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통신비 절약을 위한 러시아 현지 통신사 개통
요즘 여행이 얼마나 편해졌는지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두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하나 챙겨가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안내소 지도 받으러 헤매지 않아도 되고, 관광객 티 팍팍 내면서 무거운 'OO 여행 즐기는 법' 책 시리즈 들 필요 없고, 관광지 정보 미리 메모해 갈 필요 없이 현장에서 검색하면 되는데다, 검색 어플 통해 현지인과 의사소통까지 가능합니다.
몇 년 전 폴더 폰 들고 떠났던 여행을 생각하면 손 위 스마트폰의 존재만으로 외국 여행이 얼마나 편하고 쉬워졌는지, 새삼 놀랍습니다. 저도 이번 여행에서 절실하게 느꼈는데요, 계획을 채 세우기 전에 도착해 버린(?) 이 곳 모스크바에서 내일 어디 갈 지 결정하고, 다닐 때 길 잘 찾아다니고, 먹을 거 잘 챙겨먹고, 걱정하시는 부모님과 보이스톡까지 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이 바로 이 녀석입니다. -어쩌면 제가 폰을 따라 여행을 다닌 건지도 모르겠네요 -
그래서 요즘 해외 여행의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세상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가 이 작은 기기 하나에 몰려 있어 답답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이 녀석이 제 구실을 못하거나 사라지기라도 하면 그대로 여행이 깜깜해지니까요- 어쨌든 여행 풍속이 크게 바뀐 것, 엄청나게 편해진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외국에서 필요한 것은 이 스마트폰과 '데이터 통신', 그래서 Wi-Fi를 찾아 호텔 방 벽에 붙거나 식당이고 카페를 찾아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요, 글로벌 세상에 맞춰 통신사에서 해외 데이터 무제한 로밍 플랜이 생겼습니다. 더 이상 Wi-Fi를 찾아 헤매이지 않아도 된거죠. 저도 이번 여행에서 약 4일간 이 로밍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데이터 무제한 로밍, KT 나빠요 싫어요
-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 로밍 무제한 서비스, 하루 만원에 부가세까지 하면 비싼 가격입니다. 서비스는 글로벌, 가격은 안글로벌 -
이것 하나로 해외 여행이 얼마나 편해지는가를 생각하면, 하루 만원쯤 투자해도 괜찮겠다 싶지만, 부가세 포함 하루 11000원의 요금은 귀국 후 예상치 못한 폭탄이 되어 날아올 수 있죠. 러시아도 물론 데이터 무제한 로밍 지원 국가입니다. 그래서 저도 출국 때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러시아 현지 통신사 심카드를 구입한 후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 조금 늦은 1월 7일에 유심과 통신사 플랜을 구입하고,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8일 오후에 로밍 서비스 해지를 신청했는데요, 이 때 문제가 조금 있었습니다.
만 24시간 단위로 책정되는 요금 체계에 따라 제가 서비스를 신청한 기준 시각인 4시가 되기 전에, 그러니까 3일째에서 4일째로 넘어가기 전 3시 50분쯤부터 전화를 했는데요, 상담원 대기 시간이 긴 것이야 그렇다 싶습니다만 대기 없이 전화가 그냥 끊겨버리는 상황에, 다시 연결된 전화에서 다시 대기하다 4시를 1,2분 남긴 즈음에 통화 연결이 되었고, 상담원분이 해지 처리를 하는 순간 4시가 넘어버린 것입니다. 몇 초 차이로 하루치 요금이 부과된다는 얘기에 대기에 따른 업무 지연에 대한 말씀을 드렸지만, 방법이 없다는 말 밖에요. 알겠다고 했지만, 전부터 KT의 고객 응대는 돈 받는 일에는 전지전능하고, 고객 편의에는 무능력한 모습을 참 많이 보았습니다. 다녀와서 오래지 않아 다른 통신사로 옮긴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행때 데이터 무제한 로밍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은 해지하실 때 참고하셔서 시간 여유 있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Anyway, 러시아에는 많은 통신사가 있지만 여행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통신사 -매장 많고 충전 쉽고- 는 이 셋 정도가 눈에 띄더군요
그리고 저는 이 중에서 가장 로고가 예쁜 벌꿀 통신사를 선택합니다.
후에 들은 얘기로 이 Beeline 통신사가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해서 학생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하네요.
