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마지막 남은 가을의 조각이 화려했던 계절의 살점이 이제 다 떨어져버려 색 잃은 풍경만이 가득한 도시 시간은 참으로 무정하기도 하지 다가오는 이에게만 너그러우니 말야.
나란히 자란한 자연의 조각들 보고 있으면 고마워진다, 나도 이 것들과 함께 살아있음이.
뱃속까지 들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들어간 작은 카페, 그리고, 남자들의 수다. 분위기 삼청 겨울, 2011.
창가에 소담스럽게 세운 저 작은 집들 햇볕 잘 드는 저런 곳에 집짓고 사는, 저 집 주인들은 얼마나 행복할지.
우리의 대화가 끝난 후, 그리고 떠난 뒤 헝클어진 저 자리만이 오늘의 우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웃고 울고 떠들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부터 간직하는 이로 태어난 고마운 존재여.
가린다고 가을햇살이 들어오지 않겠어? 외면하는 척 한다고 마음이 너로 젖지 않겠어? 마음이란 건 햇살처럼 모든 방향에서 나로 내리쬐는 것.
이렇게 금빛 가을 햇살 쏟아지는 날엔, 버스가 왠지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될 지도 모르지.
걷다보면 마주치는 끝도 없이 모두 다 다른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다른 표정과 생각들. 매일 우리는 무슨 생각들을 그렇게 많이 하며 살까.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있어보고 싶은데
가을엔 하늘이 두 개라 종일 눈을 뗄 수가 없다.
결국 다 떨어진다, 결국 다 잊혀진다, 결국엔 다 사라져버린다.
사방에 축복이 가득한 가을길, 손도 잡고, 즐거운 얘기도 나누면서, 그리고 가끔 마주보고 웃으며 그렇게, 같이 걸을까?
무엇을 위해서 이 숨막히는 도시에 살고 있을까 조금은 더 여유있게 살아도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