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고, 굳이 가 볼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직접 가 보니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시 전체가 유적처럼 고풍스러웠고, 몇 걸음마다 책에서 보고 듣던 장면들이 펼쳐졌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도시였습니다.
물론 그 이유 중 '먹거리'에 대한 매력이 무척이나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젤라또의 고향이니까요.
그 중에서도 젤라또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로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다지만, 한국에서 이런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저는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지올리띠(Giolitti)에 갔었습니다.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판테온 근처에 있어 종일 북적대는 곳입니다. 흔히 로마의 3대 젤라또 가게 중 하나로 불린다는데, 그건 제가 로마의 젤라또 가게를 모두 가 본 후에야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문의 이름을 내 건 젤라또 가게가 로마 시내에만도 수십곳이고, '젤라또'라는 이름 하나로 묶기 힘들 정도로 그 형태며 식감,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지올리띠 젤라또가 무척 맛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글을 쓰고 있겠죠-
이탈리아 카페와 젤라또 가게의 이 독특한 주문 방식은 이 곳에서는 당연하다고 하나 저는 돌아올 때까지 쉽게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계산대에서 숫자와 가격에 맞춰 결제를 하고 나면 영수증과 제품 주문서를 받는데, 이 교환권(?)을 가지고 몇 걸음 더 이동해 원하는 물품과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이 결제 카운터에서는 그런대로 차례대로 줄을 서지만, 그득하게 쌓인 젤라또 앞에서는 이성을 잃는지 질서 없이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일단 끼어들어야 먹을 수 있습니다.
지올리띠 젤라또 중 쌀(rice)로 만든 젤라또가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쌀 젤라또와 제가 애정하는 초콜릿 젤라또를 골랐습니다.
가격은 두 가지 맛을 고르는 콘이 2.5유로. 사천원에 이만큼 행복해진다면 돈은 아깝지 않습니다.
사람은 쉴 새 없이 몰려들고, 구경할 틈도 없이 젤라또는 팔려 나갑니다. 왼쪽 청년이 들고 있는 젤라또가 제가 주문한 것입니다.
실내 테이블이 있지만, 이 곳은 젤라또가 아닌 카페 이용 고객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부분 가게 앞 테이블에 앉거나 근처에 서서 젤라또를 먹습니다.
사진을 찍는 새 어느새 녹아내리니 빨리 먹어야 합니다.
지올리띠 젤라또는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달리 찰기가 있지만 또 식감이 무척 부드럽기도 합니다. 쌀 젤라또는 담백한 맛이, 초콜릿 젤라또에서는 초콜릿 향이 가득합니다. 재료의 맛과 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것이 그동안 제가 먹었던 '아이스크림'과의 차이였어요.
빨리 녹은 탓도 있지만 그 맛과 향에 반해 잠시 이성을 잃고 삼키다시피 젤라또를 해치운 저는 이 골목을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제 손에 텅 빈 콘만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길로 다시 돌아가 젤라또를 하나 더 주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음날, 점심도 먹기 전에 다시 이 지올리띠를 찾아 바나나와 초콜릿 젤라또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는 음식만으로도 여행할 가치가 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