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

동화 속 도시를 한 눈에 담다


"그옛날 이 성에 머물던 성주(城主)는 이 풍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 올라 한바탕 사진을 찍고나서 비로소 눈으로 발 아래 도시 전경을 바라보다 든 생각입니다. 중세 유럽에선 체코의 모든 풍경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테니 지금의 나처럼 감격적이지는 않았겠지 싶다가도 우아한 블타바의 고선이며 햇살 가득 받은 주황색 지붕의 건축물들에 마음을 뺏겨 분명 그들도 가끔 나처럼 이렇게 숨 멎을만큼 벅찬 순간을 느낀 적이 있을거라,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합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1박 2일, 여행의 장면을 선으로 그린다면 그 최고점은 당연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 올랐던 이 순간이 될 것입니다.




딱히 지도를 첨부할 필요도 없는 것이, 사실 체스키 크룸로프는 한두시간이면 걸어서 다 둘러볼 수 있을만큼 작은 도시인데다 들어서는 순간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은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여행자를 유혹하기 때문에 굳이 찾지 않아도, 계획하지 않아도 결국 이 성에 닿게 됩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오르게 되죠. 블타바 강이 위,아래로 나누는 체스키 크룸로프의 북쪽에 체스키 크룸로프 성이 있습니다. 인구 1만5천의 작은 도시지만 과거엔 보헤미아 지역의 상업 중심지였던 만큼,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천년수도 프라하의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체코 두번째 규모의 성입니다. 흔히 프라하 성으로 알려진 프라하 비투스 대성당의 실루엣이 남성적인 강인함을 뽐낸다면 체스키 크룸로프는 그 색과 모양이 우아하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현재 박물관과 전망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성 주변의 건물들은 숙박시설과 식당, 카페 등으로 운영되는데 처음엔 하나 하나가 중세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모두 들어가 보고 싶다가도, 모든 식당과 기념품 상점, 호텔들이 수백년 된 중세 유럽식 건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새삼 별달리 보이지 않습니다. 커다란 붉은 철문을 덧댄 성문은 영업시간에 맞춰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네시 혹은 다섯시까지 열립니다. 


-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 영업시간 -



성 관람은 탑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와, 성 내부의 전시실을 포함한 관람 코스로 나뉘는데 오후 늦게 도착한 저는 전망대 개방 시간에 맞추기 위해 내부 전시실 관람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불친절한 동유럽 시골 아낙의 안내에 따라 전망대로 올라가는 성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전망대만 관람하는 티켓의 가격은 50 코루나, 한화로 약 2천원대의 가격입니다. 저렴한 가격이니 오늘 보고 내일 또 봐도 되겠습니다. 입구의 스캐너에 티켓의 바코드를 읽히면 문이 열립니다.



도시 전경에서 본대로 체스키 크룸로프 성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솟아 있습니다. 때문에 성 입구까지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고, 또 다시 전망대까지 가기 위해 이백여개의 계단을 올라야합니다. 나선형으로 성을 오르는 길에 종종 작은 창문이, 창문으로 비치는 풍경이 위로를 건네지만 제법 숨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점점 좁아지는 오르막길이 양 어깨에 꼭 맞을만큼 타이트해지고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무릎에 손을 얹을때쯤, 마침내 앞이 탁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전망대에 도착했음을 알립니다. 가쁜 숨을 크게 고르고 전망대를 한바퀴 둘러봅니다. 도시 입구에서 봤던 것처럼 좁은 원형의 성탑입니다. 족히 수백년 된 성의 새까만 돌난간에 다가가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눈에 다 담기지 않아 연신 고개를 좌우로 돌리게 했던 체스키 크룸로프 전경이 발 아래로 펼쳐집니다. 이 역시 한 눈에 모두 담기는 벅찹니다만, 여행 잡지에서 보던 바로 그 장면이 떠올라 '와'하고 탄성이 터졌습니다.


- 체스키 크룸로프 전경 -


프라하까지 이어지는 블타바 강의 물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인 중세 유럽의 건물들 그리고 족히 이 성만큼의 시간을 품은 듯한 몇 개의 첨탑들.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와 그녀가 왜 그토록 이 도시를 강추했는지 새삼 한 번 더 느끼게 했습니다. 이 도시가 처음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질 때는 그저 그들의 삶을 위해 모이고 짓고 꾸며졌지만, 수백년의 시간이 흘러 바라본 그 풍경은 마치 천재 건축가가 꿈 속의 도시 풍경을 그림으로 그린 뒤 물길을 내고 건축물을 하나하나 짜맞춘 듯 아름답습니다. 골목길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저는 이 도시에 '동화'라는 수식어를 붙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전망대에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기적'이란 단어로.




