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로 두어 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지만 오키나와에서는 일본과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것들을 보게 됩니다. 동양의 하와이라는 수식어에서도 알 수 있듯 천혜의 자연 경관과 옛 류큐왕국에서 이어진 고유 문화의 잔재가 이곳을 가까우면서도 매우 특별한 섬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에 머무는 동안 저를 가장 감동하게 한 장면은 단연 남부 미라부 해변의 그림같은 풍경과 마주한 순간(http://mistyfriday.kr/2993)이었지만 여행을 앞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이곳을 함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천연 동굴 속에 자리 잡은 비밀스런 공간입니다.
오키나와 CAVE CAFE
일본 〒901-0616 Okinawa-ken, Nanjō-shi, Tamagusuku, Maekawa, 玉城字前川202
영업시간 10:00 - 18:00
적다보니 문득 카페(CAFE)와 동굴(CAVE)의 철자가 매우 비슷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CAVE CAFE는 오키나와 남부에 있는 이색 카페로 천연 동굴을 카페로 꾸몄습니다. 그야말로 천혜의 공간에 마련된 특별한 카페인 셈입니다. 처음 이 공간을 발견한 이도, 이 동굴을 카페로 꾸밀 생각을 한 이도 모두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요. 카페 외에도 전시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이정표에 안내된 방향으로 내려가던 중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에 이야- 하고 감탄하며 카메라를 쥐게 됩니다. 불규칙하게 뻗은 종유석 아래 옹기종기 모인 간이 테이블이 마치 두 장면을 따로 찍어 합성해 놓은 것처럼 이색적입니다 이 날 오키나와는 한여름처럼 더웠지만 동굴로 내려가는 동안 우거진 수풀에, 그리고 동굴의 시원한 기운에 어느새 땀은 다 식어 있었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동굴이라는 점이 이 카페를 더욱 특별하게 합니다. 천장은 오래전 정선이나 제주에서 본 동굴의 천장 풍경과 완전히 같습니다만, 그 아래 풍경이 아무리 봐도 재미있군요.
크지 않은 동굴은 마치 일부러 만든것처럼 돔 형태로 뚫려 있습니다. 카페는 그 동굴 양쪽에 출입문을 만들었고, 가장 넓은 중앙 광장에 많지 않은 수의 테이블을 놓아 구색을 갖췄습니다. 장소 특성상 이런 간이 파라솔 형태의 테이블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립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천장과 달리 바닥은 매끈하게 포장을 했다는 것이죠.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였겠지만, 자연 그대로의 동굴 안에서 차를 마시는 기분은 반감됩니다.
생각하던 것과 달리 내부는 전등도 들어오고, 카운터도 카페 테라스의 형태를 그럴듯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 취향에 맞춰 이 카페의 이름을 딴 원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판매중인 원두의 이름인 '35'에는 재미있는 뜻이 있는데, 일본어 '산호'의 발음과 숫자 35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지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35 커피와 원두의 판매 금액 중 일부는 오키나와 바다 속 산호를 지키고 생태계를 보호하는데 사용된다고 하네요. 커피 외에도 다양한 차 메뉴가 있고, 동굴 카페에 어울리는 젤라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35 커피 한 잔의 가격은 350엔으로 특별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저렴합니다.
더위를 잊게 만드는 시원한 동굴 카페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동굴 속에 마련된 카페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합니다. 35도에 육박하는 바깥 기온과 대비돼 쌀쌀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틀째 따가운 햇살에 목덜미가 화끈거렸던 것도 동굴 속에 잠시 앉아 있으니 이내 잊게 됩니다. 플라스틱 의자라도 좋더군요. 산미가 강한 역시 이곳의 35 커피 역시 무더위에 생긴 갈증을 해소하기에 제격이었습니다. 물론 신 맛을 좋아하지 않아 다 마시지는 않았지만요.
아쉽게도 다시 나하 시내로 돌아갈 길이 멀어 이곳에서 긴 시간을 머물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후에 '어딜가야 오키나와 여행 온 티를 그럴듯하게 낼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는 지인에게 주저없이 SNS 인증샷 장소로 이곳을 추천할 생각입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특별함으로는 이만한 것도 흔치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