아무튼 모스크바도 한국 O월드, O레처럼 거리에 통신사 매장이 많고, 공항이나 쇼핑몰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대리점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통신사 플랜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리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영어를 통한 원활한 의사소통을 기대하기보단 'i need data plan' 같이 꼭 필요한 의사를 기어이 전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준비해 가시면 되겠습니다. -저도 구입은 했는데 사실 무슨 플랜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물론 문제가 생겼죠-
무사히 구입한 비라인의 유심카드, 아이폰을 보여주니 친절하게 나노심으로 컷팅도 해 주셨습니다
4G라고 씌여있긴 하지만, 일주일 넘게 이 Beeline 통신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LTE 연결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전설 속의 4G
언제나 이 유심을 끼는 순간은 묘한 떨림이 있습니다. '이번엔 어떤 문제가 생겨서 날 골치 아프게 할까'라는 기대감이요.
일단 대리점 직원분께서 친절히 유심은 잘라 주셨지만 트레이를 뺄 핀이 없는 바람에 대용을 찾느라 이미 한차례 스트레스가 오른 상태로 심카드를 끼워봅니다.
상단 캐리어 문구를 보니 다행히 심카드는 잘 인식된 것 같은데, 저 문구가 어딘지 마음에 걸립니다. 다른 곳에서 본 적 없던 저 메시지는 아이 메시지 사용을 위해서도 통신사 플랜을 구매해야 된다는 뜻인가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왜냐, 전화 통화는 되는데 데이터가 전혀 되지 않았거든요.
데이터, 데이터가.
나는 데이터 때문에 이걸 샀는데.
간신히 연결된 이 화면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러시아어는 모르지만 저 아이콘이며 빨간 글씨를 보니
'돈 더 내'
라는 뜻이겠죠?
정확한 플랜 내용은 모르지만 아마 데이터 플랜을 위해서는 구입 당시 지불했던 200루블 외에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휴대폰 플랜은 통신사에서 손쉽게 심카드를 구입한 후 해당 번호에 요금을 충전하며 사용하는 방식인데요,
우리나라처럼 따로 가입비를 내거나 월 정액 요금은 책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휴대폰 구입은 조금 어렵다고 합니다. 통신사를 통한 할부 개통이 없어서 일시불로 휴대폰을 구입해야 하니까요. 일단 통신 요금은 무척 저렴해 보입니다.
그럼 충전은 어떻게 하느냐,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통신사에 가서 직접 요금을 충전하거나 곳곳에 설치된 저 충전기를 통해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저 충전기는 전철역, 쇼핑몰, 호텔, 거리 등 곳곳에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요,통신사를 선택한 후 번호를 입력, 충전할 금액을 넣는 방식입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번호를 잘못 입력할 경우 다른 분께 억지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날 저는 더 달라는 198루블보다 넉넉한 250루블을 충전했고 충전 후 10분 정도가 지나니 3G 통신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한 번 충전한 금액, 합쳐서 약 9000원 정도에 출국일까지 약 9일 동안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했으니 데이터 로밍 서비스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죠.
해외여행시 꼭 현지 통신사를 이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전 와이파이 탐험 시대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편하다는 명목 하에 현재 요금은 너무 비쌉니다-
참, 제가 250 루블을 충전한 이유는, 대리점이 아닌 충전기를 통해 요금을 충전할 경우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인데요
250루블 중 19.7 루블, 약 8% 정도가 수수료로 빠져나갔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큰 금액입니다. -이 도둑놈들-
그래서 가급적이면 통신사 대리점을 통해 충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만
대리점 가서 또 직원과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 3개 국어 배틀할 생각을 하니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집니다.
참 러시아의 무선 통신 환경은
LTE A고 몇밴드고 언제나 최신 무선 통신 규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한국의 무선 통신 환경에 익숙해진 저에게 모스크바 통신 환경은 대략 7-8년 전 3G 통신을 연상시켰습니다. 연결 상태도 불안정하고 속도야 뭐 LTE 통신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당연히 답답합니다. 게다가 지하 깊숙히 내려가는 모스크바 지하철에서가 문제인데요, '이 지하에서 휴대폰이 되나?'라는 그 걱정 그대로, 대부분 구간에서 연결이 되지 않거나 2G로 동작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왜 모스크바 시민들은 지하철에서 한국인처럼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지, 그 이유가 밝혀진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요금이 저렴하니 잠깐 이용하는 여행자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위로해봅니다.
그렇게 생각해야죠 뭐
이렇게, 돌아오는 날까지 여행친구 스마트폰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였습니다.
KT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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