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다 웃어요- 웃는 게 어려운 건 아니잖아요? 날이 추워서 미간이 찡그려져도, 아침부터 잔소리에 짜증이 나도, 점심 먹고 나서야 느껴지는 뱃살에도, 일단 웃어 보면 그리고 나면 또 아무 일도 아닌걸요 뭐.
상상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어떤 이의 '하늘을 나는 꿈' 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12월의 첫 휴일 이제는 찬바람에 몸살 걱정을 하게 되는 나이에도 목적 없이 마냥 걷는 시간이 아직 좋다. 여기저기 쌓이지 않는 눈이 내리는 계절.
시간이 갈 수록 길어지기만 하는 널 기다리는 내 그림자.
마지막 남은 가을의 조각이 화려했던 계절의 살점이 이제 다 떨어져버려 색 잃은 풍경만이 가득한 도시 시간은 참으로 무정하기도 하지 다가오는 이에게만 너그러우니 말야.
나란히 자란한 자연의 조각들 보고 있으면 고마워진다, 나도 이 것들과 함께 살아있음이.
뱃속까지 들어오는 찬바람을 피해 들어간 작은 카페, 그리고, 남자들의 수다. 분위기 삼청 겨울, 2011.
서로에게 휴식이 되길 원했던 우리 둘은, 가까이 있으나 함께이지 못했고 결국 내게 와서 쉬어줄 사람을 기다리기만 한다. 함께하고 싶었던 너와 나, 이젠 차라리 보이지 않으면 좋을 것을.
창가에 소담스럽게 세운 저 작은 집들 햇볕 잘 드는 저런 곳에 집짓고 사는, 저 집 주인들은 얼마나 행복할지.
때로는 순간을 기억하기보단 시절을 추억해 보자. 니가 내게 머물렀던 시간을 추억하듯, 그렇게.
딱 저런 곳이었어, 언제든 햇살이 비추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도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도 빠짐없이 들으며 니 무릎을 베고 한없이 누워있던, 그러다 가끔 입 맞추곤 했던 그 곳 말야. 이제는 비슷하다며 날 위로하는 나. 보고싶다, .
우리의 대화가 끝난 후, 그리고 떠난 뒤 헝클어진 저 자리만이 오늘의 우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웃고 울고 떠들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부터 간직하는 이로 태어난 고마운 존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