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 크룸로프
동화같은 도시의 그림같은 호텔
낭만의 도시 프라하를 잠시 벗어난 '여행 속 여행'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시간은 그 의미만으로 무척 특별하게 남아 있습니다. 남부 보헤미아 지역에 위치한 소도시지만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며 한국과 중국 관광객에게 프라하 못지 않게 유명한 도시 체스키 크룸로프, 버스로 세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다 반나절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크기 때문에 많은 관광 프로그램은 이 곳을 당일치기로 구성하지만 다녀오고 나니 여유있게 하룻밤 머물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스보르노스티 광장과 이발사의 다리, 체스키 크룸로프 성과 전망대까지 여유있게 둘러보기에 아무래도 당일치기는 좀 짧은데다 밤이되면 광장과 성, 다리 그리고 골목길이 낮과는 전혀 다른 색으로 빛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체스키 크룸로프 여행을 계획하신 분들에게 강하게 1박 2일을 추천하면서, 그 밤 제가 머물렀던 호텔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호텔 벨뷰(hotel bellevue)
http://www.bellevuehotelkrumlov.cz/default-en.html
동화같은 도시에선 호텔 건물 하나도 예사로이 보이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이 곳은 눈에 보이는 건물 대부분이 수백년 전 지어진 중세 유럽의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녀온 호텔 벨뷰 역시 중세 유럽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외관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으리으리한 '호텔' 건물은 이 동화 속 도시에 없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호텔은 대부분 이렇게 고풍스러운 건물입니다. 호텔 벨뷰는 체스키 크룸로프의 호텔 중 비교적 평이 좋고 등급이 높은 곳입니다.
4성급 호텔은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홍콩이나 기타 관광 도시의 4성급 호텔을 기대하면 너무나도 낡은 모습에 실망할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이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중세 유럽의 건물들을 호텔과 상점, 식당과 기념품 숍으로 꾸민 곳이니까요. 다른 곳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포근하게 중세 유럽의 저택에서 방 한칸 빌린다는 기분으로 들어서시면 특유의 감성에 미소가 지어질 것입니다.
제가 만난 동유럽 사람들은 순박하긴 했지만 친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뭐 우리에게 유독 타인에 대한 친절이 강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그저 무례하지 않을 정도로, 그들 방법대로 우리를 대하는 것인데 말이죠. 하지만 호텔 직원들은 어딜 가나 친절한 것 같습니다. 그 무뚝뚝한 러시아 사람들도 호텔 프론트에 서면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친근하게 대해주니까요. 체스키 크룸로프는 해외 관광객이 중요한 이 도시의 수입원인만큼 프라하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친절한 느낌입니다. 시골 사람 특유의 정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작은 1층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며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크지 않은 1층 로비는 일반적인 호텔과 다른 체스키 크룸로프만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낡지만 깔끔하고, 무엇보다 포근하고 설레게 합니다. 장식장에는 체코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인 체스키 크룸로프와 관련된 다양한 기념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럽 어느 작은 마을의 다락방
15-16세기쯤 지어진 중세 유럽의 건축물에 엘리베이터가 있을리 없습니다. 사실 그누가 호텔 투숙객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보겠다 했더라도 대다수가 반대했을 것 같습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양쪽에 객실 문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분이 호텔 객실을 들어선다기보단 유럽 어느 작은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느낌이 듭니다. 평소와 달리 여행용 트렁크가 없었던 것 역시 그런 기분을 들게 하는 데 한 몫 했겠지만요.
객실은 예상외로 넉넉한 크기입니다. 수익과 효율을 최대한으로 고려한 최신 호텔의 상술이 씌워지기 전 건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트렁크 서너개는 활짝 펼칠 수 있는 크기에 제법 그럴듯한 옷장도 따로 서 있습니다. 건물은 오래됐지만 객실 내부는 꾸준히 리모델링을 했는지 벽과 화장실 타일, 전기 기구등의 상태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도시의 호텔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포근함 때문에 2월의 겨울 날씨를 잠시 잊었습니다.
호텔을 고르던 제 눈을 이끌었던 것은 이 호텔의 어메니티. 벨뷰 호텔은 록시땅의 바디용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다른 제품들보다 좋았다기보다는 비치품에 신경을 쓴 이 호텔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달까요.
더불어 객실마다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제공합니다. 사실 객실에 비치된 티백 혹은 분말 형태의 차를 잘 마시지 않게 되는데 캡슐 커피는 편하다보니 아무래도 손이 가게 되더군요. 처음엔 혹시 '이거 마시면 추가결제 하는 것 아니야?' 라는 생각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포근하고 깔끔한 느낌의 객실, 실내 비치품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묵은 객실의 경우 창 밖으로 체스키 크룸로프 전경대신 호텔 뒷편의 작은 정원이 보였는데요, 때문에 객실에 머무는 동안 잠시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떠나 편안하게 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객실은 도시와 분리돼 철저하게 휴식하는 쪽을 좋아합니다.
소박하지만 든든한 조식
저는 어지간해선 호텔 조식을 이용하지 않는 편입니다. 동,서양 어딜가나 큰 차이가 없는 호텔식 조식보다는 차라리 조금 서둘러 나가 현지 음식점을 즐기는 편이 좋습니다. 하지만 체스키 크룸로프는 워낙에 시골마을이라 아침 식사를 할 식당이 변변치 않았기 때문에 아침 조식을 신청했습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1인당 1만원 정도를 추가하면 뷔페식 조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1층 로비에 있습니다.
레스토랑 내부 분위기 역시 호텔보다는 유럽식 저택에 가깝습니다. 잘 차려진 테이블은 그 수가 많지 않아 아침 일찍 가도 자리를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중국계 관광객들이 많더군요. 특이한 점은 입장할 때 룸 넘버를 물어보지 않았는데, 이것이 동유럽의 인심(?)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온 김에 먹고가~'
뷔페식의 조식은 가격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으로 수가 많은 편입니다. 주식인 빵과 수프, 간단한 더운 요리들이 있는 유럽식인데 신선한 과일과 치즈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마 이쪽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신 분들은 소시지 말고 도대체 먹을 것이 없다고 불평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른 유럽 도시의 호텔보다 음식들이 짜지 않았던 것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요거트가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곁들일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최고의 조식이었습니다. 더운 요리 없이 간단한 빵과 치즈 그리고 요거트를 대접으로 세 그릇 해치우니 점심도 여기서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체코 물가가 워낙 저렴하긴 하지만 체스키 크룸로프의 벨뷰 호텔의 객실과 조식은 가격대비 만족도가 무척 컸습니다.
레스토랑 창가 자리에 앉아 말린 자두를 잔뜩 올린 요거트를 떠먹으며 조막만큼 보이는 중세 유럽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니 이대로 기억상실증 비슷한 것이 제 머리를 때려 서울에서의 30여년을 잊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곧바로 턱을 때려 정신을 들게 했지만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저는 단 한 곳의 호텔에서만 머물렀지만 그럼에도 이 곳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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