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여행으로의 이끌림 - 모스크바, 러시아
여행은 이미 몇 주가 지나고, 거리 풍경과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도 이제 어렴풋하게, 동화속 풍경같던 건물들과 낯선 얼굴들도 이제는 꿈처럼 아득할 정도로, 그렇게 여행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모스크바였을까?’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왜 일년 중 가장 춥다는 1월 첫 주에 굳이 그 곳에 ‘극한 체험’을 하러 간 것인지. 그것도 러시아라면 푸틴밖에 모르던 제가 말이에요.
겨울이면 한국도 충분히, 아니 과분하게 춥습니다. 매일 아침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가방보다 무거운 옷가지를 몇 겹씩 겹쳐입기도 하고, 가끔은 추운 날씨에 외출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저는 추위에 강한 편이긴 합니다. 혹한기 훈련 때도 내복 없이 지냈었고, 뚱뚱보 패딩 점퍼 하나 없이도 겨울을 잘 나니까요. 그렇다고 이 곳의 겨울이 시시해서, ‘진짜 겨울’을 경험하러 그 곳에 향한 건 아닙니다.
러시아와 모스크바의 문화와 유명한 예술가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건 더더욱 아닙니다. 원래 이번 여행의 최초 목적지는 체코 프라하였으니까요.
아무리 이유를 물어본들 그저‘미쳐 있었다’고 할 수 밖에요.
그렇게 저는 뭔가에 홀려 2015년의 시작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로 10박 12일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 여행기를 마무리하게 될 때 쯤이면 알게 될까요?
왜‘모스크바’여야 했는지.
'겨울 나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여행 준비는 생각보다 까다로웠지만, 오히려 수월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에 대해 주변의 조언을 전혀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미지의 땅’이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블로거들의 여행기를 엿보거나 서점에서 관련 책을 구입해서 보는 것 뿐. 그나마도 도쿄, 방콕, 파리, 런던 같은 대표적인 여행지와 달리 모스크바는 그 흔한 가이드북 하나 찾기 힘들었습니다. 갈수록 '이 여행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의구심이 점점 짙어졌지만, 막상 티켓을 구입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군요. ‘이제 뭐 어쩌겠어, 가야지.’
대부분 ‘장소’와 ‘시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여행 계획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디를 꼭 가야하고, 무엇을 꼭 봐야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리스트를 만들어 한정된 날짜에 효율적인 동선으로 배치를 하는 것이 혹자는 여행 준비의 백미이자,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하죠. 물론 저도 모스크바의 관광지들의 정보와 위치를 한동안 알아보았습니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손을 놓게 되더군요. 너무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은 미친 여행에 대한 실례라는 제 안의 목소리였던건지, 꼭 보고 싶었던 성 바실리 성당과 붉은 광장, 아르바트 거리를 제외하고는 ‘백지’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머리는 ‘발 닿는대로 느끼는 것이 여행이지’라며 저를 설득하지만, 막막함에 그냥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놓아버린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오히려 언어 문제가 갑갑한 제 마음을 홀가분하게 해줬습니다. 제가 러시아어에 능해서였나고요? 물론 아닙니다, 애초에 단기간에 익힐 수 없는 난어인데다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 도시라는 이야기 덕분에 일찌감치 손짓발짓 하며 땀 흘리게 될 미래를 받아들이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이렇게 미친 여행은 아무런 준비 없이 '시베리안 왕따’ 스토리를 향해 치닫습니다.
그럼에도 단 하나 수 없이 외우고 또 외운 것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환율 - 복 받은 줄 알았었네
미치지 않았던 것은 숙소 하나 뿐
[전체 보기] 한겨울 모스크바, 10박 12일의 미친여행
한겨울 모스크바, 10박 12일의 미친여행 - Prologue, 왜 모스크바였을까?
2. 모스크바행 특급 열차, 아에로 익스프레스 (Aero Express)
3. 모스크바 여행의 시작, 예술을 사랑한 거리 아르바트 (Арбат)
4. 모스크바의 모든 감동은 붉은 광장으로부터 - Red Sqaure (КРАСНАЯ ПЛОЩАДЬ)
5. 허기진 여행자를 위한 Shake Shack(쉑섁) 버거 [본격 모스크바 맛집 탐방]
9. 꿈에 그리던 성 바실리 대성당과의 만남 (아직도 난 널 잊지 못해)
10. 러시아 현지 통신사를 사용해보자, Beeline 개통 및 사용기
11. 모스크바의 까만 밤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마네쥐 광장
14. 모스크바 시민의 발, 그리고 여행자의 날개. 모스크바 지하철 미뜨로(метро)
15. 러시아의 영혼이 살아 있는 거리, 푸쉬킨스카야 (부제 : 걷다 보면 알게되는 것들)
16. 밤의 도시, 겨울의 모스크바. 그리고 가장 모스크바 다운 풍경
18. Lumiere 갤러리에서 만난 엘비스 프레슬리 (뤼미에르 갤러리, 사진전)
19. 그림 같았던 노보데비치 공원, 폭설 속의 겨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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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모스크바 스타벅스에 간 이유 (모스크바 텀블러 구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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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모스크바 최대 쇼핑타운 유러피안몰 (Европейский), 폭풍 쇼핑 위험지역!
24. 모스크바 여행 최대의 해프닝, 2000루블에 얽힌 슬픈 이야기 (왜 그는 나에게,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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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미친 여행자의 안식처, 숙소 이야기 [모스크바 호텔 &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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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사진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스크바 사람들, 모스크비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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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문화와 여가가 공존하는 러시아 종합 전시 센터 VDNKh (ВДН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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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러시아 전통 인형 마뜨료시카를 살 수 있는 곳, 모스크바 전통 시장 이즈마일롭스키 (Измайловский)
Epilogue, 미친 여행의 마무리 - 이래서 모스크바여야만 했다 [Last &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