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싱가포르 여행에는 손에 익은 카메라와 함께 이제 막 배워가고 친해지는 중인 올림푸스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카메라는 일찌감치 E-M1 Mark II로 정했지만 렌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현재 사용 중인 25mm F1.2 PRO 렌즈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여행 중 마주치는 다양한 장면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줌렌즈를 챙겼습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렌즈는 얼마 전 새로 출시한 고배율줌 PRO 렌즈 M.ZUIKO 12-100mm F4 IS PRO 렌즈입니다. 광각부터 장망원까지 하나의 렌즈로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고, F4로 비교적 밝은 조리개 값과 손떨림 보정 IS, 결과물에 대한 믿음을 주는 PRO라는 이름 역시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나의 카메라 그리고 하나의 렌즈로 담은 여행.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던 그렇지 않던, 여행을 떠나기 전 카메라를 선택하는 데 적잖은 고민이 따릅니다. 되도록 가볍게, 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것은 귀가 솔깃해지는 말일 것입니다. 여행지의 풍경부터 거리에 쏟아지는 이국적인 장면들, 멋진 뒷모습을 연출한 다른 여행자와 우연히 마주친 강아지와 고양이, 여행에 힘이 되어 준 특별한 식사까지. 여행은 그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기에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담고 싶기 마련인데, 그 모든 장면을 렌즈 하나로 담을 수 있다면 말이죠. 출국 전날, 12-100mm의 고배율 줌 렌즈를 E-M1 Mark II에 마운트하면서 기대가 무척 컸고,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동안 이 카메라와 렌즈가 가진 폭 넓은 표현력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한 대의 카메라와 렌즈가 가진 가능성, 그리고 둘의 조화 등을 소감 위주로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첫번째, 가벼움
- 올림푸스 OM-D E-M1 Mark II와 M.ZUIKO 12-100mm F4 IS PRO 렌즈 -
약 두달간 사용한 올림푸스 E-M1 Mark II는 아직 알아야 할 것이 더 많지만 2000만 화소 이미지와 빠른 AF, 악천후에도 고장 걱정없는 내구성 등 다양한 장점 때문에 신뢰하고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출국 전날에야 첫인사를 한 12-100mm F4 IS PRO 렌즈에 대해서는 떠나면서도 물음표가 있었습니다. 고배율 줌렌즈에서 흔히 발생하는 주변부 화질에 대한 우려, 야간/실내 촬영 중 F4 조리개 값의 성능에 대한 걱정 등이었는데요, 주로 단초점 렌즈 하나로만 여행하는 제게는 작지 않은 도전이었던 셈입니다.
올림푸스의 기술력이 집약된 플래그십 카메라 E-M1 Mark II와 35mm 환산 24mm 광각부터 200mm 망원까지 모두 촬영할 수 있는 광학 8배 줌렌즈 M.ZUIKO 12-100mm F4 IS PRO. 여행용으로 최상의 조합인 이 둘의 무게는 약 1130g으로 성능과 활용도를 고려하면 가벼운 편에 속합니다. 다른 미러리스/DSLR로 이 정도의 구성을 하려면 부피도 무게도 곱절 가까이 늘어날 것입니다. 여행 내내 저는 이 카메라,렌즈 조합을 어깨에 매거나 목에 걸고 다닐 정도로 휴대성과 기동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200mm 망원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언제든 촬영 대기 상태로 준비되어 있는 셈이니까요. 렌즈 교체의 번거로움까지 없애준 1.1kg의 조합은 여행 중 느낀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물론 이보다 대형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카메라가 심도 표현 등에 우위가 있으나 올림푸스 시스템이 가진 기동성도 그 못지 않은 장점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 12mm 광각 -
떠나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그곳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나와 어떤 화학 반응을 일으킬지. 여행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담게되는 장면은 풍경과 사람, 음식 등 몇가지 단어로 축약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고, 그래서 우리는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챙겨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가장 비싸고 좋은 렌즈들을 여럿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답 같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이 여행에 큰 방해가 되는 경험을 다수 했습니다.
