태는 LCD 패널을 탑재한 전자식이지만 위치와 형태 모두 필름 RF 카메라를 연상 시키고 있고요. 제가 GX85의 외형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도 탄탄한 레트로 스타일의 밑거름 위에 최신 기술과 인터페이스를 접목했다는 점입니다. 다이얼과 버튼의 형태와 손에 쥐는 느낌 등이 아날로그 디자인을 그대로 되살렸다고는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 카메라의 껍데기는 분명히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사이 어딘가에서 괜찮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사용했던 카메라보다 작고 단단해 매일 휴대하기 부담이 없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외형을 스타일과 휴대성 둘로 평가한다면 GX85는 외형의 아름다움보단 휴대성의 장점이 더 돋보이는 제품입니다. 그 후 손에 쥐었을 때 그 중후함과 단단함이 은은한 멋을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GX85의 외관에 대한 저의 평가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레트로 스타일의 몸체에 촘촘하게 배치한 GX85의 다이얼/버튼 인터페이스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크기와 가격 등에서는 엔트리/중급형 카메라의 위치지만 성능에서 하이엔드 못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GX85를 조금 더 잘 알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촬영자가 손과 눈으로 직접 느끼는 이 카메라 속의 철학에 대해 먼저 살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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