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심장부에 우뚝 솟은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짧지만 강렬한 모스크바의 핫플레이스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곳에 대한 내용은 여행기에 넣은 계획이 없었습니다만, 모스크바 그리고 러시아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행자들이 모스크바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주요 관광지 중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저는 사실 이 곳에 방문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인연이 있었던지 아르바트 골목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걷던 길 끝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을 만났습니다. 정말 우연히 시작된 이 날의 여행이었죠.
이 날도 모스크바 답게(?) 폭설이 내려 새하얀 저 대성당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횡단보를 사이에 두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싶어 건너편을 보았더니 성 바실리 대성당 못지 않게 아름다운 건물이 있더군요. 이 건축물이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대성당이었다는 것은 다녀와서야 알았습니다.
모스크바의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러시아 국교와도 같은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성당으로 전체 높이가 105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동방 정교회 성당이라고 합니다. 1883년 최초 건설되었지만 구소련 시절 스탈린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시대에 와서 재건축되었다고 합니다. 러시아 전통 양식의 흰색 건물에 빛나는 금색 지붕이 아름다운 건축물이죠.
현재도 운영 중인 정교회 성당이므로 촬영은 불가능합니다.
과거 종교 건물이었지만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많은 관광지와는 달리 현재도 이 그리스도 대성당은 러시아 종교를 상징하는 건물로, 어느 곳보다 경건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내부 촬영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이 아름다운 대성당 내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심히 안타깝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했던 이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줄을 서서 입장해 안에서 신에 대해 예배와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기도를 위해 곳곳에 촛불을 놓는 곳도 많았구요.
무엇보다 이 105m의 대성당은 이 넓은 건물을 어떻게 이렇게 빈 틈 없이 채울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화로운 내부 장식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대한 지붕 끝까지 그들이 모시는 러시아 정교회의 신이 그러져있었고 건물 내부는 사치스러울 정도로 금장식이 가득했습니다. 내부의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성 바실리 대성당보다 이 그리스도 대성당이 몇 배는 우위였어요. 그래서 이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을 뒤늦게나마 모스크바 여행에서 빼놓지 말고 가야 할 곳으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모스크바강에 인접해있으며 성당 뒷편엔 모스크바 강 다리로 건너편과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모스크바 풍경이 참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는데요, 매일 흐린 날씨 때문에 속상했었지만, 이 날은 흐린 날씨에도 강 주변 풍경이 꽤나 멋졌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모스크바 강 너머로 보이는 빨간 불빛들이 바로 붉은 광장입니다. 이 때 시각이 오후 세시 정도였지만 짧은 모스크바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었죠.
구세주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 그리스도 대성당은 붉은 광장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가장 '핫'한 장소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스크바는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큰 동방 정교회 건물이기 때문인데요, 추운 날씨에도 끝 없이 인파가 모여들었고 기도를 하거나 초에 불을 붙이고, 신과 교회에 대한 기념품을 사는 손길에서 종교에 대한 이들의 진지함과 신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날 눈이 참 많이 오고 추운 날씨였는데도 이들의 열정은 전혀 식지 않더군요.
이 날짜 즈음해서는 며칠 동안 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쉴 새 없닌 눈이 왔습니다. 그래서 제설차의 움직임도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분주했는데요.
겨울이면 내내 눈이 오는 모스크바에선 이 제설차의 숫자 또한 대단합니다. 거짓말 좀 보태 골목마다 한 대씩 다닐 정도로 그 숫자가 많고, 눈을 직접 쓰는 환경 미화원의 숫자도 많아서 그 많은 눈이 도로에 채 쌓일 틈을 주지 않고 계속 밀고 쓸고 나갑니다. 겨울철 이 '눈'이 창출하는 고용 효과가 어마어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역시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에서 온 청년 답습니다. 쌓인 눈을 두면 길에서 얼어 자칫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아마 이 곳의 역사를 통해 이 사람들은 이 제설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거겠죠.
그리스도 대성당 앞의 다리를 건너며 건너편 풍경을 보니, 얼마 전에 갔던 뤼미에르 갤러리가 있네요(http://mistyfriday.tistory.com/2125), 저 너머엔 표트르 대성당이 있구요. 이렇게 보니 모스크바도 참 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낯설었던 이 땅을 색칠공부하듯 조금씩 익혀 가는 것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이 날 아르바트부터 이 뤼미에르 갤러리까지 먼 길을 걸으면서 ‘모스크바 네비게이터’가 됐다는 자만심에 빠지게 되었죠. -마치 홍대 맛집 골목 외웠다며 뿌듯해하는 것마냥-
모스크바의 밤을 화려하게 수 놓는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
밤이 되면 이 까만 모스크바 하늘에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건물 중 하나가 바로 이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입니다. 엄청난 규모도 그렇지만 하얀 건물 전체를 밝히는 조명 시설도 잘 되어 있고, 바로 앞으로 모스크바 강 다리가 이어지니 이 곳에 시선이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사진은 뤼미에르 갤러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사진전을 본 후, 모스크바 강을 따라 무작정 걷던 길에 찍었는데요, 이 때만 해도 모스크바의 대형 레스토랑 정도로 생각했던 이 건물이 이제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바로 그리스도 대성당이었습니다. -몰라봐서 미안미안해요-
놓치지 말아야 할 곳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짧게나마 소개합니다.
폭설에 이 아름다움을 다 담아낼 수 없었던 데다 내부 사진도 찍을 수 없어 이렇게 몇 장의 사진만으로 보여드린 곳이지만,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은 분명 모스크바 그리고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 중의 하나입니다. 러시아 역사와 함께해 온 그들의 종교를 대표하는 건물이니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그 규모와 화려함에 있어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는 모스크바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붉은 광장의 굼 백화점과 성 바실리 대성당 등을 돌아본 후엔 이 그리스도 대성당을 꼭 한 번 들러보시라 추천합니다. 현재까지도 그들을 지탱하는 러시아의 정신, 신앙의 모습, 오랜 세월동안 쌓인 그 흔적들을 모스크바의 어느 건물보다 크고 아름다운 배경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야경까지 모스크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니 늦은 오후에 가서 야경까지 감상하고 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하루가 되겠죠?
이 믿을 수 없는 거대한, 그리고 아름답기까지 한 대성당을 보며 새삼 러시아 건축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고, 경건하게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을 보며 신앙의 무게와 이들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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