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신상 PRO 렌즈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에 대한 이번 포스팅은 '여행'에 관한 것입니다. 얼마 전 부산 여행을 떠나며 E-M10 Mark III 카메라에 14-42mm F3.5-5.6 렌즈 조합을 챙겼는데, 14-42mm 렌즈의 품질에 대해 의심을 가진 저는 떠나기 직전 가방에 45mm F1.2 PRO 렌즈를 챙겼습니다. 사실 여행에서 망원 렌즈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괜히 짐만 늘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꽤 유용하게 활용했고 이 렌즈가 아니었으면 담지 못했을 장면도 남았습니다.
망원 렌즈와 여행
-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 -
올림푸스의 새로운 PRO 렌즈인 45mm F1.2 PRO 렌즈는 F1.2의 밝은 조리개 값과 우수한 광학 성능을 내세운 PRO 단렌즈 시리즈입니다. 135 포맷 환산 약 90mm의 초점거리를 갖는 망원 단렌즈로 클로즈업 촬영과 심도&보케 표현에 장점이 있어 올림푸스는 이 렌즈를 인물 촬영용 렌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렌즈는 여행에서는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지 못한 렌즈이지만 활용도가 궁금해 챙겨 보았습니다.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의 사양과 외형, 간단한 광학 테스트 내용은 지난 포스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올림푸스의 새로운 M.ZUIKO PRO 렌즈 - 17mm F1.2 / 45mm F1.2 발표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 첫인상 - 새로운 대구경 PRO 렌즈의 등장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 소감 - 1. 광학 완성도
흔히 인물/정물 촬영에 활용되는 망원 렌즈는 여행에서 그리 환영받는 렌즈는 아닙니다. 간혹 여행지에서의 인물 사진과 랜드마크를 클로즈업으로 촬영하기 위해 망원 렌즈를 사용하는 분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지의 절경과 감동 앞에선 넓은 시야의 광각 렌즈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이 사실이죠. 더군다나 줌이 되지 않는 망원 단렌즈의 경우엔 그 활용도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물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45mm F1.2 PRO 렌즈를 챙기며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던 이유 역시 이것입니다. 실제로도 이 렌즈로는 풍경 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습니다. 대신 여행지에서의 망원 렌즈가 차지하는 분명한 영역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 이런 건 다른 렌즈한테 맡겨두고요 -
분위기와 감정을 담는 렌즈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250 | ISO 200 -
체크인을 마치고 호텔 로비에 앉아있을 때까지 설레는 마음이 채 가시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아침은 잔뜩 흐렸지만 부산의 오후는 화창했고, 로비의 큰 창으로 햇살이 충분히 들어와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설렘과 나른함을 담고 싶어 14-42mm F3.5-5.6 렌즈를 45mm F1.2로 교체하고, 챙겨온 짐가방을 찍었습니다. 망원 렌즈 특유의 클로즈업 효과와 얕은 심도 표현 덕분에 이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간직할 수 있는 사진이 됐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멋을 낸 호텔 로비 풍경을 45mm 렌즈로 몇 장 더 담았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125 | ISO 200 -
- OM-D E-M10 Mark III | 45mm | F1.8 | 1/160 | ISO 200 (왼쪽)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80 | ISO 800 (오른쪽) -
F1.2 최대 개방 촬영에서도 화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동안 사용하며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적극 활용해 로비의 인테리어와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등을 담았는데, 45mm 망원 렌즈의 클로즈업 효과와 심도 표현 덕분에 장소의 분위기를 원하는대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광각 렌즈가 넓은 시야로 전체적인 풍경을 담는다면, 망원 렌즈로는 그 중에서 제게 영감을 준 혹은 특별히 눈에 들어온 피사체를 부각시켜 담을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8 | 1/100 | ISO 250 (왼쪽)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800 | ISO 200 (오른쪽) -
실제로 저는 여행 중 대부분의 야외 사진을 14-42mm F3.5-5.6 표준줌 렌즈로 담았지만, 마음에 드는 실내 인테리어와 카페의 소품, 그리고 음식 등을 담을 때 45mm F1.2 PRO 렌즈를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 14-42mm 렌즈보다 뛰어난 화질에 왜곡 없는 편안한 시선, 그리고 자유로운 심도 연출을 활용한 주제 표현까지. 광각/표준줌 렌즈와는 상반된 망원 렌즈만의 영역이 확실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특히나 공간의 분위기를 담는 데 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여행에서는 망원 렌즈를 배제했는데, 크고 무겁지 않은 렌즈라면 한 번 챙겨보고 싶어지더군요.
