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OM-D E-M1 Mark II를 약 두 달째 사용하며 제겐 도무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던 이 카메라의 화려한 촬영 성능이 실제로 몇몇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카메라에 대한 포스팅 중 화질보다 기능에 대한 소개가 오히려 더 많아졌고요. 이번 포스팅에서도 역시나 E-M1 Mark II의 촬영 성능, 그 중에서도 '속도'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제 촬영 특성상 이 스피드의 덕을 볼 일이 그리 많지 않지만, 결정적인 장면 앞에서 이 카메라를 신뢰할 수 있는 증명 같은 걸로 해두죠.
E-M1 Mark II가 처음 발표됐을 때 가장 화제였던 것은 단연 '가격'이었습니다. 기존 마이크로 포서드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월등히 비싼 200만원대의 가격은 전작 PEN-F의 프리미엄 전략이 채 잊혀지기 전이라 그 임팩트가 더욱 강했는데요, 비싼 가격 때문에 한동안 이 카메라는 화질부터 성능, 기능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스펙을 천천히 살펴보고, 또 직접 사용하니 이 카메라는 출시 가격에 대한 충격 때문에 다른 카메라보다 더욱 박한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카메라의 촬영 성능을 대표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고속 AF와 연속 촬영을 통해 가장 쉽게, 또 효과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E-M1 Mark II의 연속 촬영 성능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계식 셔터 사용시 최대 15fps, 전자식 셔터에선 60fps의 슈퍼 울트라 초고속(?) 연사 촬영이 가능한 것이 눈에 띕니다. 물론 2000만 전체 화소 이미지 기준입니다. 최대 촬영 매수가 약 48매라 1초를 채 촬영할 수 없긴 하지만 2000만 화소 카메라로서는 놀라운 속도입니다. 움직이는 피사체에 맞춰 초점이 변경되는 AF-C 촬영에서는 기계식 셔터 기준 10fps, 전자식 셔터로 18fps까지 연속 촬영 속도가 늘어나는데, 이는 타사의 프레스용 DSLR 카메라에 준하는 속도입니다. 전자식 셔터에서는 오히려 더 앞서고요.
그 중에서 제가 궁금했던 것은 AF-C 동체추적 연사 성능이었습니다. 121개의 크로스 타입 위상차 AF 센서를 배치해 AF 성능이 기존 시리즈보다 크게 향상되었는데요, 움직이는 피사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시돼 시각적인 만족이 컸고, 실제 성능 역시 플래그쉽 미러리스 카메라 이름값을 했습니다.
AF-C 동체추적 10fps 연사 (기계식 셔터)
위 연속 촬영 이미지는 기계식 셔터를 사용한 AF-C 동체 추적 10fps 연사 결과물입니다. 전자식 셔터는 18fps로 속도가 훨씬 빠르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 이미지가 왜곡되는 롤링 셔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식 셔터로 테스트 했습니다. 연속 촬영 이미지는 모두 2000만 화소로 촬영됐으며, 용량 관계상 약 70장의 이미지를 가로 800픽셀로 줄여 gif로 만들었습니다. E-M1 Mark II의 연속 촬영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버퍼 메모리가 커서 JPG 이미지를 100장 이상, 사실상 무한으로 촬영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UHS-I U3급의 고사양 메모리 카드를 사용해야 하고요.
롤러코스터가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 화면 터치로 가장 앞좌석에 초점을 지정한 후 그대로 연속 촬영을 실행했는데요,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피사체를 포커스 아웃 없이 모두 선명하게 촬영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연속 촬영 이미지 중 한 장 -
- 초첨영역 확대 -
롤러코스터의 빠른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를 이동시키면서 촬영했는데, 미리 예측하지 못한 경로로 카메라가 이동했음에도 처음 지정한 롤러코스터 맨 앞자리에 정확히 초점이 유지된 것을 확대 이미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연속 촬영 이미지 중 한 장 -
- 초첨영역 확대 -
롤러코스터가 머리 위로 지나가며 처음 초점 영역을 지정한 환경과 구도와 거리가 크게 변화했지만, 여전히 롤러코스터 앞좌석에 선명하게 초점이 맞았습니다. 이 열차가 지나간 후에도 이 자리에서 두어 번 더 롤러코스터를 AF-C 동체추적 연사로 촬영했는데, 몇 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처음 지정한 위치에 초점을 유지됐고, 초점 검출이 실패해 화면 전체가 뿌옇게 촬영되는 포커스 아웃 현상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사용했던 상급 미러리스, 그리고 중급 풀 프레임 DSLR 카메라를 사용할 때도 느낄 수 없었던 AF 속도와 정확성입니다.
