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체코 속 또 다른 체코 여행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한국인이 가히 사랑해 마지않는 여행지 체코 프라하. 그 곳이 한국인에게만 아름다운 곳은 아닐텐데 프라하에는 유독 한국 여행객이 많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은 드라마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실제로 체코 그리고 프라하를 거닐다 보면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특히 많은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현실처럼 선명하고 다양한 색 그리고 우아한 실루엣의 건축물이며 동유럽 특유의 소박하고 수수한 분위기, 저렴한 물가 등. 실제로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 중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유독 높아서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공항 곳곳에는 한국어 안내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체코 여행 하면 역시나 '프라하(PRAHA)'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유명한 체코의 시골 도시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녀온 이들은 그 아름다움이 프라하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자는 체코에서 단 하루를 머물러야 한다면 프라하 대신 이 곳에서 머물겠다고도 하고요. 체코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시골도시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가 바로 그 곳입니다. 도시를 걷다보면 어느새 사오백년 쯤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체코 남보헤미아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는 인구 만오천의 작은 도시입니다. 하지만 과거 보헤미아 지역의 무역 거점 역할을 담당하며 번성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이름의 뜻은 '보헤미아의 오솔길'이란 뜻으로 이 소도시의 형태와 매력을 잘 담아냈습니다. 도시 전체 크기가 서울의 용산구 정도로 매우 작아 걸어서 하루면 도시 곳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체코 여행 패키지 중 다수에 체스키 크룸로프 당일 여행 코스가 포함돼 있다죠. 프라하에서 버스로 세시간 가량 걸리는 제법 먼 거리지만 도착하면 열에 아홉 '우와'라고 탄성을 지를만큼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마을 입구 초입에 세워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문구가 그것을 입증합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체스키 크룸로프 전경 (왼쪽) | 스보르노스티 광장 (오른쪽)

이발사의 다리 (왼쪽) | 구시가지 거리 (오른쪽)


매우 작은 도시지만 볼거리가 제법 푸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프라하 성에 이어 체코에서 두번째로 큰 체스키 크룸로프 성. 그리고 블타바 강을 잇는 이발사의 다리, 도시 중앙에 위치한 스보르노스티 광장, 비투스 성당 등이 잘 알려진 관광지입니다. 하지만 체스키 크룸로프의 진짜 볼거리는 알려진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이 도시 곳곳에 살아있는 중세 유럽의 정취입니다. 가장 근래에 지어진 건물이 400년 정도 되었다니 '시간이 멈춘 도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습니다. 중세 유럽 사람들이 걷던 그 길을 걷는 느낌은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걸을수록 묘한 감흥을 줍니다. 광장과 대로는 물론 집과 집 사이 좁은 골목 하나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이겠죠.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가는 방법 - 스튜던트 에이전시

https://www.studentagency.cz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고속버스 정도를 생각하시면 되는데, 체코 내 각 도시 뿐 아니라 유럽 주요 도시를 버스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유럽 여행객에게도 이미 유명한 이동수단 중 하나입니다. 체코-헝가리-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동유럽 3개국 여행에서도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비행기 기내 못지 않은 서비스 그리고 간편한 예약, 승차 시스템이 장점입니다.




스튜던트 에이전시에서는 매일 체코-체스키 크룸로프 노선을 운행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약과 결제를 할 수 있으니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리 발권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홈페이지 예약 과정은 비교적 간단한 편이며 영어를 지원하니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메인 화면에서 노선을 선택합니다. 기본 출발지가 프라하로 설정돼 있으니 목적지만 체스키 크룸로프로 선택하면 됩니다. 티켓은 편도와 왕복 모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목적지와 일정을 선택하고 나면 해당 기간에 예약 가능한 버스 목록과 시간대가 표시됩니다. 출발과 도착시각, 남은 좌석 수를 고려해서 오른쪽 장바구니 모양 아이콘을 눌러 선택합니다. 가격은 1인 편도 기준 7.6유로로 한화로 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크게 비싸지 않죠? 왕복 티켓을 선택하신 분은 오른쪽에서 돌아오는 버스편까지 선택해야 합니다.



프라하부터 체스키 크룸로프까지 2인 왕복 티켓의 총 금액은 30.4유로입니다. 하단 구매 버튼을 눌러 결제까지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스튜던트 에이전시의 주요 노선은 예약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제 전 화면에 나오는 그림에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합니다. 녹색이 선택 가능한 좌석입니다.

이렇게 좌석 선택까지 마치고 금액을 결제하면 E-티켓을 받게 됩니다. E-티켓은 출력해서 버스 탑승할 때 승무원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출발하는 날, 지하철을 타고 프라하 안델역으로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날, 버스 탑승을 위해 스튜던트 에이전시 정류장이 있는 프라하 안델(Anděl) 역으로 향합니다. 프라하 내에 스튜던트 에이전시 정류장이 몇 곳 있는데, 체스키 크룸로프행 버스는 일반적으로 이 안델역 정류장에서 많이 탑니다. 구시가 광장 인근에 숙소가 있던 저는 안델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프라하 여행 중 처음으로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프라하는 지하철 역사가 짧고 노선도 많지 않아 관광객들은 트램이나 택시를 많이 이용합니다. 역 수가 많지 않은 탓이 큰데, 저도 그나마 지리에 익숙한 화약탑 앞 나메스티 리퍼블리키(Náměstí Republiky)까지 이동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프라하의 지하철 이용


프라하의 대중 교통은 버스, 지하철, 트램 구분없이 시간단위의 단일 요금 체계가 적용되는데, 24코루나 티켓을 사면 약 30분간 지하철과 트램 등 대중교통 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시간 단위로 요금에 차이가 있는데 90분 이용권은 32코루나, 하루동안 교통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은 110코루나입니다. 티켓은 지하철 내 무인발권기와 버스, 트램 정류장마다 있는 담배가게 타박(Tabak)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구매한 티켓을 트램과 지하철 개찰구에 있는 펀칭 기계에 삽입하면 됩니다. 프라하 지하철에는 한국처럼 무임승차를 제지하는 시스템이 없는 대신 경찰이 지하철 역내와 전동차, 트램을 순찰하며 티켓 검문을 합니다. 이 때 티켓이 없거나 해당 시간이 초과된 경우 벌금을 물게 되니 말리는 사람 없다고 무작정 들어서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펀칭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도 무임승차로 간주되니 꼭 확인하세요.



