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E-M1 Mark II의 첫인상에 디자인과 조작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플래그쉽 카메라로서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조작 역시 화질과 AF/연사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E-M5 Mark II를 평가할 때보다 조금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E-M1 Mark II는 영락없는 올림푸스 OM-D 카메라지만, 그동안의 올림푸스 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실루엣 - It's OM-D
중앙에 두른 가죽 느낌의 그립과 삼각형의 헤드가 전통적인 OM-D 시리즈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플래그쉽 시리즈 E-M1 Mark II의 정체성에 맞춰 오른손 그립부를 DSLR 카메라처럼 두툼하게 디자인했고 상단에 다수 조작계를 배치해 좋은(?) 카메라의 인상을 갖췄습니다. E-M1과 E-M5, E-M10으로 이어지는 OM-D 시리즈의 패밀리 룩에 시리즈의 특성을 반영한 디자인입니다.
전면 인터페이스 - 전통적인 OM-D의 형태
E-M5/10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것은 역시 그립부 디자인입니다. 렌즈 마운트부까지 돌출되어 있는데, 때문에 카메라 크기가 크지 않음에도 안정적인 파지가 가능합니다. 더불어 늘어난 공간에 버튼과 다이얼을 추가로 배치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습니다. 이 돌출된 그립은 전작 E-M1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그립의 부피가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E-M1 Mark II와 E-M1의 전면 디자인 -
전작 E-M1이 E-M5로 시작한 OM-D의 실루엣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그립부를 디자인했다면, E-M1은 그 높이와 두께를 키워 체급 자체를 올렸습니다. 때문에 E-M1 Mark II는 외형상으로 마치 E-M1의 상위 제품처럼 느껴집니다. 이 그립부 변화는 눈으로 볼 때보다 손으로 쥐고 다이얼을 조작할 때 더 크게 체감됩니다.
개인적으로 기동성 좋은 카메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E-M5 Mark II의 디자인을 더 좋아합니다만, 손에 쥐는 느낌은 E-M1 Mark II 쪽이 좋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E-M1 Mark II 사용자의 경우 PRO 렌즈 등 대구경 렌즈 사용도가 높기 때문에 부피 증가로 인한 불편보다 파지와 인터페이스의 장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번엔 배터리 용량까지 증가했으니까요.
상단 인터페이스 - 프로페셔널
후면보다 상단 인터페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게 E-M1 Mark II의 탑 뷰는 그야말로 푸짐하게 느껴집니다. 촬영 모드 다이얼에 두 개의 멀티 다이얼을 배치했고, 필름 놉을 연상 시키는 왼쪽 전원 레버에는 드라이브와 AF/측광 버튼을 촘촘하게 배치했습니다. 두 개의 멀티 다이얼 사이 공간에는 Fn2 버튼과 동영상 녹화 버튼을 배치해 4K 동영상 활용도를 높입니다. E-M5 Mark II 역시 상당히 고급 인터페이스를 배치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E-M1 시리즈와는 제법 차이가 납니다.
- E-M5 Mark II의 상단 인터페이스 -
[ 높은 완성도, 아쉬운 조작감 ]
촬영 모드부터 AF 모드, 측광, 연속 촬영 설정을 다이얼과 버튼을 통해 즉시 변경할 수 있고 두 다이얼은 조리개와 셔터 속도같은 주요 촬영 설정을 담당합니다. 여기에 Fn 버튼을 통해 ISO 감도, WB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지정하면 상단 인터페이스만으로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후면 Fn 레버를 통해 이 조작계를 두 배로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E-M1 Mark II의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이 상단 버튼/다이얼 배치와 Fn 레버의 활용입니다.
다만 두 개의 멀티 다이얼 중 앞쪽 다이얼의 조작감이 상단에 비해 둔탁하고 무거운 편입니다. 때문에 오작동이나 조작 중 흔들림의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주로 후면 다이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Fn 레버 활용 ]
제가 특히 좋아하는 Fn 레버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면, 레버를 1/2 방향으로 전환함에 맞춰 상단 버튼과 다이얼에 서로 다른 기능을 지원하는 시스템입니다. 상단의 버튼을 레버 방향에 따라 다른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고, 레버 자체를 사진/동영상 모드 전환, AF/MF 전환, 전원 레버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 Fn 레버 기능 설정 -
- Fn 레버 전원 설정 -
한정된 공간에 배치될 수 있는 버튼과 다이얼 수는 제한적이지만, Fn 레버를 통해 두 배 혹은 사용자에 따라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프로 사진가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조작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 저도 촬영 중간중간 Fn 레버를 통해 ISO 변경, 브라케팅 촬영을 설정하고, 동영상 모드 전환에 활용하는 것을 보면 말이죠.
