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의 플래그쉽 카메라 OM-D E-M1 Mark II에 관한 세 번째 포스팅. 지난 두 번이 외형을 훑어보고, 손에 쥐며 촬영을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미지 품질을 테스트해보려 합니다. E-M1 Mark II는 고속 AF와 연속 촬영에 특화된 플래그쉽 카메라로 18fps 연사와 올 크로스 타입 위상차 AF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새로운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화질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이미지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빠른 속도도, 극한 환경에서의 내구성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 2010만 화소 Live MOS 이미지 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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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1 Mark II에 탑재된 Live MOS 이미지 센서는 2010만 유효 화소로 제작됐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PEN-F로 이미 2000만 화소 카메라 시대를 알렸지만, E-M1 Mark II는 개선된 센서와 프로세서로 화질은 물론 저장 속도가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 제조사의 발표입니다. 지난해 경험한 PEN-F는 외형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운 카메라였지만 본격적인 2000만 화소 시대를 열기엔 몇 가지가 못내 아쉬웠는데, E-M1 Mark II가 그 점을 만회했을지 궁금합니다.
마이크로 포서드의 뉴 스탠더드, 2000만 화소
현재 올림푸스의 주력 미러리스 카메라인 E-M1 Mark II과 PEN-F은 공통적으로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습니다. 동일한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을 사용하는 파나소닉 역시 최신 제품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요. 몇 년간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은 해상력과 고감도 노이즈 최적화를 위해 1600만 화소 내외를 유지해왔지만 이제 2000만 화소로 기준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35mm 포맷 이미지 센서보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은 마이크로 포서드의 특성상 무리한 고화소는 자칫 이미지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지만, 센서와 프로세서 기술의 발전이 고화소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향후 몇 년간은 마이크로 포서드의 새로운 '스탠더드'로서 2000만 화소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할 것입니다.
- 2000만 화소 이미지 확대 -
E-M1 Mark II로 촬영한 약 2016만 화소, 5184 × 3888 해상도의 이미지를 확대해 보면 이전보다 약 25% 증가한 2000만 화소의 장점이 체감됩니다. 고양이의 얼굴은 화면 전체 중 극히 작은 부분에 해당하지만 웹용으로 사용 가능한 1440 × 1080 픽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촬영 당시엔 눈으로 구별되지 않았던 눈과 수염 등의 섬세한 묘사 역시 화소의 증가로 얻게 된 이점입니다. 또 하나, 이 이미지는 단초점 렌즈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렌즈의 F1.2 최대 개방 조리개 값으로 촬영됐는데, 화질이 가장 떨어지는 최대 개방 조리개 값에서도 매우 뛰어난 샤프니스를 보이는 렌즈의 광학 성능 역시 인상적입니다.
E-M1 Mark II와 25mm F1.2 PRO 렌즈로 촬영한 다양한 이미지는 고화소에 대한 몇몇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질을 통해 2000만 화소가 갖는 장점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 제품들 중 이보다 높은 화소를 지원하는 카메라가 다수 있지만, E-M1 Mark II의 이미지는 기존 1600만에서 2000만으로 25% 증가한 화소가 단순한 숫자와 크기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대로 확대한 이미지는 윤곽선과 질감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고 샤프니스 역시 뛰어납니다. 특히나 원거리 풍경 사진에서 나무 잔가지까지 하나하나 표현하는 해상력이 2000만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합니다. 물론 센서 못지 않게 렌즈의 광학 완성도와 이미지 프로세서의 성능이 균형을 이룬 결과일 것입니다.
마이크로 포서드의 장기, 주변부 화질
- 중심부와 구석부 확대 비교 -
앞선 2000만 화소의 디테일이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면 주변부 화질은 기존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기에 기대하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하는 것이 주변부 화질이기 때문입니다. 35mm 포맷보다 카메라, 렌즈 모두 소형/경량화가 가능하면서도 주변부까지 고른 화질을 보인 것이 제가 그동안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낀 장점이었는데요, 화소가 2000만으로 증가하면서 이 장점이 더욱 극대화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25mm F1.2 PRO 렌즈의 F4 조리개 값으로 촬영된 이미지를 확대해 보면, 중심부의 뛰어난 장면 묘사는 물론, 주변부 화질이 중심부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화질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네 모서리 부근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35mm 풀프레임 카메라를 함께 사용하면서 이 둘의 장단점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습니다. 주변부 화질이 뛰어난 마이크로 포서드는 상대적으로 깊은 심도의 팬 포커스 촬영, 그리고 순간 포착에 유리합니다. 그동안 약점으로 여겼던 저화소도 2000만 화소가 되며 상당부분 극복됐습니다. 현재 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2400만 화소입니다. 여기에 크기가 작고 가벼운 장점까지 더하면 아무래도 여행용으로는 커다란 카메라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고화소에 따라붙는 우려, 고감도 이미지 품질
- ISO 64 (확장) / ISO 200 / ISO 400 -
- ISO 800 / ISO 1600 / ISO 3200 -
- ISO 6400 / ISO 12800(확장) / ISO 25600(확장) -
PEN-F의 이미지를 함께 비교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만 고감도, 특히 ISO 6400 이상 감도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눈에 띄게 깔끔해졌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올림푸스 카메라(E-M5 Mark II, E-M10 Mark II, PEN-F)에서는 ISO 3200 이상의 고감도 사용을 극히 꺼렸지만, E-M1 Mark II에서는 ISO 6400까지 윤곽선과 컬러 표현이 비교적 고르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종이 표면의 패턴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는데, 디테일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노이즈를 우선적으로 저감시키는 이미지 프로세스의 특성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RAW 촬영한 이미지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뚜렷합니다. 작은 크기로 줄여 사용한다면 확장 감도인 ISO 12800 이미지 역시 컬러 노이즈 발생이 적어 열악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조만간 함께할 여행에서 이 향상된 고감도 화질의 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화소를 곧 고화질로
직접 E-M1 Mark II를 사용하기 전까지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2000만 화소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조금 더 컸습니다. 1600만 화소를 유지하거나 1800만 화소 정도로 타협해 최대 강점인 속도를 더 끌어 올리는 것이 좋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만약 그랬다면 올림푸스의 플래그쉽 카메라의 진화는 다수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2000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고화소가 갖는 실질적인 장점 역시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합니다. 표현은 더 섬세해졌고, 주변부 화질까지 놓지 않고 챙기고 있으며 우려했던 고감도 이미지는 오히려 1600만 화소 시절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올림푸스의 2000만 화소 이미지에선 화소의 증가가 실질적인 화질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고민한 흔적들이 엿보였습니다.
그동안 사진을 찍고 돌아와 확인하며 느낀 E-M1 Mark II의 가장 큰 가치는 촬영 성능과 이미지 품질 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지 않는 균형에 있습니다. 최근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 트렌드가 고화소와 고속 연사 등 특정 용도에 특화된 제품으로 다변화를 꾀하는 데 반해 E-M1 Mark II는 화질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올림푸스가 내세우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돼 있습니다. 소위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넣을 수 있는 것은 다 넣었다'는 느낌. 그래서 이 카메라는 부피나 가격 등 몇몇 아쉬움에도 특유의 신뢰감으로 저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 E-M1 Mark II로 촬영한 이미지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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