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던 날 아침, 서울은 여전히 겨울이었지만 여섯 시간 오십 분의 비행을 마치고 복도를 걷는 동안 계절은 어느새 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이 흠뻑 젖고 마르기를 반복했고,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지만 낯선 도시를 걷는 동안 오랜만에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가슴이 흠뻑 젖는 경험을 했습니다.
싱가포르로 닷새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시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서울 크기만한 작은 나라. 마리나 베이 그리고 먹거리와 쇼핑의 나라. 출발 전까지 제가 알고 있던 것은 고작 이정도였지만, 정작 여행하는 동안 3박 5일의 시간이 짧다며 종종 투덜댈 정도로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또 반했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다녀온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는 다른 때보다 욕심을 부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들고 다녀왔는데요, 그 중에서 올림푸스 E-M1 Mark II가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4K 동영상으로 여행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담아보고자 했던 선택이었는데, 광각부터 망원을 아우르는 12-100mm F4 IS PRO 렌즈의 가능성과 성능에 반해 예상보다 많은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중 인상적이었던 E-M1 Mark II의 손떨림 보정 장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배경은 낮보다 아름다운 싱가포르의 '밤'이었습니다.
낮보다 아름다운 밤,
해가 지면 시작되는 또 다른 하루
- 마리나 베이의 밤 -
호텔에 짐을 풀기 전에 샤워부터 해야할 정도로 무더웠습니다. 아마 겨울 도시에서 왔으니 더 그랬을 테죠.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다시 짐을 챙겨 싱가포르에서의 첫번째 밤을 맞았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물론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멀라이언(Merlion)이 있는 멀라이언 파크입니다. 이 땅을 대표하는 마리나 베이의 장면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각대를 펴고 사진을 찍는 동안 토요일 밤을 이 곳에서 보내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그 중 한 여성의 목소리가 한 말이 유독 또렷하게 들려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야경은 내가 보았던 어떤 곳보다 아름다워.'
이제 막 여행을 시작하는 저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만큼, 마리나 베이의 야경은 화려하고 극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에서는 가급적 짐을 줄이고 가볍게 다녔던 것과 달리 싱가포르에서는 매일같이 삼각대를 챙기고 다녔습니다. 낮보다 밤이 더 기대되는 도시, 싱가포르는 그렇게 기억될 것입니다.
[ 싱가포르의 야경 ]
- 클락 키 (clarke quay) -
- 마리나 베이 (Marina bay) -
- 가든스 바이 더 베이 (Gardens by the bay) -
- 실로소 해변 (Siloso beach) -
어떤 도시보다 야경을 많이 담은 여행이었습니다. 늦은 밤 호텔에 돌아오면 어깨며 발이 깨질 것처럼 아팠지만 야경 사진들을 보면 삼각대를 매일 챙긴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렌즈는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하나만 챙겼는데, 광각부터 망원까지 모두 대응하면서도 F4로 조리개 값이 비교적 밝아 여행용으로 무리가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해상력은 물론 야경 장노출 촬영에서의 빛갈라짐 표현 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과거 12-40mm F2.8 PRO 렌즈는 야경 촬영에는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앞으로도 여행용으로 가장 먼저 챙길 렌즈가 될 것 같습니다.
되도록 깨끗한 이미지를 담기 위해 야간에는 주로 삼각대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나, 단단하지 못한 지면상태 등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아쉬운대로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해야 했는데, 올림푸스 E-M1 Mark II의 손떨림 보정 장치 덕분에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손떨림 보정
이번 여행에서 E-M1 Mark II와 함께 단 하나의 렌즈로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렌즈를 선택한 이유는 몇가지가 있지만 손떨림 보정 장치에 대한 기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의 5축 손떨림 보정 장치에, 12-100mm F4.0 IS PRO 렌즈의 손떨림 보정 장치가 더해져 최대 6.5 스톱 상당의 보정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이는 현재 출시된 카메라 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성능이라고 합니다. 여행지의 야경은 물론 최대 100mm의 망원 촬영, 그리고 4K 동영상까지 기대가 무척 컸고, 실제 성능 역시 놀라웠습니다.
