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느껴져요? 어디선가 풍기는 그윽한 잭팟의 향기


가까운 일본은 종종 휴가 혹은 여행, 먹방 등의 이유로 다녀왔습니다만 파칭코에 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번화가 뒷편을 밤낮으로 환하게 밝히는 파칭코장의 현란한 불빛과 그 안의 열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풍경은 일본에서 생소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만, '사행성 게임은 나쁜 것이다'라는 것에 어렸을 때부터 세뇌된 저는 어쩐지 여기 들어가는 순간 여행 경비를 모두 잃을 것이라며 겁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더운 거리를 지나다 파칭코장 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마음이 뺏긴 후로 '한 번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든 것이 제 첫 사행성 게임 경험의 발단이었습니다. 게다가 입구에 친절하게 한글이 적혀 있더라고요 '어서 오십시오'





일본 〒812-0012 Fukuoka Prefecture, Fukuoka 博多区博多駅中央街5-1



하카타역 근처에 위치한 Kiss는 파칭코와 슬롯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하카타역 동편으로 나와 한국인에게 유명하다는 Clio Court 호텔 우측의 골목길 안쪽에 위치합니다. 몇 발짝 건너에 그 유명한 요도바시 카메라가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으실거에요. 남성분들은 요도바시 카메라 구경을 즐긴 후 가볍게 파칭코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찬 하루 계획을 짤 수도 있겠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귀를 때리는 수백대 파칭코 기기들의 소리, 시선을 몽롱하게 하는 화려한 오색 불빛, 은은하게 나는 담배 냄새 때문에 이 곳은 문 밖과 다른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오후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기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란한 빛과 소리를 냅니다. 꽤 오래 시간을 보낸 듯한 사람들의 모습도 간간히 보이고요. 사행성 게임에 대한 제 안좋은 선입견과 달리 이 곳 분위기는 경쾌했습니다. 물론 취객이나 위험해 보이는 사람도 없었고요.





총 4개 층으로 이뤄진 Kiss 파칭코는 파칭코와 슬롯 게임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들어서자 마자 보게되는 1층과 지하층이 파칭코장, 2층과 3층이 슬롯 게임장입니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나선형 계단을 중심으로 총 4개의 층이 오픈 형식에 가깝게 설계돼 있어 기기들이 일제히 뿜어내는 소리들이 가히 대단합니다. 괜히 가슴이 쿵쿵 뛴다니까요.




사실 용기있게 들어서긴 했는데 파칭코 게임이 무엇인지도 몰라 막막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게임 설명서가 있더군요. 기기에 대한 설명 게임 방법 그리고 사행성 게임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까지. 일본 답게 무척 친절합니다. 파칭코 뿐 아니라 슬롯 게임장에 가도 역시 한글 게임 설명서가 있습니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설명서를 보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두세 가지만 기억하고 가면 의외로 어렵지 않더군요.




게임 방법을 숙지한 후 원하는 기기를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상단에 써 있는 숫자는 오늘 당첨된 숫자라고 합니다. 숫자가 높은 곳에 가서 '오늘 되는 기기'의 운을 빌어보는 것도, 오히려 낮은 기기를 선택해 '한 방 터질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제가 고른 기기는 현재 '두 번 터진' 것.




주변을 둘러보고, '간밧떼' 한 번 외치고 시작합니다.



- 거금 일만엔 투자 -



투입한 금액만큼 구슬이 채워집니다. 이제 이 구슬을 이용해 파칭코 게임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당첨 등을 통해 획득한 몫 역시 이 구슬로 받게 되고요.

오른쪽에 위치한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는 정도에 따라 이 구슬이 튕겨 오르게 되고, 구슬이 떨어지는 위치에 따라 게임 결과가 나옵니다. 설명서에 있듯 특정 위치에 맞춰 발사하면 그만큼 당첨 확률이 높아지게 되죠.




눈 앞의 파칭코 게임기에 환하게 불이 켜지는 순간 마음이 '덜컹'. 왠지 벌써 돈을 다 잃은 것 같습니다. 왼손으로 구슬을 만지작 거리면서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합니다. 





파칭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게임기 중앙 하단의 홈에 구슬을 넣어 당첨 기회를 획득한 후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 세개가 일치하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확률이 약 1/300이라니 쉽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당첨 됐을 때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겠죠. 거금 일만엔을 투자한 저도 언젠가 한 번 터지겠지 하는 맘으로 레버를 잡고 있었습니다. 소리와 조명 때문에 어느새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사실 이 파칭코 게임의 매력은 이렇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헉!