후면 인터페이스 - 일부 조정
후면 인터페이스는 기존 올림푸스 OM-D 시리즈의 기본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LCD 방식과 조작 편의를 위해 위치가 일부 조정됐습니다. 버튼 및 레버의 위치가 기존 제품보다 가깝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그립부가 두툼한 구조로 손에 안정적으로 쥐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M1 Mark II는 최상위 카메라 답게 외부에 다수의 버튼과 다이얼을 배치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케 했고, Fn 레버를 통해 상단 다이얼과 기능 버튼을 두 가지 이상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카메라 조작에 익숙한 사용자는 대부분의 촬영 설정과 메뉴를 LCD를 보지 않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4방향 버튼은 클릭감이 명쾌하게 끊어지지 않지만 푹신한 조작감이 피로감이 적습니다. AF 포인터를 빠르게 변환하기 위한 연속 입력에 유리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AEL/AFL 버튼은 엄지 손가락 끝이 편하게 닿는 위치에 위치합니다. E-M5 Mark II는 AEL 조작이 어려웠거든요.
[ 인터페이스의 변화 ]
- E-M1 Mark II와 E-M1의 후면 비교 -
E-M1 시리즈의 기본 버튼 배치는 동일하지만 조작 편의를 위한 몇 가지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기존의 Fn 레버 구조가 반대로 바뀌어 AEL/AFL 버튼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LCD가 스위블 방식으로 변경되며 메뉴 버튼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재생 버튼이 아래쪽으로 밀려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E-M1 Mark II는 E-M1에 비해 크기 및 부피가 모두 증가했는데, 덕분에 보다 안정감 있게 카메라를 쥘 수 있게 됐습니다. 고속 AF를 내세운 제품인만큼 기존 Fn1 버튼은 AF 포인터 변경을 겸하도록 수정됐습니다.
[ 스위블/터치 디스플레이 ]
자유자재로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 방식의 LCD는 전작 E-M1의 틸트 방식보다 훨씬 다양한 앵글을 설정할 수 있는 장점에 터치 조작까지 지원합니다. E-M5 Mark II에 스위블 LCD가 처음으로 탑재되면서 일찌감치 E-M1 Mark II에 약속됐던 변화입니다. 파인더에 눈을 댄 상태에서 꺼진 화면을 터치해 AF 포인터를 변경할 수 있는 'AF 타겟팅 패드' 기능은 파인더 촬영 빈도가 많은 사용자에게 무척 유용한 기능입니다. 다만 LCD 크기 및 화소가 E-M1과 동일한 3인치, 104만 화소에 머무른 것은 다른 모든 요소들의 업데이트와 비교돼 아쉬움을 삽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고해상도 화면을 기대했거든요.
[ EVF의 변경점 ]
[ 듀얼 메모리 슬롯 ]
E-M1보다 E-M1 Mark II를 한 단계 높은 '플래그쉽 카메라'로 만든 요소는 제법 여럿 꼽을 수 있지만, 가장 쉽게 눈에 띄고 누구나 이견이 없는 것은 듀얼 메모리 슬롯입니다. 고속 연사와 4K 동영상에 대응하면서 메모리 오류 등의 상황에도 촬영 실패를 방지하는 듀얼 메모리 슬롯은 각 제조사의 플래그쉽 카메라에 공통적으로 채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두 슬롯의 지원 규격에 차이가 있는데, 첫번째 슬롯은 고속 메모리 규격인 UHS-II에 대응하지만 두번째 슬롯은 그보다 느린 UHS-I 규격까지 대응합니다. 고속 메모리를 사용하고 고속 연사를 사용하시는 분은 첫번째 슬롯을 중심으로 활용하셔야 겠습니다.
E-M1의 후속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프로페셔널
E-M1 Mark II의 외형은 기존 E-M1 시리즈를 계승하고 있지만, 크게 향상된 성능에 맞춰 크기와 부피가 증가했고, 인터페이스에서도 E-M5 Mark II 등 하위 제품과 차별화를 보이며 기존 올림푸스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플래그쉽 카메라의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M5 Mark II를 오랫동안 사용했던 입장에서 튀어나온 그립부는 그리 선호하는 방향이 아니지만, 카메라 전체에 꽉 찬 버튼과 다이얼 인터페이스만큼은 확실한 장점으로 평가합니다. 전작 E-M1보다도 더 '프로페셔널'해졌다는 것이 E-M1 Mark II의 외형/인터페이스에 대한 제 평가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 카메라에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화질과 성능을 한 번 테스트해 보고자 합니다. 마이크로 포서드의 약점이었던 고감도에서 큰 발전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 E-M1 Mark II로 촬영한 이미지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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