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의 포스팅을 올린 날짜를 확인하니 오늘로 4개월이 됐더군요. 그 사이 짧은 여행과 나들이가 몇 번 있었지만 원고다 연재다 해서 이 카메라를 제대로 활용해볼만한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외출때면 늘 가방에 혹은 외투 주머니에 휴대하는 카메라인 만큼 현재까지의 소감을 토대로 중간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다분히 주관적인데다, 작은 카메라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선호도가 많이 반영된 의견인 것을 감안해 봐주시면 비슷한 체급의 카메라를 구매할 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찍은 사진들 중 괜찮은 것들을 추렸고, 사진을 찍은 상황과 평소 이 카메라에 대해 느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 관련 지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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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여행, 부산 그리고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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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시 한 번 이 카메라의 능력들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혹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은 따로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OM-D E-M10 Mark III
- SLR 스타일 미러리스 카메라
- 1600만 유효 화소 Live MOS (17.4 x 13 mm)
- TruePic VIII 엔진
- ISO 200-25600 (확장 ISO 100)
- 1/4000~60 초 셔터 속도 (전자 셔터 1/16000초 지원)
- 121개 AF 포인트
- 8.6 fps 연속 촬영
- 3840 x 2160 30/25/24p 동영상 촬영
- 3” 104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틸트 조작)
- 236만 화소 전자식 뷰파인더, 배율 0.62배
- 330매 촬영 배터리
- 122 x 84 x 50 mm
- 410 g (배터리 포함)
이 카메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가장 아래 두 줄, 크기와 무게입니다. OM-D 시리즈의 막내로서 E-M10 Mark III는 현세대 OM-D 시리즈 중 가장 작고 가볍습니다. PEN 라인업에 조금 더 작고 가벼운 E-PL8이 있지만 뷰파인더 유무와 AF, 손떨림 보정 등 촬영 성능의 차이가 제법 있어 비교할수록 E-M10 Mark III가 갖는 장점이 도드라집니다. 전작인 E-M10 Mark II보다 크기와 무게가 조금씩 증가했지만 성능 향상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부분은 TruePic VIII 엔진. 1600만 화소의 구형 이미지 센서를 채용했지만 이미지 프로세서는 플래그쉽 카메라 E-M1 Mark II와 동일한 TruePic VIII 엔진으로 촬영 성능과 결과물 향상을 꾀했습니다. 거기에 컨트라스트 AF 범위와 포인트 수를 늘려 피사체에 대응하는 능력이 더욱 쾌적해졌습니다. 거기에 PEN-F에도 없는 4K 동영상을 채용한 것도 기대했지만 새삼 놀라운 업데이트 내용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역시 E-M1 Mark II, PEN-F의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보다 한 세대 이전인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채용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높은 샤프니스를 선호하긴 하지만 이미지를 트리밍하거나 인화를 할 때 못내 아쉬움을 느낍니다.
지금 당장 내 곁에 있는 카메라
외출할 때마다 늘 가방에 이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4개월간 사진을 찍지 않은 날이 더 많았지만 작고 가벼운 카메라는 그리 거추장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순간 마음에 드는 장면 앞에서 사진 생각이 날 때 한 번씩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모처럼 미세먼지가 걷혀 화창한 서울 하늘을 기념해, 코스모스를 유독 좋아하시는 어머니 휴대폰 바탕화면용으로, 우연히 만난 강아지와 고양이에 나도 모르게, 그리고 내가 사는 도시가 가끔 아름다워 보일 때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담았습니다. 4개월간의 기록을 모아놓고 보니 습관처럼 카메라를 챙긴 보람이 있습니다.
메인으로 사용하는 카메라가 있지만, 카메라와 렌즈를 합쳐 1.5kg에 달하는 장비를 매일 휴대할 수는 없습니다. 벌써 몇 달째 선반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중고 가격만 까먹는(?) 카메라를 보노라면, 필요할 때 마침 곁에 있는, 있을 수 있는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사진 중 대부분은 E-M10 Mark III가 없었다면 아이폰으로 담으며 아쉬워했을 테니까요. 전처럼 매일 무거운 장비를 휴대할 수 없는 요즘은 갈수록 이렇게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찾게 됩니다.
OM-D E-M10 Mark III의 크기는 122 x 84 x 50 mm입니다.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한 아이폰 X의 크기가 143.6 x 70.9 x 7.7이니 두께가 좀 두꺼운 것을 빼면 크기는 상당히 작습니다. 무게는 배터리 포함 410g으로 생수 한 병보다는 가벼운 편이고 타사 엔트리 제품보다는 조금 무겁습니다. 여기에는 엔트리 제품에도 최대한 메탈 소재를 덧대서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표준줌 렌즈 14-42mm F3.5-5.6를 마운트한 구성이 약 500g, 매일 휴대하기에 큰 부담이 없어 좋았습니다. 오늘도 사진을 한 장도 찍지 않았지만, 가방 속에 카메라가 있습니다.