- F4 / 1.6초 촬영 -
위 사진은 해가 모두 진 밤 아홉시 삼십 분에 미약한 조명에 의지해 촬영한 것입니다.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최대 개방인 F4 조리개는 야간 촬영에 매우 불리한 값이지만, E-M1 Mark II의 손떨림 보정 장치에 의지해 ISO 감도를 400까지 낮추고 셔터 속도를 1.6초로 설정해 촬영했습니다. 일반적인 촬영이라면 1.6초의 셔터 속도는 필연적으로 흔들림이 발생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철-컥 하는 제법 오랜 촬영 후에 얻은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 확대 이미지 -
1.6초의 긴 셔터 속도에도 불구, 확대한 이미지는 흔들림 없이 깨끗합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5축 손떨림 보정 장치 탑재 카메라들도 1초 이상의 셔터 속도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는데, 12-100mm F4 IS PRO 렌즈와의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더 우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후에도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는 장소에서도 망설임 없이 낮은 감도의 야경 촬영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깊은 밤에도 ISO 800을 되도록 넘지 않도록 설정했는데, 때문에 셔터 속도는 1초를 넘기기 일쑤였지만, 6.5스톱 보정 효과를 확인하고 나니 걱정이 줄어들더군요. 더불어 F4 최대 개방에서도 선명한 렌즈의 화질 역시 핸드 헬드 야경 촬영에 힘이 됐습니다.
2초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 없이?
- F5 / ISO 200 / 셔터속도 2초 촬영 -
사실 위 사진은 손떨림 보정 장치를 테스트 해 보고자 욕심을 내 본 것이지만, 결과는 카메라의 승리였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삼각대 없이는 촬영이 불가능한 2초의 셔터 속도지만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손떨림 보정 성능 덕분에 흔들림 없이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확대 이미지 -
확대 이미지에선 2초간 다리 위 행인들이 움직인 궤적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리와 가로등, 건물의 윤곽선은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촬영됐습니다. 강력한 손떨림 보정 성능 덕분에 빛이 부족한 야간에도 ISO 200 최저감도를 설정할 수 있어 이미지 전체가 매우 깔끔합니다. 이 정도면 삼각대 없이도 충분히 깔끔한 야경 사진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6.5스톱이라는 숫자를 처음 듣고 반신반의 했지만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시너지 효과는 제가 사용해 본 카메라 중 단연 최고의 손떨림 보정 효과를 자랑했습니다.
100mm 망원 촬영에도 선명하게?
- 100mm 최대 망원, 1/10초 셔터속도 촬영 -
빛이 부족한 야간/실내 촬영 못지 않게 망원 촬영에서의 손떨림 보정 효과 역시 이 카메라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입니다. 마리나 베이 샌즈 건너편 쥬빌리 다리(jubilee bridge)에서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최대 망원 100mm를 사용하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루이비통 매장 'Louis Vuitton Singapore Marina Bay'을 담을 수 있습니다. 열한 시가 넘은 깊은 밤, 35mm 환산 200mm의 장망원 촬영은 흔들림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큽니다. 실제로 ISO 800 감도에서 셔터 속도가 1/10초밖에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빛이 부족했습니다.
- 확대 이미지 -
하지만 100mm 최대 망원, 1/10초의 셔터 속도에도 흔들림 없이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100mm 초점 거리에서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1/100초 혹은 그 이하의 빠른 셔터 속도가 필요한데, 6.5스톱 손떨림 보정 성능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는지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온 후 친구에게 E-M1 Mark II의 다른 어떤 장점보다 먼저 이야기했을 정도로, 이 카메라와 렌즈의 손떨림 보정 성능은 인상적이었고, 덕분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매일밤 도시 곳곳에서 저를 감동시킨 싱가포르의 야경을 이렇게 선명하게 추억하는 데 사진의 역할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4K 동영상 촬영에서 빛나는 손떨림 보정
손떨림 보정 장치의 위력을 경험했던 또 하나의 촬영은 4K 동영상이었습니다. 사진보다 오히려 손떨림의 중요성이 더 큰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에서 올림푸스가 자랑하는 5축 손떨림 보정장치와 렌즈와의 시너지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인데요, 그동안 올림푸스 카메라는 동영상에서는 경쟁 제품보다 크게 뒤쳐지는 모습이었지만 E-M1 Mark II에서 4K 동영상 촬영 기능을 지원하고, 거기에 손떨림 보정 장치의 기능이 다시 한 번 인정 받으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E-M1 Mark II로 사진보다 영상 촬영을 더 많이 한 것도 고화질 동영상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든 동영상에서 화질 못지 않게 안정적인 손떨림 보정의 힘이 빛을 발했습니다.
