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마리나 베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65층 루프탑 바에서 싱가포르 슬링 한 잔을 마시는 고상한 여유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3박 5일 짧은 싱가포르 여행의 마지막, 비행기 시각을 얼마 앞두고 벼르고 벼른 1-Altitude에 다녀왔습니다. 야경이 아름다운 싱가포르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루프탑 바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입니다. 나홀로 다닌 여행의 마지막 장면으로 전에 없이 화려하기도 했고, 이 날 많은 일이 있었기에 잊을 수 없습니다. 1-Altitude,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의 야경이 메인 뷰인만큼 1-Altitude는 마리나 베이와 멀지 않은 Raffles Place 지역에 있습니다. MRT Raffles Place 역과도 매우 가까워서 방문하기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영업시..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여섯 시, 소중한 두번째 밤을 위해 멋진 야경이 있다는 정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도시였으면 이맘때쯤 '오늘 일정 다 끝났다'며 저녁 먹을 식당이나 기웃거리고 있을테지만, 싱가포르는 밤이 낮보다 더 아름다워서 어디서 노을을 보고, 나이트 쇼를 볼지 고민하곤 했습니다. 전형적인 '싱가포르 뷰' 멀라이언 파크에서 보낸 첫 번째 밤에 이어 두 번째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기준으로 그 반대편에 있는 거대한 인공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특별한 나이트 쇼를 보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뒤에 위치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거대한 인공 정원으로 독특한 형태의 플라워 돔으로 유명합니다. 이 구조물은 플라워 돔(Flower..
아차, 하는 순간 지나쳐 곧 저만큼 멀어져 버립니다. 아침과 밤이 다르게 피더니 두어 번 비에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일 년 내내 그립다며 이름을 불렀지만 잠시 한 눈을 판 죄로 다시 일 년의 기다림만 남았습니다.2017년 봄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날들이 이제 추억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꽃이 다 떨어지고 그 자리에 파란 잎이 돋아난 4월의 봄날, 하지만 이렇게 사진 몇 장으로나마 2017년 봄을 남겨둘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요. 올림픽 공원, 서울 해마다 4월이면 별 것 아닌 일들이, 그것도 매년 다른 일들이 몰려 혼자 잠시 꽃놀이 갈 시간도 없이 봄이 흘러가 버립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고 작은 일들에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올 해는 다행히 아침 한 때 공원을 찾아 이미 흐드러진 ..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싱가포르에선 늘 저녁 식사를 거르고 야경을 쫓아 다녔습니다. 아홉 시가 훌쩍 넘어 그제서야 배가 고파오면, 문 연 식당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여행 둘째 날에도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 트리 쇼를 보느라 아홉시를 넘겼고 계획했던 식당은 영업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생각난 이름이 사테(Satay). 싱가포르 전통 꼬치 요리 사테 가게가 몰려있는 푸드 센터는 저처럼 밤을 헤매는 여행자를 두 팔 벌려 맞아준다고 들었거든요. 마침 마리나 베이와 멀지 않은 곳에 싱가포르 대표 사테 거리가 있어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이것마저 놓치면 굶어야 했으니까요. 싱가포르 사테 거리 라우 파 삿(Lau pa sat) 라우 파 삿, 그리고 텔럭 에이어 마켓(T..
토요일 아침에 출발해 화요일을 가득 채우고 새벽 비행기로 돌아온, 3박 5일의 밀도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라 삼박사일이면 충분하다는 주변의 말과 달리 저는 늘 시간에 쫓기고 가지 못해 아쉬운 것이 많았습니다. 뭐, 여행이 일주일쯤 넉넉하게 주어졌더라도 돌아오는 날의 아쉬움은 매한가지였겠지만 말이죠. 여섯시간 오십분의 비행, 다시 숙소까지 한 시간 반. 무더운 날씨에 호텔에서 짐을 풀기 전에 샤워부터 하고 나니 이미 오후 다섯시가 지나 있더군요. 기내식을 남김없이 먹었지만, 역시 여행의 첫번째 일정은 식사였습니다. 아침에 어머니가 쥐어 주신 든든한 현금을 믿고 점보 레스토랑에서 칠리크랩으로 더 없이 화려한 혼밥을 즐기고(http://mistyfriday.kr/2959) 마리나 베이로 향..
싱가포르에 가면 꼭 이걸 먹어 보라더군요. 그래서 싱가포르에 도착하자 마자 첫번째 식사로 이 곳을 선택했습니다. 출국길에 어머니께서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라며 손에 쥐어 주신 돈도 있겠다, 혼밥이지만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즐겨 보기로 했죠. 호텔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곧장 달려간 클라크 퀘이(Clarke Quay). 강변에 있는 점보 레스토랑은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식당입니다. 인기 있는 싱가포르 음식인 칠리 크랩이 대표 메뉴인데, 칠리 크랩을 먹을 수 있는 싱가포르 내 레스토랑 중 가격과 맛 종합적인 평이 좋아 '입문용'으로 좋다고들 합니다. 가격도 적당하다고 하네요. 혼자 온 사람은 저뿐이더군요.혼밥이지만 싱가포르라서 외롭지 않다고 속으로 외쳤습니다. - 싱가포르 내 점..
