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내게 그는 그저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혹한의 계절, 붉은 밤의 도시로 떠났습니다. 2년이 지나 다시 1월 5일. 다분히 개인적인, 그래서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기념일에 제 앞에 놓인 것은 그 10박 12일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입니다. 이것 역시 분명 기적의 한 종류겠죠? 오늘 하루는 이 책을 천천히 다시 곱씹으며 읽어 보려 합니다. 거짓말처럼 이제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2년 전 뜨거웠던 그에게 한바탕 무용담 듣는 기분으로 말이죠. - 모스크바에서의 첫번째 사진 - 여행은 끝나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시간이, 그만큼의 여행이 있었지만 겨울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 도시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인생 가장 용감했던 그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일주일간 타이베이 그리고 인근 여행을 하며 웬만큼 알려진 유명 관광지들을 모두 가보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줬던 곳을 꼽자면 단연 용산사(龍山寺)를 꼽습니다. 숙소를 옮기느라 오전을 보낸 토요일, 점심을 먹고 나니 벌써 오후가 절반쯤 지나 무엇을 하기에도 여의치 않은 반쪽짜리 하루였습니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갈만한 곳을 찾던 중 많은 추천을 받았음에도 여태 잊고 있었던 용산사를 떠올렸고, 제가 있던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시먼을 지나 갈 수 있다는 것을 지도에서 확인한 후 소화도 시킬 겸, 이 도시에 익숙해진 제 여행도 만끽할 겸 용산사까지 걸었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지도에서는 손가락 한 마디쯤의 거리였지만 걸어가는 동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괜히 신을 냈습니다. http://www.l..
많은 대만 여행객에게 이 작은 마을의 이름은 수도 타이베이 못지 않게 유명합니다. 그리고 '대만'하면 떠오르는 풍경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밤이면 오히려 그 빛과 낭만이 더 밝게 빛나는 홍등 거리와 길을 따라 늘어선 상점들 그리고 동화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멋진 분위기의 건축물까지. 저 역시 대만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크게 기대했던 곳이 지우펀입니다. 주펀(九份)이라고도 하죠. 타이베이 시내를 한 바퀴 둘러봤다 싶은 여행 셋째날, 아침일찍 버스를 탔습니다. 시내를 벗어나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렇게 한시간 반쯤 달려 지우펀 입구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지우펀은 그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입니다. 홍등거리의 낭만 때문에 낮보다 오히려 저녁 무렵 더 많은 사..
그것은 아마도, 여행이 절정에 이른 순간 겨울의 프라하 여행이 봄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내심 눈으로 덮인 낭만적인 풍경을 기대했지만 출발 전 확인한 예보에는 눈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재회'에 의미를 두고 떠난 여행. 하지만 도시는 변함없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못지 않은 절정의 순간을 제게 남겨 줬습니다. 여행을 하나의 선으로 그린다면 이 탑 위에서의 짧은 시간은 단연 가장 높이 솟은 정점일 것입니다. 수많은 프라하의 전망대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그 감동만은 어느곳 못지 않은 곳입니다.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는 프라하성, 구시가광장과 함께 체코 프라하의 대표관광지입니다. 약 700년 전 강에 의해 좌,우로 나뉜 프라하 시를 이은 첫번째 다리로 역사적..
누군가는 이 곳을 '자연의 신비'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대만의 기적'이라 불렀습니다. 해안가에 늘어선 기이한 모양새의 바위들 그리고 대만 여행의 필수 여행지로 칭하며 이 곳을 찾는 수 많은 사람들을 보니 양쪽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풍경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지라 예류 지질공원은 최초 여행 계획에 없었습니다만, 타이베이에만 있기에 일주일이 너무 길다는 핑계로 아침에 무작정 버스를 타고 떠났습니다. 무척 흐린 날씨에 빗방울도 간간히 떨어졌지만 바로 전날, 폭우 속 지우펀에서 실망을 한아름 받고나니 날씨에 초연해지더군요. 사실 '언제 또 기회가 있겠어.'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예류지질공원 (野柳地質公園 / Yeliudizhi Park) http://www.ylgeopark.org.tw..
대만에서의 마지막 밤, 저녁도 거르고 샹샨의 야경을 보느라 밤이 깊었습니다. 대부분의 식당이 일찍 문을 닫은 열두 시,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기 아쉬워 심야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맘에 쏙 드는 곳을 한 곳 발견했습니다. 메뉴가 다름 아닌 제가 좋아하는 훠궈, 야간 산행에 으슬으슬해진 몸을 녹이는 데에도, 대만에서의 마지막 만찬으로도 제격이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중국식 훠궈 레스토랑 딩왕마라궈(鼎王麻辣鍋). 후에 들어보니 대만 공연을 온 한국 가수들도 자주 찾는 유명 식당이라고 합니다. - 정말이지 샹샨의 야경은 아름다웠습니다. - 딩왕마라궈(鼎王麻辣鍋)의 매력은 심야영업, 점심시간인 11:30분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영업합니다. 열두시만 되면 고..
