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날, 마지막 준비물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 만큼은 준비를 제대로 하고 떠나고 싶었는데, 밀린 일들을 미리 해치우다 보니 어느새 여행 전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자리를 비우는 게 갈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자 즐거움 중 하나가 사진이다 보니 카메라는 여행 일자와 장소가 정해지면 늘 첫번째로 고민하고 챙기게 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옷가지며 준비물들을 챙긴 후 가장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체크 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출간 후 헛헛했던 마음 때문인지 이번 여행은 떠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욕심을 부려보았습니다. 물론 카메라 욕심이요.
메인 카메라 라이카 Q와 요즘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 E-M1 Mark II를 모두 챙겼습니다. 가볍게 여행하는 것이 제 철칙이지만, E-M1 Mark II의 시네마 4K 동영상으로 싱가포르 야경을 담아보고 싶은 맘에 어깨에 힘을 좀 더 주기로 했습니다. 렌즈는 새것으로 챙겼는데요, 잘 사용하고 있는 25mm F1.2 렌즈를 두고 체질에 맞지 않은 고배율 줌렌즈를 선택했습니다. 여행, 동영상 촬영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조언 혹은 추천을 듣고난 후 내린 결정입니다. 요즘 올림푸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렌즈라고 하네요. 35mm 환산 24mm 광각부터 200mm 망원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렌즈입니다. 게다가 최고의 손떨림 보정 성능까지 갖춘 '최신 PRO 렌즈'입니다.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 초점거리 : 12-100mm (35mm 환산 약 24-200mm)
- 구성 : 11군 17매 (DSA 렌즈 1매, ED 렌즈 5매, SUPER HR 렌즈 2매, HR 렌즈 1매, 비구면렌즈 3매)
- 조리개 : F4
- 화각 : 84도 (광각) - 12도 (망원)
- 최소 초점거리 : 15 cm (광각) / 45 cm (망원)
- 최대 촬영 배율 : 0.16배 (광각) / 0.42배 (망원)
- 조리개 매수 : 7매 (원형)
- 필터 구경 : 72mm
- 5축 싱크 IS : 6.5 스톱
- 방진, 방적 설계
- 77.5 x 116.5 mm
- 561 g
35mm 환산 24-200mm의 광학 8배줌 렌즈입니다. 24-70mm 표준줌 렌즈와 70-200mm 망원줌 렌즈를 하나로 합친 초점거리에 조리개는 전구간 F4로 유지됩니다. 풍경, 거리, 사람, 음식 등 다양한 장면과 마주하는 여행용 렌즈로서 이상적인 사양이고, 약 6.5 스톱 보정 효과의 탁월한 손떨림 보정 장치는 야간/실내 촬영과 핸드 헬드 동영상 촬영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PRO 렌즈군 답게 악천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방진, 방적 설계도 적용돼 있습니다.
기존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고배율 줌렌즈는 여럿 있었지만 F4의 밝은 고정 조리개 값과 6.5 스톱 IS, 방진방적 설계는 이 렌즈를 확실히 돋보이게 합니다. 무엇보다 이 전천후 렌즈는 올인원 렌즈임을 감안하면 작고 가볍습니다. 길이가 116.5mm로 12-40mm F2.8 PRO 렌즈보다 약 30mm 밖에 길지 않고, 561g의 무게 역시 24-200mm 초점거리를 생각하면 거뜬하게 느껴집니다.
패키지
'작고 가벼운 고배율 줌렌즈'가 이 렌즈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역시 24-200mm 초점거리를 담당하는 렌즈답게 패키지부터 우람한 편입니다.
패키지는 꼼꼼하게 포장된 렌즈 본체와 전용 후드, 보관용 파우치, 매뉴얼과 보증서로 구성돼 있습니다.
망원줌렌즈 M.ZUIKO DIGITAL ED 40-150mm F2.8 PRO를 사용해 본 적이 있던터라 이 크기가 놀랍지 않지만, 역시나 고배율 줌렌즈만의 든든한 체급이 돋보입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25mm F1.2 PRO 렌즈도 큰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역시 길이와 지름 모두 더 큽니다. 다만 25mm F1.2 PRO 렌즈가 단초점 렌즈인 것을 고려하면 고배율 줌렌즈치고는 생각보다 작은 크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크기 대비 무게가 가벼운 편입니다.
때마침 나온 아이스 커피 한 잔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작은 커피잔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커피 한 잔보다 작고 가벼운' 고배율 줌렌즈인 것은 사실입니다. 경통에 적힌 12-100mm 이란 숫자를 보지 않는다면 이 렌즈를 24-200mm 초점거리에 F4 고정 조리개 그리고 IS를 모두 갖춘 PRO 렌즈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림푸스 렌즈군의 장점인 컴팩트 시스템을 가장 잘 설명하는 렌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외형을 훑어보고, 손으로 들어 무게를 대강 가늠한 후 곧바로 카메라에 마운트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100mm까지 최대로 줌을 당겨 보았습니다. 길게 뻗는 경통이 믿음직해 보이고, LCD로 보이는 장면의 클로즈업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라 즐겁습니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 IS PRO 렌즈는 광학 8배줌을 내세운 고배율 줌렌즈이기도 하지만 고화질/고성능에 초점을 맞춘 올림푸스 PRO 렌즈군의 신제품이기도 합니다. 외형에서도 이런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 PRO 렌즈군과 같은 단단한 금속 재질과 완성도 높은 줌링과 초점링 등이 그렇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플래그쉽 카메라 E-M1 Mark II와 무척 잘 어울립니다. 25mm F1.2 PRO 렌즈를 보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역시나 이 렌즈도 E-M1 Mark II를 염두해 두고 디자인한 것 같습니다. 경통의 둘레가 카메라의 높이와 일치하는 것, 오른손으로 카메라를 쥐고 왼손으로 경통을 움켜쥘 때의 안정감 등이 그렇습니다.