12-100mm 렌즈의 광학 8배 줌은 다양한 구도를 설정할 수 있어 캠코더 못지 않은 편의성을 제공했고, 100mm 최대 망원에서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촬영한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 조합의 4K 동영상은 별도 포스팅을 통해 이야기할 계획입니다.
하나 더,
여행을 멈추지 않게 한 방진방적 카메라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하루에도 몇 번씩 세찬 비가 내리는 싱가포르 날씨에서 걱정을 덜어준 카메라의 방진방적 설계입니다. 3월 싱가포르는 다행히 우기가 지나간 후라 맑은 날씨를 볼 수 있는 날이 많았지만, 늦은 오후엔 약속한 듯 세찬 비가 한 두 시간 가량 내려 오후 내 달궈진 대지를 식혔습니다. 종일 무더위에 지친 몸을 식혀주는 소나기를 걱정없이 맞이할 수 있는 것은, 카메라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림푸스 E-M1 Mark II는 물론 12-100mm F4 IS PRO 렌즈 역시 우천과 먼지, 영하 10도의 혹한에도 걱정없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방진방적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올림푸스 E-M1 Mark II는 금속 재질을 채용하고 주요 노출,접합 부위에 고무 실링 처리가 되어 있어 수분과 먼지 등의 유입을 차단합니다. 더불어 영하 10도의 혹한에서도 정상 동작하도록 설계돼 열악한 촬영 환경에서도 변함 없이 촬영할 수 있는 신뢰도를 갖춘 것이 장점이죠. 특히 일반적인 사용자의 경우 비 오는 날에도 물과 습기 유입 걱정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해외 여행을 갈 때, 고장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는 것도 '단 하나의 카메라'로서 중요한 요소니까요.
아시아 최남단에 위치한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팔라완 해변에서 세찬 비를 맞았습니다. 여행 중 가장 뜨거웠던 오후를 식히는 고마운 비를 보며 전망대에서 잠시 발을 쉬기도 했는데요, 비를 맞으며 걸어오는 동안 카메라와 렌즈가 흠뻑 젖었지만, 동작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저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른 카메라였으면 묻은 물기를 닦느라 바빴겠죠. 여행 중 카메라 고장을 수차례 겪은 저로서는 이 카메라의 내구성 역시 큰 장점입니다.
최고의 듀오,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
여행을 떠나기 전날, 처음 이 렌즈를 받고 E-M1 Mark II 카메라에 마운트하고 나니 그 크기와 무게에 걱정도 됐지만, 그보다 12mm 광각부터 100mm 망원까지 다양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것과, 고화질 4K 동영상으로 담는 여행의 설렘이 컸습니다. 실제로 여행하는 동안 기대만큼 편하고 화질 역시 만족스러워 즐거운 여행 동반자로 평가합니다. 평소 줌렌즈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여행용으로 단 하나의 카메라와 렌즈를 고민하는 이에게 추천할만한 조합이었습니다. 게다가 6.5스탑의 손떨림 보정 효과는 기대를 훨씬 웃돌았습니다.
반신반의했던 올림푸스 E-M1 Mark II,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이 안에 담긴 다양한 매력들을 하나씩 인정하게 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더 다양한 싱가포르의 장면들과 카메라, 렌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E-M1 Mark II로 촬영한 이미지 (M.ZUIKO DIGITAL ED 12-100mm F4 IS 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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