모스크바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지하철이었는데 프라하 지하철에서 그와 공통점을 몇몇 발견했습니다. 가장 큰 공통점은 깊숙하게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 승강장이 무척 깊은 지하에 있는데다 계단 없이 에스컬레이터로만 내려갈 수 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이 에스컬레이터의 '속도'. 유의하고 타지 않으면 뒤로 넘어질 정도로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대단히 빠릅니다. 모스크바 지하철도 한국에 비해 무척 빠른 에스컬레이터가 운행되는데 프라하는 그보다 더 빠릅니다. 옆 벨트를 꼭 잡고 타야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긴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겠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빠르더군요.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적 역사가 짧은 프라하의 지하철은 역사 내부는 물론 전동차까지 깨끗하고 현대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철저하게 현대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모스크바 지하철역처럼 건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는 없었습니다만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지 배차가 꽤 긴 편인데 승강장 전광판에 다음 열차 도착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해 줘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라하 지하철 역사 -



지하철 객차는 제가 가 본 도시 중 가장 깨끗한 편에 속합니다. 일부 국가처럼 음식물 섭취가 엄격하게 금지된다거나 하는 유의사항 없이 자유로운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정숙하지도 않습니다.




지하철 노선은 총 세개로 도시 주요 관광지와 번화가를 연결한다고는 하지만 그다지 촘촘하지 못해 유명 관광지 위주의 관광에도 그리 좋은 이동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게다가 거리 곳곳이 아름다운 체코에서 이런 재미없는 지하철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트램을 타는 편이 훨씬 좋은 선택이죠. 저는 프라하 시내를 주로 걸어서 이동했고 가끔 트램을 타고 싶을 때 탔습니다. 아마 안델역 그리고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지 않았더라면 지하철을 탈 일이 없었을 것 같아요.


안델역 도착,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 정류장



안델역에 도착했습니다.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 정류장은 천장에 붙은 안내판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출구 앞에 이런 휑한 풍경이 있다면 맞게 찾아온 것입니다. 이곳은 예전 우리동네에 있던 간이 시외버스 터미널을 연상시킵니다. 구시가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제가 좋아하는 프라하의 '낭만'은 마치 딴세상처럼 평범한 동유럽의 아무개 동네 분위기가 펼쳐집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체스키 크룸로프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란색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는 더듬이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거울 때문에 메뚜기 버스로도 불립니다. 일반 버스보다 제법 크고 높은 버스로 버스 앞유리에 목적지가 적혀 있으니 탑승 전에 한 번 더 확인하시고요.




물론 버스 탑승시 승무원이 꼼꼼하게 티켓 체크를 합니다. 서울에서 미리 출력해 온 E-티켓을 보여주면 탑승할 수 있습니다. 여행객의 캐리어 가방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습니다.




위 사진은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 내부입니다. 흔한 고속버스 정도를 예상했는데 시설이 꽤 좋습니다. 좌석마다 달린 모니터가 비행기 기내 좌석을 연상시킵니다. 좌석은 지정석이기 때문에 예약시 선택한 좌석에 가서 앉아야 합니다.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를 타고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방법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쉬웠습니다. 잠시 후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오며 버스가 출발합니다.


스튜던트 에이전시 버스가 일반 고속버스와 다른 것은 버스에 승무원이 배치돼 운행과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직접 안내방송하고 음료와 기내식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시간의 짧은 운행에는 기내식 없이 간단한 음료가 제공되는데요, 이것도 저는 가격대비 꽤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코코아를 주문해 마셨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되겠다 싶더군요.



세시간 달려서 체스키 크룸로프로


그렇게 약 세시간을 달려 체스키 크룸로프에 도착합니다. 가는 동안 펼쳐지는 체코의 시골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수도 프라하를 벗어나니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영락없는 한국의 시골 풍경이더군요. 그래도 뭔가 다르겠지 했는데 봐도봐도 경기도, 강원도 어딘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 모든 풍경이 처음 보는 것들이라 쉽게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약속된 시각에 체스키 크룸로프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시골 도시인만큼 정류장은 허름하지만 수많은 관광 버스가 서 있는 것을 보니 이 곳이 과연 체코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구나 싶습니다. 이 정류장에서 오분쯤 걸어 들어가면 체스키 크룸로프가 한 눈에 보이는 지점이 나옵니다. 뭐 이미 저 멀리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보며 가슴이 콩닥콩닥하지만요.



돌아올 때도 역시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게 됩니다. 'PRAHA'로 적힌 4번 게이트에서 프라하로 돌아가는 스튜던트 에이전시의 노란색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체코여행, 이제부터 시작



체스키 크룸로프라고 적힌 낡은 표지판을 보니 처음 프라하 공항에서 PRAHA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처럼 두근거립니다. 체코의 낭만을 압축해 놓았다는 작은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즐길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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