경통 왼쪽에는 손떨림 보정 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ON/OFF 스위치, 그리고 관련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 L-Fn 버튼이 배치돼 있습니다. 현재 발매된 올림푸스 렌즈 중 가장 뛰어난 손떨림 보정 성능을 자랑하는 렌즈라고 하는데, 동영상 촬영에서 그 덕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가장 큰 매력인 12-100mm 광학 8배 줌. 정확히는 8.3배 줌이 되겠네요. 일반적인 줌렌즈와 같이 본체 줌링을 통해 초점 거리를 조절하게 되는데, 그 배율이 높은만큼 조작 범위가 넓고 그에 맞춰 줌링의 너비 역시 넓습니다.
- 12mm 부터 100mm 까지 -
12mm 광각은 여행지의 풍경을 촬영할 때, 100mm 망원은 거리 풍경 혹은 정물과 인물을 촬영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저는 고배율 줌렌즈를 좋아하지 않는데, 편의성에 반비례하는 화질 그리고 휴대성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 올림푸스가 광학 8.3배 줌렌즈를 만드는 솜씨를 경험할 기회가 생겨 흥미롭습니다. 일정 수준의 화질 그리고 촬영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PRO 렌즈의 이름에 빛이 바랠 테니까요. 특히 오랫동안 28mm 혹은 35mm 단렌즈 하나로만 여행했던 제가 망원 촬영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100mm 최대 망원에서 경통은 이만큼이나 돌출됩니다. 다만 조리개 값은 초점거리에 상관없이 F4로 유지돼 실내/야간 촬영의 걱정을 덜었습니다. 아웃 포커스 연출에도 망원 촬영이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새 렌즈라서 그런지 고배율 줌렌즈에서 문제가 되곤 하는 경통 흘러내림은 현재까지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경통이 느슨해질 것이 우려되는데, 경통을 고정하는 별도 레버는 없습니다.
- 25mm F1.2 PRO 렌즈와의 비교 -
현재 사용하고 있는 25mm F1.2 PRO 렌즈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역시 제법 체급 차이가 느껴집니다. 두 렌즈의 길이 차이는 약 30mm, 무게 차이는 약 150g입니다. 표준 단렌즈 vs 광학 8.3배 줌렌즈임을 감안하면 그 차이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F1.2의 밝은 조리개 값과 화질에서 단렌즈가 우위를 보이지만, 역시나 여행을 앞두고는 광각-망원을 아우르는 줌렌즈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길이에 비해 구경은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지름이 77.5mm,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렌즈가 70mm로 육안으로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두 렌즈 모두 E-M1 Mark II와 좋은 균형을 이룹니다. 이 둘을 비교하고 나니 역시 여행용으로 고배율 줌렌즈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 크기와 무게 차이라면 보다 다양한 장면을 담을 수 있고, 동영상 촬영에도 우위가 있는 줌렌즈가 확실히 강점이 있습니다. 단렌즈를 편애하는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입니다.
이제, 떠날 일만이 남았습니다.
급하게 결정된 여행, -언제는 아니었냐만은- 그래서 출국 전날에야 간신히 새 렌즈를 받아들고 여행 준비를 마무리합니다.
아마도 이런 고배율 줌렌즈와는 처음 떠나는 여행일텐데, 아직 손에 익지 않은 것이 걱정이지만, 어차피 도시와도 처음 만나는 것이니 이 모든 새로움이 상상하지 못한 장면, 떠올린 적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럼, 즐겁게 다녀오겠습니다! :)
올림푸스 E-M1 Mark II와 두 개의 렌즈 사용기
올림푸스 플래그쉽 카메라 OM-D E-M1 Mark II - #1 소개와 첫인상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1 첫인상 & 디자인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 #2 디자인과 인터페이스의 완성도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2 마법같은 F1.2 표현
올림푸스 OM-D E-M1 Mark II의 2000만 화소, 화질에 대한 해답이 될까?
여행을 위한 올인원 렌즈,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개봉기
올림푸스 OM-D E-M1 Mark II로 담은 싱가포르의 밤
단 하나의 렌즈로 여행한다는 것 - 올림푸스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
여행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 올림푸스 E-M1 Mark II의 4K 동영상
올림푸스 최신 PRO 렌즈 비교 < 25mm F1.2 vs 12-100mm F4 IS > - 내 OM-D에 맞는 렌즈는?
4K 동영상으로 기록한 싱가포르 여행의 순간들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압축의 미학, 올림푸스 E-M1 Mark II의 인터벌 촬영 & 타임랩스 무비
올림푸스 OM-D E-M1 Mark II의 순간 포착 공식 - 고속 연사 & 프로캡쳐
올림푸스 E-M1 Mark II & M.ZUIKO 25mm F1.2 PRO 렌즈, 표준 단렌즈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