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사양에 나타나지 않지만, 사진을 좀 더 즐겁게 하는 부가 기능의 변화 역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이것들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더욱 즐겁게 하고, 카메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OM-D E-M10 Mark III의 변화 중 4K 동영상 못지 않게 반가웠던 것 중 하나로 새로운 아트 필터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의 등장을 들 수 있습니다.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
- 블리치 바이패스 방식이 적용된 영화 '올드 보이'의 화면 -
필름 인화 과정에서 포토그래퍼들은 필름의 은입자를 씻어 내는 표백(Bleach) 과정을 건너 뛰는(bypass) 작업을 통해 낮은 채도와 높은 컨트라스트 그리고 독특한 톤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진뿐 아니라 전쟁 영화 등에도 사용돼 어둡고 거친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올드 보이' 등의 영화가 이 기법을 사용한 영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어째 그 흐릿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컬러의 아날로그 이미지를 점점 더 동경하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많은 카메라 제조사들은 과거 블리치 바이패스의 이미지 톤을 재현 혹은 재해석한 필터 효과를 탑재했고, 매끈한 디지털 이미지와 다른 매력으로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도 과거 펜탁스 카메라를 사용할 때 블리치 바이패스 효과를 애용한 기억이 있습니다.
- 올림푸스 홈페이지의 블리치 바이패스 설명 -
E-M10 Mark III는 올림푸스 카메라 중 최초로 이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가 탑재됐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톤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이 블리치 바이패스 효과를 OM-D 카메라로 즐길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한 발 늦었지만 반갑습니다.
두 가지 블리치 바이패스 효과
- 원본 이미지 -
- 블리치 바이패스 I (왼쪽) / 블리치 바이패스 II (오른쪽) -
어느새 서른개까지 늘어난 올림푸스 카메라의 아트 필터 효과. 블리치 바이패스는 마지막 15번으로 두 가지 블리치 바이패스 효과가 제공됩니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두 효과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한쪽이 낮은 채도와 따뜻한 컬러 톤 그리고 극단적인 하이 컨트라스트로 강렬한 결과물을 만든다면, 다른 한 쪽은 녹색이 강조된 고유의 톤에 초점이 맞지 않은 듯한 이미지 처리로 마치 필름 토이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조악해 보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두 장의 블리치 바이패스 이미지입니다.
- 블리치 바이패스 I (왼쪽) / 블리치 바이패스 II (오른쪽) -
첫 번째 블리치 바이패스 이미지는 컨트라스트가 매우 강해서 하이라이트와 섀도우 디테일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두 번째 블리치 바이패스 이미지는 처음 몇 장을 촬영한 후 초점이 맞지 않은 것으로 착각할만큼 이미지를 부옇게(?) 처리합니다. 이것이 SNS나 블로그 등 작은 크기로 활용할 때 아날로그 감성을 자아내는걸까요? 화질보다는 분위기로 선택하는 아트 필터답게 SNS 포스팅용으로는 제격인 결과물이 종종 튀어 나오더군요.
블리치 바이패스 I 필터 효과
블리치 바이패스 II 필터 효과
위 이미지는 OM-D E-M10 Mark III의 새로운 블리치 바이패스 아트 필터로 촬영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선보인 새로운 아트 필터라 짧은 시간이지만 재미있게 사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점이 맞지 앉은 것처럼 흐릿한 것만 빼면 녹색 톤이 은은하게 배인 블리치 바이패스 II 이미지가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역시 흐릿한 이미지는 작은 크기의 SNS 포스팅 용도 이상으로는 활용이 어려워서 선명도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아트 필터 & 아트 효과 중복 적용 화면 -
아트 필터의 또 하나의 재미로 아트 효과 중복 적용을 들 수 있습니다. 블리치 바이패스를 적용한 상태에서 소프트 포커스, 토이포토, 프레임, 섀도우 효과 등을 추가로 적용해 좀 더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효과를 더할수록 해상력이나 WB 등 이미지 퀄리티는 점점 표준과 동떨어지지만 '재미있으므로' 한번씩 써볼만 합니다.
- 블리치 바이패스 II (오른쪽) + 프레임 효과 적용 -
늦었지만 환영! 새로운 아트 필터
아트 필터를 좋아하지만 소중한 순간을 각종 필터 효과가 덧칠된 사진만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분들은 RAW+JPG로 원본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은 RAW 촬영 후 카메라의 RAW 편집을 통해 아트 필터가 적용된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당장은 재미있지만 오래오래 남을 순간은 역시 깨끗하고 선명한 이미지로 보관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없더라고요. 얼마 전 10여년 전 여행 사진들을 보며 왜 RAW 촬영을 하지 않았는지 후회한 터라 E-M10 Mark III를 사용하면서도 RAW 촬영을 고집할 계획입니다.
4K 동영상이나 AF 성능 등 키포인트에 밀려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E-M10 Mark III의 새로운 아트 필터 블리치 바이패스는 올림푸스 카메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으로 독특한 톤과 표현이 사진을 더욱 재미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나 이 카메라로 이제 막 사진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에겐 손쉽게 '감성 사진', 'SNS용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비법이 될 수도 있겠네요.
[ OM-D E-M10 Mark III로 촬영한 이미지 (블리치 바이패스)]
이야기하는 사람, 김성주.
바닥난 통장 잔고보다 고갈되고 있는 호기심이 더 걱정인 어른.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종종 여행을 합니다.
도서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2016)
브런치 페이지 http://brunch.co.kr/@misty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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