제가 즐겁게 여행하고 와서 더 그렇겠지만 타이베이는 겨울, 그 중에서도 정월 대보름에 맞춰 여행하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 여행은 체력 소모가 대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날씨가 선선한 12월부터 2월의 겨울철이 여행하기 좋습니다. 다만 겨울철엔 흐린 날이 많고 간간히 비도 내린다는 것을 유의해야합니다. 실제로 2월 말 제가 타이베이에 있는 동안 일주일 내내 비가 왔습니다. 마지막 날 하루 날이 화창하게 갠 덕분에 해 한 번 못보고 돌아오는 불운은 벗었지만 날씨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은 여행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만 사람들에게 정월대보름은 무척 특별한 명절입니다. 설이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새해를 시작하는 축제와 행사들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명절이라 대만인뿐 아니라..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동화 속 도시를 한 눈에 담다 "그옛날 이 성에 머물던 성주(城主)는 이 풍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 올라 한바탕 사진을 찍고나서 비로소 눈으로 발 아래 도시 전경을 바라보다 든 생각입니다. 중세 유럽에선 체코의 모든 풍경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테니 지금의 나처럼 감격적이지는 않았겠지 싶다가도 우아한 블타바의 고선이며 햇살 가득 받은 주황색 지붕의 건축물들에 마음을 뺏겨 분명 그들도 가끔 나처럼 이렇게 숨 멎을만큼 벅찬 순간을 느낀 적이 있을거라,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합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1박 2일, 여행의 장면을 선으로 그린다면 그 최고점은 당연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 올랐던 이 순간이 될 것입니다. 딱히 지도를 첨부할 ..
떠나기 전, 대만에서 꼭 먹겠노라며 기억해 둔 이름 두 개는 샤오롱바오와 뉴러우멘(우육면)입니다. 워낙에 면 요리를 좋아하는데다 대만 사람들의 소울 푸드라는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제가 평소 좋아하는 일본 라멘과 비교해 어떤 것이 더 맛있을까, 라는 기대감이 무척 컸거든요.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타이베이의 우육면집으로 융캉제의 융캉우육면이 있습니다만 (http://mistyfriday.kr/2759) 개인적으로 제 입맛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작고 허름한 우육면가게 홍사부면식잔(洪師父麵食棧)의 우육면이 더 좋았습니다. 후에 찾아보니 타이베이 우육면 대회에서 1등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분점은 워낙에 작고 낡은 실내 분위기라 그저 동네에 있는 작은 우육면집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행운이..
핑시선 열차 여행의 종착역사랑하는 이를 떠오르게 하는 대나무 마을 당일치기 핑시선 열차 여행, 처음엔 이 먼 도시에서 기차 여행을 한다는 설렘이 가장 컸습니다만, 조금씩 역마다, 동네마다 품고 있는 서로 다른 감정들과 운치, 낭만에 빠져들었습니다. 어느새 핑시선 열차의 종착역, 대나무 마을 징통(菁桐)에 닿았습니다. 대나무에 소망을 적어 마을 곳곳에 걸어두는 이 곳의 풍습이 어찌보면 스펀의 천등 날리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이 거리를 걷다 보면 그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왁자지껄한 스펀 옛거리의 천등에 적는 소망들이 대부분 '나'에 대한 것들이라면 조용한 마을 한 귀퉁이에 조심스레 걸어두는 대나무에는 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바람들을 적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낭만 기차여행의 종착역 다운 곳이었..
너와 나의 소망 가득 담은 천등이 날아 오른다,스펀(十分)에서 궂은 날씨 때문에 기대했던 풍경은 없었습니다. 새파란 하늘에 오색 천등이 그림처럼 날아 오르는 낭만적인 장면 같은 것들요. 마치 경상남도 어디쯤 온 듯 한국인이 절대다수라 여행의 감흥마저 다른 곳보다 오히려 덜했습니다. 게다가 내내 혼자였던 저는 이 곳에서 남의 행복을 실컷 구경만 하다 왔습니다. 그럼에도 대만 핑시선 기차 여행에서 천등거리 스펀(十分)을 단연 첫째로 꼽는 이유는 저마다 소망을 적고 또 담아 날리는 행위 자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이미 절반쯤 이뤄진 듯 해맑은 그들의 표정들이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던 벅차오르는 감정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행복에 대한 갈망, 이 좁은 골목에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핑시선의 중심이자 하이라이트, 스..
#12 낯선 도시 그리고 기차 여행, 대만 핑시선 여행 - 1. 고양이 마을 허우통(侯硐)
2016. 12. 13.
설렘 x 감성낯선 도시에서 출발하는 짧은 기차 여행 - 고양이 마을 허우통(侯硐) - 이 낯선 도시가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가방을 챙겨 기차를 탔습니다. 이곳까지 와서 기차 여행을 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적잖이 두근거립니다. 대만 여행을 가게 된다면 꼭 이 작은 열차를 타 보라고 했던 어떤이의 말이 기억나 여행 후반의 하루를 몽땅 털어 넣었습니다. 기차표와 점심 식사를 해결할 여비와 기억력이 나쁜 저를 보조해 줄 사진기 그리고 수첩, 마지막으로 두 손을 자유롭게 해 줄 작은 가방을 챙기면 여행 준비가 끝납니다. 아, 오늘 하루의 배경 음악이 되어 줄 노래 한 곡도 골라야겠군요. 모처럼 트렁크가 없는 가벼운 여행입니다.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은 MRT와 고속철 THSR, 일반 열차 TRA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