꼭대기로 갈수록 좁아지는 성, 그래서 전망대는 한 바퀴 도는데 일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만 정작 그 위에서는 한 바퀴를 다 돌기가 어쩜 그리 어려웠던지요. 한 발짝을 채 떼기도 전에 새롭게 펼쳐지는 발 아래 도시 풍경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블타바 강과 이발사의 다리를 함께 볼 수 있는 도시의 대표 풍경부터, 능선을 따라 이어진 중세 유럽의 건축물들의 모습 그리고 강 뒷편으로 돌아가면 보이는 성곽과 건축물의 형태까지. 이 작은 전망대에서 족히 한시간 가까이 머무르며 눈으로 그리고 파인더를 통해 도시를 즐겼습니다. 똑같은 장면을 몇 장씩이나 사진으로 찍었는지 몰라요.


- 내려가는 길이 마치 끌려 내려가듯 아쉬웠습니다 -


아쉽게도 겨울철엔 전망대 운영 시간이 매우 짧습니다. 네시가 갓 넘은 오후지만 벌써 해가 산등성이 가깝게 내려앉아 노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아쉽지만 내일 오전을 기약하며 전망대를 내려왔습니다. 아, 역시나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도시라 그런지 전망대 위에 모여든 젊은 청춘들은 모두 한국에서 온 이들이었습니다. 중세 유럽 분위기 물씬 풍기는 성 꼭대기 전망대에 한국어만 울려 퍼지니 묘하게 웃음이 나더군요.


성곽을 따라 걸어 만나는 또 다른 전망대


체스키 크룸로프성 전망대를 내려온 오후까지만 해도 내일 동이 트자마자 또 오겠노라 다짐했지만, 다음날 조식을 미루고 달려가 곳은 체스키 크룸로프의 또다른 전망대입니다. 성탑 전망대 옆의 성곽길을 따라가면 또 다른 전망대가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진행 중인 단체관람객의 뒤를 따라가니 쉽게 닿더군요. 그 길에 들어서는 성 내부 풍경 역시 꽤나 멋진 구경거리입니다. 화창한 아침, 성곽길 옆에 아침 햇살이 만든 징검다리를 하나씩 밟으며 걸으니 기분이 무척 상쾌합니다.



그렇게 성벽을 따라 걷던 길 끝에 작은 문이 있고, 그 문에 들어서면 마치 나를 위해 터놓은 것 같은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불쑥 튀어나온 모양이 이 성에 붙은 작은 발코니 같기도 한데, 아마 수백년 전에도 전망대로 쓰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시 전경이 완벽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입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성 전망대가 도시 전체를 발 아래 두고 감상하는 곳이라면 성 끝자락에 있는 전망대에는 눈높이를 맞춰 체스키 크룸로프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는 맛이 있습니다. 더불어 중세 유럽 건축물의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도 있고요. 이 날 아침은 지난 오후보다 날씨가 좋아서 풍경이 더 또렷해보였고, 강한 아침 햇살 때문에 지붕이며 첨탑이 반짝반짝 빛을 낼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전망대는 체스키 크룸로프 성을 포함한 도시 전경을 함께 볼 수 있어 오히려 성 위 전망대보다 더 좋았습니다. U자를 그리며 우아하게 흐르는 블타바의 물길과 체스키 크룸로프 성, 그리고 오색 찬란한 건축물들의 모습까지.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이 전망대가 베스트였습니다. 전망대까지 가는 그리고 내려오며 한 번 더 지나는 길에 세워진 조각상이며 성 내부의 아름다움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관람료 무료.


때문에 성 꼭대기 전망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계단을 오르기 벅찬 노부부나 아이들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라 가족 단위의 관람객, 많은 수의 단체 관람객이 이 곳에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로다른 매력의 두 전망대를 모두 보고나니 처음엔 너무 길게 느껴졌던 1박 2일을 이 도시에 쾌척한 것이 잘한 일이다 싶습니다. 프라하와는 사뭇 다른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체스키크룸로프 그리고 두 곳의 전망대였습니다. 얼마나 좋았던지 이 곳에서 저는 프라하에선 잘 찍지 않았던 제 셀프 사진도 수십장을 찍었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 1박 2일의 시간여행을 마치고


그렇게 눈부신 햇살 아래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한바탕 더 감상한 후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한 뒤, 예약한 버스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에는 지난밤 그냥 스쳐야만 했던 골목들을 한번 더 찾아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여행의 끝이 다가오면 늘 하는 생각이지만, 마지막 날에는 모든 여행이 하루 혹은 이틀짜리 여행처럼 짧게 느껴집니다. 1박 2일, 누군가는 이 작은 도시를 둘러보기에 넘치는 시간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관광객으로 머물때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 작은 마을 곳곳에 스며든 시간과 그 시간이 만든 아름다움을 모두 감상하기에 이틀은 결코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시 프라하로 돌아갑니다,

여행은 아직 안 끝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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