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그것은 아마도, 여행이 절정에 이른 순간


겨울의 프라하 여행이 봄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내심 눈으로 덮인 낭만적인 풍경을 기대했지만 출발 전 확인한 예보에는 눈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재회'에 의미를 두고 떠난 여행. 하지만 도시는 변함없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못지 않은 절정의 순간을 제게 남겨 줬습니다. 여행을 하나의 선으로 그린다면 이 탑 위에서의 짧은 시간은 단연 가장 높이 솟은 정점일 것입니다. 수많은 프라하의 전망대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그 감동만은 어느곳 못지 않은 곳입니다.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는 프라하성, 구시가광장과 함께 체코 프라하의 대표관광지입니다. 약 700년 전 강에 의해 좌,우로 나뉜 프라하 시를 이은 첫번째 다리로 역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길을 따라 미세하게 휘어 축조된 다리는 여전히 매일 수만명의 사람들이 건널 정도로 건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이 다리 위 풍경은 큰 조각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난간 위 조형물과 거리의 예술가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가장 높이 솟은 다리 끝자락의 탑입니다.


이 탑은 카렐교에서 촬영한 사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침과 낮에는 아름다운 장식으로, 밤에는 우아한 실루엣으로 프라하의 낭만을 각인시킵니다. 저 역시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억이 있지만 정작 이 탑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은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그것도 우연한 기회에, 첫번째 여행의 마지막 하루를 보낸 친구 덕분에 말이죠.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종일 내린 비까지 겹쳐 몇번씩 울컥했던 그 날, 이 전망대 위에서 바라본 프라하 전경이 그 여행의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탑과 다리, 트램이 있던 장면들이 역시나 이 도시의 수식어와 어울렸지만 비에 젖은 풍경이 어딘가 울적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습니다, 아무래도 한 번 더 와야겠다고. 그렇게 평생 한 번뿐이라고 생각했던 프라하 여행을 다시 한 번 꿈꾸게 된 순간 제가 있던 곳이 바로 이 탑, 전망대 위였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일년 후 다시 프라하에 왔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아침, 일 년간 기다렸다는 듯 블타바에, 카렐교에 그리고 이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날이 무척 좋아 걸음을 더 서둘렀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새 혹시 날씨가 흐려지거나 비가 올까 조바심이 났기 때문입니다.


카렐교 끝자락에 우뚝 솟은 이 탑의 이름은 staroměstská mostecká věž로, 해석하면 Old town bridge tower 입니다.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프라하 성 지구와 구시가 지구로 나뉜 프라하의 구시가 지구에 속해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입니다. 탑 아래 작은 문을 통해 입장할 수 있는데, 문 크기가 타워 규모에 비해 무척 작은데다 이 주변에 사람이 무척 많아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치면 난감할 정도로 좁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티켓 오피스에 닿습니다. 전망대 관람 가격은 90코루나, 한화 약 4000원입니다. 



티켓을 구입하고 계단을 오르다 보면 중간중간 작은 창문을 통해 카렐교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높고 가파른 계단에 숨이 차다가도 이 풍경 조각을 보면 몇 번이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힘차게 계단을 오르면 곧 전망대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만약 운 좋게도 화창한 날씨를 만나게 된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프라하 전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비 내리는 우중충한 그 날과 달리 이 날 저는 끝내주게 운이 좋았습니다. 일 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카렐교 전망대를 대표하는 프라하 전경입니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프라하 성과 카렐교 그리고 블타바 강을 한 눈에, 그것도 이렇게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을 곳입니다. 아직 공기가 쌀쌀한 2월이었지만 화창한 날씨에 강한 햇살 덕분에 봄 같았던 순간이었습니다. 프라하에서 수많은 장면들을 보고 담았지만 지난 겨울 여행 중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을 꼽는다면 단연 이 곳을 꼽습니다.



그 외에도 전망대를 한 바퀴 돌며 카렐교와 블타바 강, 그리고 구시가 지구 거리의 모습을 보고 담을 수 있습니다. 높은 탑 위에서 내려다보는 프라하 풍경이 그 속에 있을 때완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중세 유럽 특유의 멋을 간직한 도시의 주황색 지붕들은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때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곳곳에 솟은 수십개의 첨탑들, 이름 모를 멋진 건축물들 사이로 저멀리 구시가광장의 천문시계탑과 화약탑도 눈에 띕니다. 이렇게 한 바퀴 걷는 것만으로 프라하 주요 스팟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습니다. 90코루나의 가격이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눈부셨던 이 날 오후, 이 전망대에서 저는 일 년간의 그리움을 해소하며 제법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카메라가 몇 초에 한 장씩 이 그림같은 순간들을 담아줬습니다. 이 날 촬영한 200장의 사진을 영상으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프라하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에게 기대를 한움큼 더하는 장면이 되길 바랍니다.




도시의 낭만이 시작되는 곳


프라하를 찾는 모든 분들이 카렐교를 찾으시겠지만, 정작 이 전망대까지 오를 여유를 갖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만 삼십분이라도 시간을 내 이 전망대에 오른다면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 카렐교가 멋진 조화를 이루는 결정적 장면이 여행자를 맞이할 것입니다. 저는 이 곳에서 두번째 프라하 여행을 꿈꿨고, 다시 찾던 날 기대 이상의 낭만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도시는 곳곳에 낭만이 가득하지만, 이 곳은 아무리 둔한 이라도 참지 못하고 감탄할만큼 그 낭만의 밀도가 남다른 곳이라고 하겠습니다.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들춰 보아도 질리지 않는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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