그래서 12-100mm 광학 8배 줌렌즈 하나로 담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기대했습니다. 위 사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루프탑 바 '1 Altitude'에서 내려다 본 마리나 베이 풍경입니다. 12mm 최대 광각으로 최싱가포르 플라이어까지 한 화면에 넓게 담았습니다.
- 100mm 망원 -
그리고 동일한 위치에서 100mm 망원까지 줌을 당기니 마리나 베이 샌즈의 옥상이 놀랍도록 가깝게 다가옵니다. 사람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요. 이 두 장의 사진만으로 이 카메라와 렌즈가 담을 수 있는 이야기를 폭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화질이나 속도, 무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둘째로 미룬채 어떤 이야기라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워졌습니다. 제가 다닌 어떤 여행보다 다양한 시선을 누린 시간이었습니다.
이 놀라운 줌렌즈의 매력은 동일한 장면을 다가가거나 물러서지 않고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줌렌즈가 영 낯선 저도 곧 그 편리함과 유능함에 빠져 지냈습니다. 풍경부터 거리 스냅, 인물부터 접사까지 이 렌즈는 제가 원하는 거의 모든 구도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 풍경을 담는 광각 ]
여행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광각, 이 렌즈의 12mm는 일반적인 35mm 포맷 기준 24mm 광각으로 풍경 촬영에 불편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거대한 건축물과 조형물이 많았던 싱가포르에서는 단연 광각 촬영이 가장 많았는데, 종종 초광각에 대한 아쉬움이 들긴 했지만 일반적인 풍경 촬영에 12mm는 충분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시원한 12mm 광각으로 도시의 낮과밤을, 섬의 숨겨진 색들을 담았습니다. 거대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남김없이 담아서 좋았고, 실로소 해변 위 하늘에 가득한 구름을 양껏 챙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12mm 광각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 때는 싱가포르의 '밤'이었습니다. 해가 지면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형형색색의 조명 쇼와 축제, 공연 때문에 눈이 무척 즐거웠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28mm 렌즈의 카메라보다 더 넓은 시선으로 담을 수 있는 12mm 광각이 줌렌즈로서 당연하게 느껴지면서도,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 망원, 다가서는 과감함 ]
크고 무거운 렌즈를 좋아하지 않는 제게 이 렌즈의 100mm 망원은 완전히 새로운 시선이었습니다. 멀리있는 것을 가깝게, 혹은 작은 것을 크게 담는다는 것 외에도 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을 부각시켜 담을 수 있는 망원 특유의 연출이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거리 풍경을 100mm로 확대해 담으면 제가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특별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광각 촬영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이 생소한 방식이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여행 중 망원으로 촬영한 몇몇 장면은 기존 광각 렌즈만을 고집했다면 얻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카메라, 렌즈 조합은 그동안 여행 사진에서 간과하던 망원 촬영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아, 사진보다 4K 동영상에서 망원의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하더군요.
[ 1mm 마다 다른 여행의 순간들 ]
12mm와 100mm 사이의 숫자들은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싱가포르에서 마주친 수많은 장면들을 담아줬습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넓게, 또 다른 순간엔 유난히 눈에 띈 장면에 다가가서 담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렌즈가 줌렌즈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 스냅 사진 촬영에서 이 렌즈의 크기와 무게는 기존 것에 비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대신 조금 더 섬세하게 거리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 포착에도 그리 부족함이 없었는데, 그것은 E-M1 Mark II의 빠른 AF 역할이 컸습니다.
즐겁게 여행하며 담은 찰나의 장면들이 그동안의 여행사진과 다른 것이 있다면 시선의 너비가 미세하게나마 다양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렌즈는 이런 용도에 집중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크기와 무게지만, 앞서 살펴본 광각, 망원의 매력까지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초점거리만큼 이야기가 다양해진 것, 줌렌즈의 장점을 이번 여행을 통해 확실하게 경험했습니다.
