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어둠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빛을 향해 달려가는 가장 행복한 그 순간에도, 그게 어둠 속이라야 진정 벅차오를테니.
불공평하게도 벤치는 늘 쓸쓸하기만 하다.
해질녘 놀이공원은 그 즐겁던 관람객의 표정들도 직원들의 무표정도 모두 떠나 즐겁지 않은 축제의 재만 남는다. 절반의 하루만 웃을 수 있는 남겨진 이들은 해가 지는 것이 누구보다 두려울지도.
TV 다큐멘터리를 보며 목표를 갖지 못하고 하루하루 먹이만 찾아다니며 사는 삶이 애처롭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저 생명이 갖는 무거운 의미를 모르고 살았다. 결국 나도 '인생의 목표'나 '의미'라는 허울 아래서 그저 오늘 하루 살아갈 뿐인데.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정감 가득한 풍경
매일 보는 창 너머 아침 풍경과 비슷한 내음의 아침 공기 사람들의 똑같은 표정들 속에서도 종종 감동을 느끼곤 한다. 그런 힘이,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살게 하는거지.
갑자기 내린 눈은 느닷 없이 받는 선물처럼 마냥 기쁘기만 해 겨울이면 언제든 돌아오던 그 친구 같아서.
너와 나 손과 손 마음과 마음 함께 한다는 건 기쁘거나 즐겁다는 말 따위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감동
어딘지 모르는 길에 노을 하나에 매료되어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내려 서서 찍은 사진 한 장 좋은 카메라가 아니어도 정신 차리면 다시 찾아 갈 길 때문에 머리가 좀 아파도 내가 주인공인 이 영화의 스틸컷을 한 장 한 장 남기는 것, 이런 게 사는 즐거움 아닐까.
봄이 오는가 싶더니 여름이 오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도 지나더니 가을은 없는 듯 금방 가버리고 그렇게 겨울도 와 버렸고. 너 없이 겨울이 벌써 세 번이나 돌아서 왔는데, 왜 너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차라리 니가 계절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무언가를 가만히 바라보는 일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움직이지 않는 것들 속에 있는 역동적인 메시지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지금 이 순간에도 일 초씩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신기하고, 위대하며 소중한가.
2011, 어떤 장면으로 기억하세요, 기억하고 싶으세요? 어떤 곳, 어떤 일, 어떤 모습이든 활짝 웃는 표정으로 기억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