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가을의 억새, 바람이 빛을 찍어 만드는 그림
좋은 사람과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바라보며 좋은 얘기들로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우리는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때이른 눈은 파도처럼 밀려와 아직 남은 가을 풍경들을 덮으려고 합니다. 쌓인 눈 아래엔 아직 가을이 남아있지만, 눈만 보고 우리는 ‘벌써 겨울’이라고 하죠. 어쩌면 우리는 겨울을 더 미워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나태했던 나 때문이 아니라 정말 그냥 가을이 짧은 거였다고 말하고 싶어서.
아침 8시, 아직 목까지 시린 가을 아침바람 속에 언제부터 나와있었는지 모를 시간을 잊은 열정. 똑같은 일상 속에 나태해진 나를 보며 "내게는 저런 열정이 있을까" 열정을 쏟는 것도, 열정을 쏟을 일을 찾았다는 것도 너무나도 부럽고 행복한 일.
11월, 오후에는 아직 땀이나는 오사카의 가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덴포잔 대관람차’는 새파란 비단같은 오사카항의 가을하늘을 흰실과 색색의 단추로 수를 놓듯 장식합니다. 오사카항이 내게 남겨준 가을사진.
다시는 내보이지 않겠다고, 믿지 않겠다고 여러군데 수없이 못질한 벽, 그리고 자물쇠. 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사실 저 자물쇠를 열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누구보다 걸어 잠근 내가 실은 제일 바랬겠지 언젠간 아니 조만간 열어주길.
밤새 내린 눈, 모든 것들이 흰색으로 덧칠되고, 사람들의 표정도 그만큼이나 밝은 날.
일산 호수공원에서 얼어붙은 겨울의 호수
하늘 바다 등대와 노을, 그리고 사람. 소매물의 가을을 이루는 것들.
2010년 가을은 유난히 짧았고 그마저도 이제 다 떨어지고 없어
2010년 11월은 눈 돌려 어디를 봐도 가을이고, 가을이며, 가을입니다.
추억은 매 초마다 쉬지 않고 쌓이고 쌓이는데 유독 한자리만은 덧칠도 되지 않고 지겹도록 저렇게 내내 비어있다. NEX-5 + MINOLTA MC ROKKOR-PG 50mm http://mistyfriday.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