작은 카메라가 만드는 큰 여행
작고 가벼운 이 카메라의 장점은 여행에서 극대화됩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앞둔 주변 지인들에게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추천하는 편인데, ‘포토그래퍼가 아니라면’ 크고 무거운 카메라를 매거나 들고 바쁘게 여행지를 활보하는 일이 꽤나 피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짧게 다녀온 부산 여행에서 이 작은 카메라는 코트 주머니 속에 있었습니다. 가방도 없이 편하고 즐겁게 여행하다 필요할 때 주머니에서 꺼내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직 많은 곳을 여행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짐이 가벼울수록 여행이 즐겁다고 믿습니다. 사진이 목적이 아니라 여행이 목적이라면, 그렇지만 생애 한 번 뿐인 추억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남기기엔 아쉽다면 이렇게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챙기면 해결됩니다. 표준줌 렌즈를 마운트한 E-M10 Mark III를 코트 주머니에 넣고 부산을 여행하며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하나씩 모아두는 일상의 조각들
새로운 필터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 기능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새롭게 추가된 블리치 바이패스는 종종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곁다리로 디오라마나 일러스트 효과 같은 아트 필터도 함께 즐기고 있고요. 간단한 사용법으로 색다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이 카메라의 ‘예비 사용자’인 엔트리급 사용자들에게 최적화돼 있으며 새로운 블리치 바이패스 필터는 요즘 SNS에서 각광받는 필름-라이크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RAW+JPG 촬영 설정을 사용하면 아트 필터를 사용하면서 원본 이미지도 챙겨둘 수 있어 좋습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매력은 그대로
- M.ZUIKO 30mm F3.5 MACRO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
저는 여행과 일상을 아우르는 데일리 카메라를 평가하는 데 있어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줌렌즈보다는 단렌즈를 선호하고요. 그렇다보니 렌즈 교환식 카메라보다 렌즈 고정식 하이엔드 카메라가 눈에 들어오는 일이 많은데, 막상 렌즈 고정식 카메라를 사용하다보면 다양한 렌즈를 활용한 연출에 욕심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면에서 렌즈 교환식 카메라이면서 작고 가벼운 엔트리 기종, 게다가 기본 성능과 편의 장치를 갖춘 카메라를 찾게 되는데, E-M10 Mark III가 현재까지 제 기준에 부합하는 면이 많습니다. 컨트라스트 AF지만 속도와 정확성이 만족스럽고,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M.ZUIKO 렌즈군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그렇습니다. 이미지 센서에 대한 아쉬움만 없다면 이 카메라는 엔트리 유저는 물론 대부분의 포토그래퍼에게 부족함 없는 촬영 경험을 제공합니다.
- M.ZUIKO 45mm F1.2 PRO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
저는 E-M10 Mark III와 함께 다양한 초점거리와 체급의 렌즈를 사용했습니다. 가장 작고 가벼운 표준줌렌즈인 14-42mm 렌즈부터 제가 사랑하는 12/17mm 컴팩트 단렌즈 시리즈, 듬직한 체구의 PRO 렌즈 등이 떠오르는데, 그 중 45mm F1.2 PRO 렌즈와 30mm F3.5 Macro 렌즈가 기억에 남습니다. F1.2의 밝은 조리개값을 활용한 심도 표현과 인물 촬영 그리고 최대 1.25배의 매크로 촬영은 렌즈 교환식 카메라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평소에는 작고 가벼운 표준줌렌즈와 단렌즈를 사용하다 촬영 목적에 맞춰 렌즈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한동안 렌즈 고정식 카메라 위주로 채워졌던 제 장비들이 다시 렌즈 교환식 카메라들로 바뀌고 있습니다.
효율적인 인터페이스
다양한 제조사의 엔트리 카메라 중 OM-D E-M10 Mark III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인터페이스에 관한한 타협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종종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를 실현하기 위해, 혹은 단가 절감을 목적으로 버튼과 다이얼 수를 대폭 줄이거나 터치 조작을 뺀 카메라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미 중/상급 제품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는 촬영 자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편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E-M10 Mark III의 경우 이전에 사용했던 E-M1 Mark II 수준은 아니지만 상단 다이얼을 이용한 촬영 모드 선택과 두 개의 멀티 다이얼을 활용한 설정 변경 등이 넓은 영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메뉴 화면으로 진입해 설정을 살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기본 레이아웃을 유지한 후면 버튼, 제법 많은 수의 Fn 버튼 활용 역시 E-M1 Mark II와 PEN-F를 사용하던 제게도 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터치 조작은 물론이고요.
