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알아야 할 모스크바, 러시아에 관한 몇 가지 정보
이번 모스크바 여행은 사실 꽤 오랜 준비 기간이 있었습니다, 물론 준비만 너무 길어져 결국 빈 손과 다름 없이 떠났지만요. 그래도 한창 이 미지의 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 노력도 했었지만,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러시아’는 아직까지 여행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여행지로서 매력이 없는건지 러시아 정부의 의지 부족인지 저 역시 떠나기 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블로거들의 여행 후기 정도에 불과했으니까요. 여행 가이드북을 구입하려 서점에 가 봐도 모스크바 혹은 러시아 여행 관련 책은 찾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 저보다 먼저 모스크바를 다녀 가신 몇몇 분들의 책을 통해 그래도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보 자체를 위해서라면 그 책을 추천하기는 힘들겠네요 -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선입견과 일부 겉핥기식 여행을 통한 왜곡된 이야기들이 무척 많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본격적인 여행기를 풀어 놓기 전에 모스크바 여행을 준비하고, 또 열흘 가까이 여행하면서 알아보고, 또 직접 느낀 모스크바, 그리고 러시아 여행에 대한 몇 가지 단편적인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물론 저도 오랜 기간 거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틀린 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저의 여행 기간동안 느낀 점이자, 저처럼 처음 모스크바 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한 정보라고 이해해 주세요.
극한 체험, 1월의 모스크바
한국의 겨울과 마찬가지로 모스크바 역시 1월은 일년 중 가장 추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 '추위'의 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컸습니다. 때마침 제가 방문했던 1월 둘째주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기간이어서 제대로 체험하고 왔어요. 서울에선 두꺼운 코트도 잘 입지 않는 제가 모스크바에서는 내복을 입고도 코트를 두 벌 입고 다녔습니다. 그랬는데도 길을 걷다 새끼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작은 사고가 있었죠.
그나마 한 달 내내 눈이 오고 흐리다는 12월보다는 간간히 맑은 날을 볼 수 있는 1월이 관광하기엔 더 좋다고도 하는데요, 영하 30도의 혹한을 직접 겪어보니 차라리 덜 춥고 흐린 날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모스크바의 겨울은 영하 20도는 일단 들렀다가 오는 기온도 기온인데다 바람이 강하고 시리고, 해까지 짧아 한낮에도 춥습니다. 러시아 겨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내복과 그리고 모자, 장갑을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핫팩도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겨울의 모스크바에선 종종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폭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눈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강추!
- 저는 눈을 참 좋아하는데도, '이제 그만 좀 하지' 싶었습니다 -
물론 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그나마 얼마 안 되는 해마저 떨어지고 나면 눈발은 더욱 매섭게 느껴지고, 의지할 곳 없는 추위가 시작되죠.
차라리 눈이 오면 체감상 덜 추워서 다행이다 싶지만, 내리는 눈을 맞다보면 체온이 금방 떨어지고 손, 발이 얼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래서 겨울 모스크바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모자와 장갑은 필수입니다. 아마 10월부터 3월까지는 챙기셔야 할 거에요
영하 20도면 오늘은 그나마 온화(?)한 아침이군요..?
겨울이면 강은 내내 이렇게 얼어 있습니다.
이 곳이 북극과 얼마나 가까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풍경
그리고 얼마 안 되는 멀쩡한 물(?)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친구들
여행 기간 동안 마주친 대부분의 모스크바 시민들은 모자는 꼭 착용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터운 외투보다 오히려 생명과 직결(?)되는 모자와 장갑 등의 방한 용품이 이 곳에서는 필수품인 것 같아요.
추운 날씨에 돌아다니다 보니 두통이 오더군요, 구구단도 가물가물한 것 같고.
하지만 정신 못차리고 아이스크림을 먹기도 했죠,
물론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후회가 시작됩니다.