얼마 전 다녀온 싱가포르. 날씨가 무척 뜨거웠지만 도시는 깨끗하고 야경이 호화로웠으며 즐길 거리가 많았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최근 발표가 괜한 말로 들리지 않더군요. 싱가포르 여행 중 느낀 또 다른 이 도시의 매력으로 '먹거리'를 꼽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모인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에는 아시아, 중동, 서구 음식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수준 역시 높습니다. 꼬치요리 사테,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게 요리 등 매력적인 전통 요리도 있고요. 하지만 모두 먹어 보기엔 한정된 시간,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갔습니다.출발 전 우연히 알게 된 싱가포르의 노점 두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 "미쉐린 가이드에 두 곳의 노점 식당이 선정됐다고?" 미쉐린..
제게는 아마도 다시 찾을 날까지 아니 어쩌면 그 후에도 계속 오후의 도시로 기억될 바르셀로나. 그 오후를 대표하는 장면 그리고 장소는 손가락 다섯 개쯤 말 나오기가 무섭게 접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반짝이던 순간은 단연 항구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그 여행 중 가장 깨끗했던 하루 그리고 그 절정의 오후에 바르셀로나 포트 벨(Port Vell)에 있었던 것은 상투적인 말이지만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이자 내륙의 중심지라면 바르셀로나는 대표적인 해안 도시로 분류됩니다. 유럽 문외한이었던 저는 얼마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를 바르셀로나로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도시죠. 해안 도시로서 바르셀로나의 장점은 카탈루냐 광장부터 람블라스 거리로 이어지는 도심 지..
이 곳을 일부러 찾아간 것은 두 번째 여행 마지막 날 단 한 번이지만, 기억과 사진에는 프라하 성 못지 않은 컷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첫 번째 여행에선 아침마다 이 성문을 통해 구시가 광장과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고 두번째 여행에선 설레는 첫날밤의 걸음을 멈추지 못해,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여행 속 작은 여행이었던 체스키 크룸로프로 떠나고 또 돌아오며 여러 번 이 탑을 마주했습니다. 아름다운 빛깔의 중세 유럽 건물들 사이에 훌쩍 솟은 시커먼 탑을 모든 이들이 아름답다고 하진 않겠지만, 그에 얽힌 시간을 읽고 어렵게 탑 꼭대기에 오르면 알게 됩니다.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낭만적인 프라하 풍경이 있다는 것을. 프라하 화약탑(Prašná brána, Powder tower) 1475년에 건축된 ..
24개월, 365일.일직선으로만 흐르는 시간을 그저 편의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꼭 그 틀에 맞춰 시간이 흐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시간, 계절에 같은 이름을 붙여 똑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꼭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온 것 처럼. 내내 잊고 있다가도,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저도 모르게 이곳이 떠오릅니다.그날도 오늘처럼 매서웠고, 그래서 다녀온 후 며칠동안 열병을 앓아야 했었지만, 그 기억이 겨울이면 으레 이 곳으로 발길을 이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그날처럼 매서웠던 2월의 어느날, 두물머리에 다녀왔습니다. 실컷 걷고 또 찍고 싶은 날 찾게되는 곳입니다. 양수역에 내려 일부러 두물머리까지 걸어갑니다. 약 2.4km의 상당한 거리인데, 상점들이 즐비한 대로 뒷편으로..
이탈리아, 로마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고, 굳이 가 볼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직접 가 보니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시 전체가 유적처럼 고풍스러웠고, 몇 걸음마다 책에서 보고 듣던 장면들이 펼쳐졌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도시였습니다. 물론 그 이유 중 '먹거리'에 대한 매력이 무척이나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젤라또의 고향이니까요.그 중에서도 젤라또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로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다지만, 한국에서 이런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저는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지올리띠(Giolit..
오후 세 시, 바르셀로나 기억 속 바르셀로나의 장면들은 늘 같은 시간대입니다. 만물이 가장 선명한 빛을 내게 하는 화창한 햇살, 무더위가 조금 지나 숨통이 트인 오후. 사진첩에는 해질녘의 카탈루냐 광장과 짙은 남색의 밤거리 풍경도 있지만 제게는 그저 어두운 오후, 깜깜한 낮처럼 보입니다. 활력 넘치는 오후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모습 중에는 보케리아 시장의 풍경들도 있습니다. 풍부한 먹거리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풍요로운 표정, 귀를 즐겁게하는 시장 특유의 소음까지. 언젠가부터 저는 도시마다 빠짐없이 전통 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보케리아 시장(Mercado de La Boquería)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전통 시장입니다. 먹거리가 풍부한 스페인에서도 유독 눈과 코, 입이 즐거운 곳이라 바르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