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새싹은 봄에 난다지만, 그래도 그린은 여름, 녹색이 가장 눈부신 계절.
조금 늦더라도, 버겁더라도. 같이 걷자.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을 보며, 그들의 자유를 빼앗아, 가둬놓고 예뻐해주는 일들이 어찌보면 손을 흔들며 웃고 있는 내가 너무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비의 계절이 끝나고, 꽃과 나비가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저마다의 얼굴, 저마다의 감정, 저마다의 생각. 그치만 이렇게 내려다보면, 그냥 '군중'. 비오는 날엔 우산을 써야 한다는 것, 언제부터 의심하지 않고 어쩌면 기계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
비를 머금어 왠지 더 쓸쓸해진 그림.
또 한 주를 마무리하는, 7월 어느 주말, 도시의 노을.
어딘지 모르는 끝을 향해, 잡을 것 하나 없는 돌벽을 의지해 잎을 피워 상승하는 너를 보며 밟을 곳이 없다고, 옳은 길이 아닐까봐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나를 또 한 번 반성하게 된다.
문득 걷다 하늘을 바라보고, 잠시 여기가 어딘지, 어딜 가던 중인지 잊게 해 준 어느 여름날의 노을
시원하고 담백한 콩국수 한그릇
언제 올지도 모르는 바람을 기다리며 불면 부는대로 재잘대다. 떠나면 그대로 멈춰 또 기다린다. 어디서부터 불어오는지 몰라도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몰라도 오늘도 앞으로도 기다린다. 바람, 당신.
매일 보던 일상에, 비가 덧칠하여 더욱 아름다워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