- 아, 이제 추위는 좀 그만..... -
유난히 해가 짧은 모스크바의 겨울
겨울의 모스크바는 하루에 낮이 여섯-일곱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해 뜨는 시각이 대략 아홉시, 해 지는 시간이 서너시로 날씨라도 흐린 날이면 하루의 대부분을 어둠 속에서 보내야 하죠. 반대로 여름이면 밤 열한시까지 해가 지지 않는 백야를 보내게 되죠.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이 우려될 정도로 극단을 오가는 날씨, 그 중 겨울은 아무래도 러시아 관광 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되지 않는 낮시간 동안 부지런히 돌아 다녀야 하거든요. 하지만 밤이 긴 만큼 밤을 즐길만한 것들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마침 제가 찾았던 시기는 러시아의 새해 및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일년 중 가장 화려한 모스크바의 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겨울에 모스크바를 여행하시려면 가급적 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춥긴 하지만 한 번 도전해 볼 만 하지 않나요? :)
- 아침 아홉시, 이제서야 해가 보일듯 말듯 -
- 게다가 날이 흐리기도 하면 종일 이렇습니다. -
- 오후 세 시, 점심 먹고 이제야 구경 좀 하려니 땅거미가 내려앉는 신비의 도시 -
- 오후 다섯시면 이미 이 곳은 한밤중입니다, 뭐 이런... -
가장 짧은 시기에는 하루 중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여섯시간 남짓입니다. 게다가 흐리고 눈이 자주 오는 날씨 때문에 그마저도 보기 힘든 날이 많습니다.
새삼 한국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상기하면서, 사람이 해를 보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건강이 나빠진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 긴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해 모스크바의 야경, '밤의 축제'는 어느 도시보다 일찍 시작됩니다.
오후 두시부터 건물과 가로등에 조명이 들어오고, 해가 지고 나면 골목과 건물마다 화려한 불빛을 뽐내며 낮보다 아름다운 밤 풍경을 완성하지요.
모스크바의 겨울 밤은 낮보다 더 춥고 지겨울만큼 길지만, 유명 관광지를 굳이 찾지 않아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도시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습니다.
- 마네쥐 광장의 크리스마스 풍경 -
굼 백화점과 붉은 광장의 야경은 단연 모스크바에서 최고임은 물론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러시아의 땅 덩어리 만큼이나 엄청난 크기의 백화점은 건물 전체가 조명 장식되어 있으며, 해가 일찍 지는 날씨 탓에 오후부터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여행 기간 동안 총 세 번이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낮과 밤, 그리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의 풍경이 모두 아름다웠고. 기회가 된다면 계절마다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긴 긴 밤을 보내기 위해 동네마다 골목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립니다. 땅이 넓으니 곳곳에 공원도 많고 밤을 보내는 시민들의 열정들도 대단합니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러시아 사람들
많은 여행객들이 모스크바 여행의 애로사항으로 꼽았던 것으로 굳어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꼽습니다. 어딘지 화난 표정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연히 친절해야 할’ 상점이나 식당 점원들의 무뚝뚝한 태도가 당황스럽기도 한데요, 한국 풍경에 익숙해진 저는 거리와 지하철 속 사람들의 굳은 표정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늘 보아오던 풍경이니까요, 다른 게 있다면 모스크바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정도? 공산주의 영향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웃지 않는 것이 당연시 되어 왔지만, 소련 붕괴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표정들이 확연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쇼핑몰이나 식당 직원들은 한국과 다름 없이 친절하고 미소도 잘 지어줍니다. - 팁 때문에 그랬을까요? -
물론 이 곳에서 며칠 지내 보니 이렇게 추운 날씨에 웃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찡그려진 제 표정을 보면서 이들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하긴 저도 웃으면서 걸어다니진 않으니까요. 사진 속 사람들이 묘하게 모두 찡그린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길에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생각보다는 밝았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연인들이 참 많았어요,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표정은 어디나 똑같습니다. :)
아이들의 표정은 세계 어디를 가나 밝고 예쁩니다 :)
러시아, 거기 안전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 아니야?
