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X85의 두번째 렌즈를 추천해 볼까요?
GX85를 처음 손에 쥐고 가장 먼저 떠올린 렌즈는 라이카 DG Summilux 15mm F1.7 ASPH. 렌즈였습니다. 35mm 환산 약 30mm의 초점거리로 28-35mm를 좋아하는 제게 최적화된 렌즈이자 검증된 LEICA Summilux 렌즈의 광학 성능, 기계식 조리개 링을 포함한 탁월한 스타일 등 GX85에 매력적인 조합이 될 것으로 기대했죠. 하지만 우연히 알게된 한 ‘싸구려’ 렌즈가 제 관심을 끌었고 이내 폭발해 버렸습니다. 99달러라는 가격으로 이름을 알린 Lumix G 25mm F1.7 ASPH. 렌즈는 본래 발매가 299달러의 단초점 렌즈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99달러로 깜짝 할인판매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표준 단렌즈의 '힘'
가장 많은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35mm 환산 50mm 초점거리에 F1.7 최대개방 조리개는 심도 표현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마이크로포서드에 표준 단렌즈의 가능성과 적절한 심도 연출의 매력을 모두 갖춘 렌즈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미 라이카 LEICA DG SUMMILUX 25mm F1.4 ASPH 가 발매돼 있지만 그보다 저렴한 가격과 가벼운 무게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렌즈의 장점입니다. 물론 최신 렌즈다운 빠른 AF 속도와 개방 촬영 화질의 우위 등의 단점도 존재합니다. 현재도 정품 신품 기준 약 20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실속형 렌즈로 앞으로 다양한 사용자들에 의해 그 가능성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외관으로만 평가하면 이 렌즈는 낙제점에 가깝습니다. 플라스틱 경통은 윤기 없이 퍽퍽하고 저렴한 질감을 숨길 수 없고 인쇄된 글자는 할인마트에서 파는 티셔츠의 프린팅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GX85의 외형에 누를 끼치지만 않기를 바랐는데 그 기대마저 너무 큰 것이었나 봅니다. 후드까지 이야기하려면 한숨이 더욱 깊어질 것 같아 후드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내내 이 렌즈를 GX85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이유는 환산 50mm 표준 단렌즈가 가진 힘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99달러짜리 렌즈를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35mm 그리고 28mm를 주로 사용했던 제가 오랜만에 환산 50mm 렌즈로 장면을 바라보며 가슴이 눌린듯 답답함을 느낀 것을 기억합니다. 건너편에 앉은 인물이며 책상 위 소지품, 오늘의 저녁식사 등을 촬영하기에 25mm F1.7 렌즈는 표준이라기엔 너무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이 렌즈와 함께하니 이내 이 시선이 가진 매력을 조금씩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환산 50mm의 초점거리는 촬영자가 장면 속에서 집중한 것,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부각 시키는 데 뛰어났습니다. 때문에 사진들이 제가 주로 하던 광각 촬영에 비해 설득력이 높았습니다. 물론 시선 자체가 전보다 좁아지며 촬영 대상이 풍경보다는 정물 위주로 변화했고 점점 클로즈업 촬영의 빈도가 많아졌지만 몇발짝 뒤로 물러나거나 고개를 뒤로 잔뜩 빼면 그런대로 푸짐하게 담아낼 수도 있으니 역시 적응하기 나름이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빛이나는 F1.7
F1.7 초점거리가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에 주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밝은 개방 조리개가 셔터 속도 확보에 유리해 야간/실내 촬영에서도 낮은 감도의 깔끔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렌즈킷의 12-32mm F3.5-5.6 표준렌즈와 비교하면 촬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더불어 GX85의 5축 손떨림 보정 장치와 F1.7조리개를 함께 활용하면 그동안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의 한계로 지적됐던 고감도 이미지의 열세를 상당부분 극복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낮은 조리개의 이점으로 다양한 심도 표현이 빠질 수 없습니다. 밝은 최대개방 촬영에서 아름답게 흐려지는 배경 표현은 감성적인 장면 표현과 주제 부각에 모두 장점을 갖습니다. 35mm 풀프레임, APS-C 규격 카메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도표현의 한계가 있는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의 경우 밝은 조리개값의 렌즈에 대한 사용자들의 갈증이 더욱 큽니다. 이 렌즈의 F1.7 최대 개방 촬영은 그 아쉬움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부족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낮은 심도 표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렌즈입니다. 최신 렌즈답게 저렴한 가격에도 최대개방 화질이 뛰어나 염원했던 아웃 포커스 촬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죠.
25cm의 근접 촬영 성능은 실제 사용하며 돋보인 이 렌즈의 매력입니다. 환산 50mm 렌즈임을 감안하면 매우 가까이 들이대 촬영할 수 있기 때문에 간이 접사 못지 않은 근첩 촬영이 가능하며 F1.7의 최대 개방 조리개를 함께 활용해 대상의 일부분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킨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용하며 느낀 이 렌즈의 근접촬영 성능은 ‘어?’하는 감탄사를 몇 번 내뱉게 할 정도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단초점 렌즈의 탄탄한 기본기
- 100% 확대 -
저렴한 가격 그리고 가벼운 무게지만 단초점 렌즈 특유의 고화질을 G 25mm F1.7 ASPH. 렌즈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F1.8 최대 개방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100% 확대하니 인쇄물 표면의 미세한 패턴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해상력을 자랑합니다.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해 극대화한 GX85의 성능을 G 25mm F1.7 ASPH. 렌즈가 뒷받침할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저렴한 가격에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야경 촬영의 핵심 포인트인 빛갈라짐, 빛망울을 조리개별로 테스트 해보았습니다. 빛갈라짐은 F11 부터 또렷하게 나타나 F22에서 가장 크고 날카롭게 표현되며 빛망울은 F1.7 최대개방에서 원형으로, F2.0부터 서서히 각이 드러나며 7각형 형태로 표현됩니다. 이 렌즈의 해상력은 가격대비 우수하지만 아쉽게도 멋진 야경을 찍기 위해서는 다른 렌즈를 선택하는 편이 더욱 편하고 빠를 것입니다.
부담없이 즐기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만의 즐거움
저렴한 가격에 알차게 담은 성능. GX85 혹은 다양한 루믹스 시리즈를 통해 사진을 시작한 사용자들이 12-32mm 표준줌 렌즈에 이어 선택할 두번째 렌즈로 이 렌즈가 떠오르는 이유입니다. 외형은 불만 투성이었지만 본래 역할인 화질과 촬영 성능에선 부족함 없이 충실한 이 렌즈를 처음 구입할 때 했던 생각보다 오래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벌써 다음 포스팅이 GX85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마지막답게 GX85를 다시 한 번 훑어보며 한달간 사용하며 느낀 제 소감 혹은 감상을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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