주제가 있는 클로즈 업 샷
- OM-D E-M10 Mark III | 45mm | F1.8 | 1/100 | ISO 640 -
너무 쉬워서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망원 렌즈를 활용한 클로즈업 촬영은 사진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부각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아직 망원 렌즈 활용에 서툰 저는 지난 여행에서 45mm F1.2 PRO 렌즈를 대부분 이런 용도로 활용했는데요, 성탄 분위기 물씬 풍기는 트리 장식과 나를 떠나오게 만든 바닷가 풍경, 그리고 여러 장소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주인공들을 담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0 | ISO 100 -
주로 사용했던 14-42mm F3.5-5.6 표준줌 렌즈도 42mm 망원 촬영을 지원하기 때문에 45mm F1.2 PRO와 비슷한 구도를 설정할 수 있지만, F5.6 vs F1.2로 차이가 큰 최대 개방 조리개 값과 그로 인한 장면 연출력의 차이, 그리고 화질의 우열 때문에 결과물에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해운대 바다의 풍경을 담은 사진은 14-42mm 렌즈의 42mm F5.6으로 담았다면 이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나 보케가 크고 예쁘게 표현돼 개방 촬영하는 재미가 있었죠. 심도가 생각보다 더 얕게 표현되지만 카메라의 AF 속도가 빠른 편이라 움직이는 피사체에도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8 | 1/4000 | ISO 160 -
- OM-D E-M10 Mark III | 45mm | F2.2 | 1/4000 | ISO 100 (왼쪽)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0 | ISO 100 (오른쪽) -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3200 | ISO 200 -
여행이라면 흔히 넓은 광각 사진을 떠올렸던 저도 여행 중 만나는 크고 작은 피사체를 담는 즐거움을 망원 렌즈를 사용하며 새롭게 알았습니다. 작은 피사체에 다가갈 필요 없이 가까이 담아주는 것도 망원 렌즈가 가진 특징입니다. 여기에 조리개 값으로 심도를 조절해 주 피사체를 부각시키면 의미있는 여행 사진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찍은 45mm F1.2 PRO 렌즈의 결과물은 대부분 특정 피사체가 도드라진 사진들입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 | ISO 200 -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640 | ISO 200 -
해운대의 유명 빵집에서는 모양도 예쁜 빵들을 담는 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45mm 초점거리는 일반적이지 않아 적응에는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피사체와의 거리에 익숙해지면 흔히 사용하는 25mm 내외의 렌즈처럼 편안한 시선으로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보다 클로즈업 효과가 좋으니 음식 촬영을 할 때 허리를 숙일 필요도 없고요.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후회 없는 선택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0 | ISO 100 -
만약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된다면 45mm F1.2 PRO 렌즈는 제 몫을 톡톡히 할 것입니다. 멋진 여행지를 배경으로,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아웃 포커스 효과를 손쉽게 연출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심도 표현에 약점이 있는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에서도 전신 아웃포커스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이 렌즈의 장점입니다. 위 이미지는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촬영된 것으로, 흐려진 배경과 선명한 인물이 대비돼 당사자가 좋아하는 인물 사진이 됐습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0 | ISO 100 (왼쪽) | OM-D E-M10 Mark III | 45mm | F1.2 | 1/4000 | ISO 100 (오른쪽) -
그동안 여행/인물 촬영 렌즈로 40-150mm F2.8 렌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크기와 무게에서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는만큼, 그보다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로 근사한 인물 사진 연출이 가능한 45mm F1.2 PRO 렌즈는 올림푸스 카메라 사용자들의 렌즈 구성에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F1.2 촬영에서의 기대 이상의 배경 흐림 효과와, 마음 놓고 F1.2 조리개 값을 선택할 수 있는 이미지 품질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최대 개방의 색수차에 유의
여행 기간동안 45mm F1.2 PRO 렌즈를 사용하면서 느낀 한 가지 아쉬움은 역시 그동안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꼈던 '최대 개방 촬영의 색수차'에 있었습니다. 강한 광원에서 피사체 윤곽선에 발생하는 색수차는 촬영 환경에 따라 거의 보이지 않기도, 때로는 작게 줄인 화면에서도 눈에 띄기도 하는데, 때문에 F1.2와 F1.8 정도의 조리개 값을 번갈아 사용하며 동일 장면을 촬영할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금속/유리 등의 피사체 표면과 조명 주면에서 색수차가 쉽게 발생하는 편으로, 이런 피사체에서는 촬영 후 이미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F1.4 이하의 밝은 조리개 값을 갖는 대구경 렌즈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정도의 차이만 있지 대부분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45mm F1.2 PRO 렌즈의 경우 F1.2의 조리개 값을 고려하면 색수차 억제는 평균 이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당장 제가 사용한 여러 제조사의 F1.4 렌즈와 비교해 보아도 오히려 더 밝은 조리개 값에, 색수차 억제력을 더 뛰어납니다.
- OM-D E-M10 Mark III | 45mm | F2 | 1/4000 | ISO 100 -
- 이미지 확대 -
그리고 이런 색수차는 F2.0 정도의 조리개 값을 설정하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감소합니다. F1.2만큼은 아니지만 45mm에서 F2.0 촬영도 얕은 심도 표현이 가능하므로 장면에 맞춰 적절한 조리개 값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화질 역시 F1.2보다 F2.0 촬영이 눈에 띄게 좋으니까요.
망원 렌즈만의 기록
렌즈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설때까지도 반신반의했던 '망원 렌즈와의 여행'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망원 렌즈만의 영역을 발견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탁 트인 해변과 시원시원한 거리 풍경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며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들을 고마운 마음을 담아 주인공으로 담아내는 데 45mm 시선과 F1.2의 연출이 더 없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여행을 떠날 때 망원 렌즈도 하나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게는 크고 무거운 40-150mm F2.8 PRO 렌즈보다는 45mm F1.2 PRO 렌즈가 더 좋은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혹시 여행지에서 멋진 모델을 만나 이 렌즈가 본연의 임무를 할 수도 있을 테고요.
M.ZUIKO DIGITAL ED 45mm F1.2 PRO 렌즈는 제겐 너무 어려웠던 렌즈였지만, 조금씩 이 시선에 적응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