실제로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 지인들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추운 날씨나 비행기 사고가 아닌 현지의 치안 상태였습니다. 저 역시 러시아라고 하면 근거 모를 두려움과 불신이 맘 속 어딘가에 있었는데요, 실제 가 본 모스크바의 치안 상태는 지레 겁먹고 여행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뚝뚝한 사람들의 표정, 네시부터 시작되는 밤, 어딘가 어둡고 축축한 도시 분위기, 낡고 오래된 골목 등 공포감을 조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지만 열 이틀 동안 저는 별 탈 없이 밤 늦게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왔습니다(?). 물론 경기가 크게 어려워진 요즘 여행객을 노리는 구걸꾼이나 소매치기를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몇몇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치안이 좋지 않은 유럽의 일부 도시들에 비하면 오히려 양호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리와 지하철역마다 상당히 많은 수의 경찰들이 수시로 순찰을 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경찰력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뜻도 되겠지만, 치안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의지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행객이니 늦게 돌아다니거나 부를 과시(?)하고 다니다가는 위험하겠죠?
저는 소매치기의 타겟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방을 매지 않고 휴대품을 코트 속주머니 등에 휴대했습니다. 그리고 밤길이나 밤에 지하철을 탈 때 카메라는 되도록 보이지 않게 숨기고 다녔구요. 덕분에 여행 기간 동안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물론 한밤 중에 사람 없는 골목길이나 취객이 어슬렁대는 지하도를 건널 때는 조금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아마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들도 쉽게 밤늦게 다닐 수 없는 것도 같습니다. 다음번에 찾을 때는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러시아에선 러시아어
적어도 모스크바에선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영어로 길을 묻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원,투나 오케이, 땡큐 정도의 만국공통어(?)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뭐 물론 간절한 눈빛과 손동작이면 결국 마음과 마음은 통하기 마련이라지만, 혹시나 현지인과의 로맨스라도 꿈꾸신다면 미리 러시아어 몇 문장 정도는 외워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워낙에 큰 나라에, 그것도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굳이 영어를 사용할 필요를 못 느끼거나, 혹은 러시아어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 러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여행객은 행여나 물건을 사거나 식사를 할 때마다 크고 작은 애로사항이 꽃피었었죠.
- 다행히 대부분의 시민은 대답을 못하시더라도 환하게 웃어주시기는 했어요 -
러시아어는 영어와 비슷한 듯 많이 다른 키릴 문자를 기반으로 한 언어인데요, 각 알파벳의 발음만 어느 정도 익히면 생각보다 원하는 상점을 찾거나 글자의 대략적인 의미를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는 영어 맥도널드의 발음을 러시아어로 옮긴 Макдоналдс이고, 스타벅스 역시 Старбакс 가 됩니다. 러시아어의 기본 발음을 한 번 볼까요?
여행 준비 중에 이 충격적인 글자들을 보고, 기본 회화를 익혀가야겠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백지화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숫자도 너무 많거니와 어딘가 비슷한 글자들도 많고 영어와 모양은 같은데 발음이 전혀 다른 것이 많아서 오히려 더 헛갈리더군요. 다행히 자주 사용되는 몇 스펠링이 여행 며칠이 지나면서 눈에 들어오고, 일주일쯤 지나니 떠듬떠듬 읽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뜻은 모르지만요.
게다가 최근엔 많이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노선도나 관광지 표지판 등에도 영어가 잘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많은 분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다행히 지금은 곳곳에 영어가 함께 표기되어 있어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가게 간판 같은 경우에는 글로벌 브랜드 빼고는 대부분이 러시아어라 약국을 찾는데 크게 애를 먹은 기억이 있었어요. 이런 상점의 표기 등은 미리 알아두고 가면 완벽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실 요즘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이 많은 시대에는 간판만 보고도 알 수 있는 가게들이 많죠. 스타벅스, 맥도널드, 던킨 도너츠, 버거킹 등등-
자, 이 정도면 떠날 준비가 된 것 같으니
이제 출발해도 좋겠죠?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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