AF-C 동체추적 10fps 연사 (기계식 셔터)
빠르게 낙하했다가 순간 다시 상승하는 놀이기구도 AF-C 동체 추적 연사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놀이기구 아래서 카메라를 위로 향하고 찍은 환경이라 피사체와의 거리 변화가 롤러코스터보다 더 컸는데요, 움직임을 생생하게 담은 빠른 연사 속도는 물론, 모든 프레임을 선명하게 담아낸 동체 추적 성능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속 촬영한 약 80장의 이미지 중 네 개를 추려 초점 정확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세 번째 사진에서 미세하게 초점이 엇나갔지만 나머지 세 장은 빠른 놀이기구의 움직임에도 처음 지정한 부분에 안정적으로 초점이 유지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보다 더 빠른 18fps 전자 셔터 촬영으로 한 번 더 테스트를 해 봐야겠습니다. 속도는 두 배 가까이 빠르지만 위상차 AF 성능이 탁월해 초점 정확성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만, 속도가 빠른만큼 정확도는 기계식 셔터보다 다소 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AF-C 동체추적 10fps 연사 (기계식 셔터)
새로운 순간 포착 공식, E-M1 Mark II의 프로 캡쳐 모드
E-M1 Mark II의 속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새롭게 선보인 프로 캡쳐 기능인데요, 셔터를 누르는 순간 연속 촬영이 시작되는 일반 연사와 달리 프로 캡쳐 기능은 반셔터를 누르고 피사체의 움직임을 지켜볼 때부터 내부에서 이미지 고속 촬영이 이뤄집니다. 셔터를 완전히 눌렀을 때까지의 장면을 14fps의 속도로 연속 촬영하는 기능입니다. 셔터를 완전히 누르기 전 장면이 함께 촬영되기 때문에 갑자기 움직이는 피사체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담는 데 효과적입니다. 물론 화소 손실 없이 2000만 화소 이미지 그대로 촬영되기 때문에 용도에 맞춰 고속 연사와 다름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활용할 수 있죠.
아이의 손에서 과자가 던져지는 순간 반셔터를 누르고 원숭이가 과자를 손으로 잡았을 때 셔터를 완전히 누르면 위 연속 촬영 이미지와 같이 두 동작 사이의 이미지가 연속 촬영됩니다. 위 이미지는 25장의 이미지를 gif로 편집한 것으로 약 2초간 촬영한 장면입니다. 이제 25장의 연속 촬영 이미지 중 캐치하고자 하는 장면을 선택하면 됩니다.
이 이미지 중에서는 원숭이 손에 과자가 닿기 직전의 이미지를 골라 보았습니다. 일반적인 고속 연사에서도 이와 같은 포착이 가능하지만 두 번의 셔터 동작을 통해 보다 정확하게 원하는 찰나를 담아낼 수 있는 것이 프로 캡쳐 기능의 장점입니다. 2000만 화소로 촬영된 이미지이기 때문에 일부분을 크롭해 더 다가갈 수도 있죠.
주변부를 잘라내 더욱 임팩트 있는 순간 포착 사진이 되었습니다.
미안하지만 한 번 더.
이번에는 양 손으로 과자를 받는 장면을 프로 캡쳐로 담아보았습니다. 손을 쭉 내밀었지만 아쉽게도 다른 원숭이에게 향한 과자에 아쉬워하는 원숭이의 모습도 재미있네요.
이번에도 역시 과자를 움켜쥐기 직전의 이미지. 25mm F1.2 PRO 단렌즈로 촬영한 이미지라 다소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주변부를 잘라내 클로즈업된 결과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망원 렌즈로 촬영한 것 못지 않은 클로즈업 이미지가 됐습니다. 2000만 고화소 덕분에 이렇게 일부분만 확대해도 선명하고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 역시 프로 캡쳐 기능의 장점이 되겠네요.
한창 식사중인 코키리 아저씨도 몰래 엿보았는데요, 역시나 25mm 단렌즈 하나로 찍기는 역부족이라 원숭이 사진처럼 코끼리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크롭했습니다. 먹을 듯 말 듯 보는 사람 애태우던 코끼리가 호탕하게 풀을 뜯는 순간을 프로 캡쳐 기능으로 담았고, 그 결과 아래와 같은 순간 포착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 상남자 코끼리 아저씨의 풀 뜯어먹기 -
그 외에도 바람에 빠르게 움직이는 꽃과 풀, 언제 달려 도망갈지 모르는 토끼와 길냥이 등 생각보다 많은 피사체 촬영에서 프로 캡쳐 기능의 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 연사와 달리 셔터를 누르기 전의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 프로 캡쳐 기능을 돋보이게 합니다.
다음에는 이 프로 캡쳐 기능을 이용해 물방울과 우유 방울이 떨어지는 장면을 담아볼까 싶습니다. 아, 더 나중에는 천방지축 움직이는 아이 사진에도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겠네요. 그 땐 E-M1 Mark 3 혹은 4가 나와 있을지도 모르지만요.
남다른 속도와 기술의 OM-D
사실 이 빠른 속도의 혜택을 제가 얼마나 누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동체 추적 연사와 프로 캡쳐 기능으로 경험한 E-M1 Mark II의 속도는 올림푸스 역사상 최고의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자신감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특히나 121개 크로스 타입 위상차 센서를 탑재한 AF 성능이 동체 추적 연사에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한정된 피사체로 테스트했지만, 다음에는 양떼가 뛰는 목장이나 말이 질주하는 경마장에서 이 카메라가 쟁쟁한 DSLR 카메라보다 더 든든한 모습을 보여줄 지 테스트 해 볼 계획입니다.
프로 캡쳐 기능은 타사 카메라의 4K 연사 등을 통해 간접 경험한 기능이었던 터라 그 놀라움은 크지 않았지만, 셔터를 누르기 직전 장면을 담을 수 있는 매력이 워낙 달콤한데다, 2000만 화소 이미지를 고스란히 얻을 수 있어 이전에 사용한 카메라보다 화질에서 확실히 우위가 있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AF, 찰나를 놓치지 않는 고속 연사와 부가 기능까지. 여전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외관에도 역시나 이 카메라의 성능에 대해서는 인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계속해서 PEN-F에 기울면서도 이 카메라를 쉽게 놓을 수가 없네요.
올림푸스 최고의 미러리스 카메라, 아직도 소개하지 못한 성능과 기능들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이래서 기능 많은 카메라를 제가 꺼리는 지도 모르겠어요.-
[ E-M1 Mark II로 촬영한 이미지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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