세 번째, 신뢰감
낯설고 먼 도시로 함께 떠나는 '동반자'로서 신뢰감, 즉 이 카메라에 대한 믿음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가 잦고 습한 싱가포르에서 E-M1 Mark II는 종종 소나기를 맞았지만, 방진방적 설계로 고장에 대한 우려는 없었습니다. 12-100mm F4 IS PRO 렌즈 역시 같았습니다. 현지에서 경험한 손떨림 보정에 대한 신뢰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요, 약 2초의 셔터 속도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6.5스탑 IS 성능은 단연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싱가포르의 밤을 담아준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손떨림 보정에 대한 설명은 지난 포스팅에 더 상세히 풀어 놓았습니다.
http://mistyfriday.tistory.com/2935
산책하듯 여유를 즐긴 티옹바루의 아침엔 단연 작은 서점 'Books actually'의 포근한 감성이 돋보였습니다. 이 서점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를 꺼냈을 때, E-M1 Mark II의 '무음 촬영' 모드가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전자 셔터를 사용해 촬영시 셔터음이 발생하지 않는 무음 촬영모드는 이런 순간 포착에 제격이었어요. 이 외에도 60초 가까이 셔터 속도를 설정할 수 있는 E-M1 Mark II의 야간 촬영 능력, 편리한 화면 터치 조작과 야외에서 이미지를 스마트폰에 전송할 수 있는 Wi-Fi 기능 역시 여행 중 유용했던 기능들이었습니다. 내구성과 촬영 성능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포토그래퍼들을 위한 편의 기능을 꼼꼼히 갖춘 것이 여행을 마칠 때까지 이 카메라를 믿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네 번째, 결과물
위에 살펴본 휴대성과 줌렌즈 활용, 촬영 성능이 장점으로 느껴질 수 있었던 것은 카메라의 본래 목적인 사진과 영상 결과물이 제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에 대한 몇몇 선입견을 저 역시 가지고 있었는데, 체코 여행을 함께한 PEN-F를 통해 일정 부분 해소했고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 플래그십 카메라 E-M1 Mark II를 통해 다시 한 번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화질에 대해 우려했던 12-100mm F4 IS PRO 렌즈의 화질이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센토사 섬에서 우연히 마주친 공작을 100mm 최대 망원, F5.6 조리개로 담았습니다. 눈 부분을 확대하니 고배율 줌렌즈임에도 화질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더불어 이미지 일부를 추출해 사용하기 용이한 2000만 화소까지. 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E-M1 Mark II는 기존 올림푸스 카메라에서 느꼈던 한계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12-100mm F4 IS PRO 렌즈의 화질에도 좋은 평가를 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사진보다 더 중요했던 4K 동영상 촬영의 만족도는 기대가 낮았기 때문인지, 사진에 대한 만족도보다 더 컸습니다. 전작 PEN-F보다 4배 더 큰 4K 해상도에 영화용 포맷인 C4K를 지원하는 등 동영상 촬영 성능이 대폭 향상됐는데, 선명하고 생생한 영상들을 다시 보고 있으면 다음 여행도 이 카메라와 렌즈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 하나의 렌즈로 여행한다는 것,
여행이 더 가볍고 즐거워진다는 것.
단 하나의 카메라와 렌즈로 여행의 수 많은 장면들을 담는 것은 무척 걱정스러운 일이었습니다만,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는 싱가포르 여행을 통해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습니다. 광학 8배 줌렌즈는 렌즈 교체 없이도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는 힘을 가졌고, 올림푸스 플래그십 카메라는 화질과 촬영 성능, 내구성 등 전반적인 완성도가 뛰어났습니다. 게다가 이 둘의 조합은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가벼워서, 여행하는 제 걸음과 마음까지 가볍고 즐겁게 해줬습니다.
물론 얕은 심도 표현 등 이 카메라와 렌즈 조합이 아직 미진한 것이 분명 존재하지만, 여행용 카메라로서 제가 느낀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가 가진 매력은 대단했습니다. 곧 여행을 떠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두 조합으로 비를 맞으며 여행해 보고, 2000만 화소 사진과 4K 동영상을 즐겨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만큼.
[ E-M1 Mark II로 촬영한 이미지 (M.ZUIKO DIGITAL ED 12-100mm F4 IS 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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