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식당 스시키치산페이(すし吉三平)는 앉을 공간조차 없는 작은 곳이지만, 5박 6일 여행 중 가장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은 곳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삼평(三平)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작은 공간에서 스탠딩으로 스시를 즐기는 곳입니다. 근사한 실내 인테리어가 없는 대신 가격 대비 좋은 초밥을 먹을 수 있어, 현지 실속파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죠. 특히나 저처럼 혼자 여행하는 분들에겐 혼밥하기 더 없이 좋은 식당이라 후쿠오카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 소개합니다. 물론 일행과 함께 찾으면 마치 작은 식당을 전세낸 듯한 특별한 기분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스시키치산페이(すし吉三平)
福岡市博多区博多駅中央街1-1
https://tabelog.com/en/fukuoka/A4001/A400101/40045596/
하카타 역과 연결된 쇼핑 센터 DEITOS HAKATA 내에 입점한 스시키치산페이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보가 많지 않은 곳입니다. 떠들썩한 홍보 보다는 작은 공간에서 좋은 음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방침 때문인지 홈페이지나 관련 정보를 찾기 힘들더군요. 다만 일본 내 음식점 정보를 공유하는 타베로그를 통해 실속형 맛집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하카타역과 연결된 DEITOS 입구로 곧장 들어서 왼쪽에 위치한 식당가에 들어서면 끝쪽 골목에서 스시키치산페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점포 규모가 워낙 작아 지나칠 수도 있지만, 눈여겨보면 좁은 식당에 서서 스시와 맥주를 즐기는 일본인들의 풍경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매장 입구에 걸린 이 연등을 발견하면 성공입니다 -
이색적인 스탠딩 스시 바
스시키치산페이의 특징은 역시나 좁은 실내, 좁은 폭의 점포에 바 형태의 테이블이 길게 놓여있는데, 앉을 의자는 커녕 가방 놓을 자리조차 여의치 않아서 벽 위의 선반에 짐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바 테이블의 너비 역시 접시 하나 놓일 정도로 타이트합니다.
이 곳의 식사는 철저하게 '실용적'입니다. 테이블 앞쪽에 붙은 메뉴판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주문서를 작성하고, 젓가락과 간장 역시 직접 꺼내 세팅합니다. 서비스보다는 음식 자체에 충실한 영업 방식입니다. 아쉽게도 한글 메뉴판은 구비가 되어있지 않았는데요, 초밥 메뉴 대부분은 알아보기 쉽게 그림으로 설명이 되어있고, 주력 메뉴인 세트 메뉴는 사진까지 붙어있어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입 안 가득 스시를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내의 사진이 붙은 메뉴는 점심 특선으로 이 곳에서 가장 자신있는 메뉴라고 합니다. 두툼한 초밥 세 개에 생맥주 한 잔, 그리고 간단한 안주로 구성된 세트의 가격은 1000엔. 혼자서 간편하게 맥주와 함께 점심 한 끼 즐기기 좋은 구성입니다.
- 주문을 하고 보니 그 사내가 이 사내더군요..? -
메뉴를 주문하면 즉석에서 생선을 꺼내 초밥을 쥐어줍니다. 그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도 있습니다.
행복한 천엔 스시 세트
초밥 세개라는 설명에 양이 적을까 우려했지만, 제 앞에 놓인 초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일반적인 스시와 달리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생선이 길고 두툼하더군요. 다른 초밥집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비주얼이었습니다. 밥보다 생선으로 입안을 가득 채울 수 있을 거라는, 그리고 세 개로 충분히 배가 부를 것 같다는 기대감에 식사가 즐거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함께 나온 일본식 달걀찜 역시 부드럽고 도톰해서 맥주 안주로 그만이었고요.
- 거기에 시원한 나마비루 한 잔 -
천 엔짜리 점심 특선에는 근사한 초밥 세 점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제공됩니다. 한국에서는 점심부터 무슨 술이냐 하겠지만,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메뉴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 으쌰으쌰 -
생선을 길고 두툼하게 올린 초밥은 젓가락으로 집기도 쉽지 않고, 성인 남성도 한 입에 다 넣기 힘들 정도로 푸짐함이 남다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어 초밥을 가장 먼저 먹었는데, 부드러운 식감에 달콤한 소스가 맥주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생선의 길이 못지 않게 두께도 일반 초밥보다 두툼해서 생선을 씹는 맛이 있었고요. 밥의 양을 최소화하고 생선의 식감과 풍미를 극대화한 초밥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을 줬습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다른 손님들을 위해 초밥을 쥐는 풍경이 이어졌고 참치와 성게알 등 손질된 식재료들을 눈 앞에서 직접 보니 재료 그리고 음식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군요. 초밥과 맥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이어지는 화려한 장면들에 눈이 갔습니다.
- 눈이 더 즐거운 산페이 코보레 스시 -
모양새가 마음에 들어 추가로 주문한 이 메뉴는 산페이 코보레 스시, 군함말이에 생선과 알 등 초밥 재료들이 넘치는 모양을 표현했는데, 맛도 맛이지만 눈이 즐거운 메뉴였습니다. 이렇게 대낮부터 생맥주에 초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이대로 호텔에 돌아가 낮잠 한 숨 자고싶을만큼 느긋해졌습니다. 후쿠오카는 서두르지 않아도 돼서 좋습니다.
실속있는 하카타역 초밥집
초밥 세 개와 맥주 한 잔은 양이나 맛 모두 딱 떨어지는 조합이었습니다. 좁은 실내가 처음엔 불편해 보였지만 덕분에 좋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 나중에는 장점으로 느껴지더군요. 하카타역의 스시키치산페이는 찾아가기 쉽지도, 느긋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만, 근사한 초밥과 시원한 생맥주 한 잔으로 가격 대비 최고의 점심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많은 분들이 후쿠오카 여행의 시작과 끝을 이 역에서 보내는 만큼 이제 막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혹은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리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음 여행에선 공항에서 곧장 하카타역으로 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