작고 경쾌한 4K 카메라
4K 동영상 촬영은 전작 대비 이 카메라의 핵심 업데이트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인 PEN-F의 가장 큰 아쉬움을 이 작은 OM-D 카메라로 달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은 더욱 커지지만 4K 동영상 촬영 기능이 탑재되면서 E-M10 Mark III의 완성도 그리고 평가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Full HD의 4배에 달하는 3840 x 2160 해상도에 30/25/24fps를 지원하는 등 부족함 없는 성능을 갖췄고, 5축 손떨림 보정 성능이 뛰어나 어느 렌즈를 사용해도 캠코더급 영상 촬영이 가능합니다. 동영상 촬영을 주로 하시는 분들에게도 작고 가벼운 4K 카메라로서 분명한 강점이 있겠습니다. 역시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 타사 중/보급 기종에 비해 4K 동영상 촬영시 화각 손실이 적은 것도 사용하며 느낀 장점입니다.
아쉬운 점은 4K 해상도 설정이 동영상 모드에서만 가능한 점,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E-M1 Mark II에서 만족했던 시네마 4K 포맷이 지원되지 않은 것 등을 꼽습니다. 엔트리급으로선 훌륭하지만 4K만 바라보고 구입하기에는 아쉬운 수준입니다.
아쉽게도 사진 위주로 사용하느라 이 카메라의 4K 동영상은 적극 활용해보지 못했습니다. 차후 4K 동영상에 대해 따로 정리해 볼 계획입니다.
아쉬움이라면 '적당한 급 나누기'
- 구형 이미지 센서
물론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카메라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사용자에 따라 다르지만 올림푸스가 이 작은 카메라 담은 것들이 성에 차지 않는 사용자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낀 아쉬움은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는 이 카메라의 태생적인 한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상위 제품인 E-M1 Mark II, PEN-F와 차등을 두기 위해 한 세대 이전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일부 기능 역시 빠졌습니다. 결과물 자체에는 아쉬움이 없지만 5K 모니터 환경과 2000만 화소 이미지로 높아진 눈에 1600만 화소는 때때로 작게 느껴집니다. 단렌즈를 주로 사용하다보니 이미지 일부분을 트리밍해 사용할 때가 많은데 이 때 화소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거기에 저화소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고해상도 촬영 모드’ 역시 탑재되지 않았습니다.
- 4K 동영상 촬영 제한
4K 동영상은 해상도와 손떨림 보정 성능 두가지만으로 충분하다는 느낌이지만 동영상 모드에서만 4K 촬영이 가능하고 사진 촬영 모드에서 녹화 버튼을 누를 때는 최대 Full HD 해상도만 설정할 수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촬영 모드 전환이 크게 번거롭지 않지만 E-M1 Mark II를 사용할 때와 비교해보니 확실히 동영상 촬영 빈도가 줄었더군요.
- 막내라서 안돼?
그 외의 아쉬움이었던 위상차 AF 시스템 미탑재와 셀프 촬영이 불가능한 틸트 LCD는 OM-D 라인업 구분에 따른 이 제품의 특징에 가깝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언급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정확할까요-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프로 사진가들에게는 촬영에 큰 영향을 주는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으면 체감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태블릿으로 사진을 주로 감상하는 이에게는 1600만 화소와 2000만 화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부가 기능은 사용 유무 여부에 따라 그 평가가 크게 갈리기 때문입니다.
중간평 - 균형이 잘 잡힌 데일리 카메라
장점
- 뛰어난 휴대성의 데일리 카메라
- 다양한 사용자층을 만족시키는 인터페이스
- 작은 카메라로 즐기는 4K 동영상의 매력
단점
- 구세대 이미지 센서
- 셀프 촬영이 불가능한 틸트 LCD
- 엔트리급 미러리스 카메라로서는 다소 무거운 무게
넉 달간 사용한 OM-D E-M10 Mark III를 저는 엔트리급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골고루 갖춰놓은 카메라로 평가합니다.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역시 아쉬움이 있지만 최신 TruePic VIII 엔진으로 구색을 맞췄고, 동영상 트렌드에 맞춰 4K 동영상 촬영 기능을 채용했습니다. 거기에 전작보다 향상된 AF 성능으로 기본기를 강화했습니다. 물론 이미 E-M10 Mark II를 사용중인 사용자에게는 후속 제품을 구매할만한 매력이 크지 않지만 여행을 앞두고, 혹은 기록을 위해 새롭게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매하는 사용자에게는 특별히 빠지는 것 없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원할 때 늘 곁에 있다는 것이 때로는 고성능과 최신기능보다 큰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그동안 이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꼈습니다.
앞으로 다음 순서인 E-M5 시리즈의 신제품이 나올 때까지 조금 더 E-M10 Mark III를 사용하게 될 것 같은데, 조금 더 보강된 평가로 다시 포스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M10 Mark III 그리고 올림푸스 카메라에 대해 혹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