사실 조금 졸았습니다. 구슬 넣는 것 빼고는 특별히 할 게 없던 게임이 계속되며 지루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요란한 소리가 나며 게임기에 진동이 오더군요. 마침 지나가던 점원이 친절히 윗쪽을 보라 해주셔서 머리 위를 보니 어디 있었던지 황금빛 괴수(?)의 얼굴이 반짝이며 솟아있고 잠시 후엔 게임기 안에도 나타나더군요. 드디어 당첨이 됐습니다. 그저 구슬 돌리기 게임인 줄 알았던 이 게임기가 마구 변신하는 모습이 기기 덕(?)으로서 매우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이후로도 게임기는 몇 번 더 화려한 변신을 보여줬습니다.




당첨이 된 후로 오른쪽 아래 보너스 홀이 열리는데, 그 후로는 이 곳에 구슬을 넣으면 추가 구슬을 획득하게 됩니다. 저는 오른쪽 레버를 쥔 손에 잔뜩 힘을 주고 이 보너스에 집중했습니다.



미처 다 숙지하지 못한 게임은 이후 몇 번의 보너스 기회를 더 얻었고 영문을 알 수 없는 구슬들이 기기 아래 바구니에 쌓였습니다. 바구니가 가득 차면 파칭코장 직원을 호출해 새 바구니로 교체하게 됩니다. 만엔을 몇분만에 잃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던 제가 가득 찬 바구니를 보고 또 보게 됐습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내가 뭘 잘해서 혹은 어떤 운이 따라서 이렇게 자꾸 구슬이 생기는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만, 그때도 오른손 레버를 쥔 손에 집중하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에 게임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오른쪽을 보니 구슬이 이만큼 쌓였습니다. 이럴수가. 지나가는 아저씨 한두분이 엄지 손가락을 지켜 드시는데 그저 웃을 수 밖에요.





게임이 끝나면 점원이 바구니 속의 구슬을 정리해 획득한 구슬 수를 알려 줍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삽입했던 카드를 이 곳에 태그해 획득한 금액이 입력되는 방식입니다.



정산을 위해 다시 방문한 1층, 어딘가 으쓱한 기분으로 획득한 구슬 수가 적힌 표와 카드, 그리고 메달이 붙은 플라스틱 카드를 받습니다. 아래 봉지에 있는 것은 아마도 게임을 즐긴 고객을 위한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뭐냐고요? 호텔에 잇는 신발 주머니입니다. -유..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이제 획득한 구슬을 돈으로 다시 바꿔야 합니다. 바로 옆 카드 리더기에서 획득한 금액을 환급(?) 받습니다. 그리고 메달 카드는 파칭코장 옆에 별도로 마련된 교환소에 제출하면 그에 맞는 금액을 받게 됩니다.

이 날 제가 받은 돈은 약 이만 천엔. 일반엔을 투자했으니 약 만엔이 넘는 돈을 '땄습니다'. 이게 돈을 딸 수도 있는 거였군요?




여세를 몰아 3층에 있는 슬롯 게임도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건 왠지 더 큰 잭팟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요.




이번에도 '간밧떼 구다사이'


슬롯 머신장 역시 촘촘히 배치된 게임기 앞에 앉아 카드와 금액을 투입한 후 즐기게 됩니다. 게임 방식이 무척 간단한 것이 첫경험인 제게는 파칭코보다 편하더군요. 빠르게 돌아가는 세 개의 라인을 버튼을 눌러 정지시킨 후 직선 혹은 대각으로 동일한 그림이 나오면 당첨.




아자아자!! '오늘 내가 다음 여행 경비 따 간다'




호랑이 세마리가 나왔습니다만, 좋은 게 아니더군요. 그렇게 계속 해 보았지만 서서히 코인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앙의 이 액정 화면에 그림이 나타나면 그 때 큰 것이 터진다고는 하던데, 결국 저는 이 화면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조금씩 줄어드는 코인을 보며 어쩌면 파칭코에서 딴 돈이 이 곳에서 다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쓰리쎄븐(!!)이 터졌습니다.

저는 조금씩 더 조급해지고, 그럴수록 코인은 빠른 속도로 줄어듭니다. 겁을 먹은 저는 더 잃기 전에 게임을 이만 하기로 합니다. 파칭코에서 좋았던 기분이 이제 막 상하려던 찰나,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첫 사행성 게임 도전은 일만엔이 일만 팔천오백엔이 되는 기적을 보이며 끝이 났습니다.


일본을 갈때마다 보았던 파칭코 게임장 풍경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한번도 도전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사행성 게임에 대한 선입견, 그리고 경비의 소중함 때문이었는데요, 한 번 경험해보니 금액이 크지 않다면 가볍게 즐겨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화려한 분위기에서 현란한 소리에 두근거림을 느끼며 한번씩 터지는 당첨 기회에 일희일비하며 다양한 감정을 즐기는 것은 다른 곳에서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크지 않은 금액이라도 따서 돌아가면 무척 즐거운 여행 이야기가 되겠죠? 게다가 여름에 이만큼 시원한 곳도 드물거든요.


이 날 딴 돈으로 저는 남은 후쿠오카 여행 기간동안 원 없이 라멘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이 날 저녁 맥주는 더 없이 시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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