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프라하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의 첫 번째 아침에 저는 페트르진 언덕에서 제 키만한 삼각대에 올림푸스 E-M5 Mark II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처음 숙소를 나설 때까진 깜깜한 밤이었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그리고 점점 붉게 물드는 도시의 풍경을 한 컷에 담기에는 제 실력이 너무 아쉬웠던 터라, 어떻게 담을까 망설임 끝에 5초에 한 장씩 사진을 찍기로 결정했습니다.
- 타임랩스 영상으로 담은 체코 프라하의 아침 -
그날 아침 촬영한 200여장의 사진과 한 개의 타임랩스 동영상은 2년이 지난 현재도 프라하의 아침, 그 순간의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여행을 갈 때마다 꼭 한 두 번은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첫 경험이 너무 짜릿해서 포기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두 번째로 프라하를 찾았을 때는 카렐교 전망대에서,
대만에서는 단수이 워런마터우의 노을을 기다리며 카메라를 삼각대, 혹은 탑과 다리의 난간에 고정한 뒤 시간을 담았습니다. 종종 촬영이 잘 되고 있는지 지켜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여행, 돌아간 후의 일상, 앞으로의 나 등 다양한 생각에 잠기는 것이 꼭 낚시줄을 던져 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일반 사진에 비해 수십~수백 배의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기다림이 쉽지 않지만, 일반 사진과 동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흥이 있어서,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떠올렸던 것들을 영상을 보며 다시 떠올릴 수 있어 보는 것뿐 아니라 이 장면을 담는 것 역시 무척 좋아합니다. 그 매력에 빠져 요즘 새 카메라를 구매할 때면 타임랩스 촬영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어요.
싱가포르, E-M1 Mark II 그리고 타임랩스 동영상
싱가포르 여행은 어느 여행보다 바쁘게, 쉬지 않고 걷고 뛴 여행이었지만 여행의 마지막 밤이 오기를 기다리며 제법 긴 휴식 시간을 보냈습니다. 센토사 섬에 있는 팔라완 해변, 아시아 대륙 최남단 전망대로 더 유명한 이 해변에서 노을을 기다렸어요. 생각보다 오후 일정이 일찍 끝나 해가 아직 중천인 오후 다섯시부터 해변가 튼튼한 돌담에 걸터 앉아 두어 시간 후의 일몰을 기다렸는데, 이 때 마침 타임랩스 동영상 생각이 나더군요.
- 인터벌촬영/타임랩스 설정 -
- 촬영 간격 / 이미지 수 설정 -
여행 때 휴대하는 작은 미니 삼각대에 E-M1 Mark II를 고정한 후 메뉴의 '인터벌 촬영'을 선택한 후 촬영 간격과 이미지 수를 설정했습니다. 간격은 약 3초, 이미지 수는 300매로 설정하니 총 900초, 15분간 촬영이 이뤄집니다. 설정이 끝난 후 촬영 화면으로 돌아와 셔터를 누르면 정해진 간격에 따라 자동으로 셔터가 열립니다. 남은 것은 기다렸던 노을을 뷰파인더가 아닌 눈으로 직접 감상하며 간만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죠. 3박 5일 싱가포르 여행에서 맞는 첫번째 여유라 그런지 더 없이 달콤했습니다. 이제 해가 진 후 서울로 돌아가도 여한이 없겠다 싶을 만큼.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카메라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철컥, 철컥' 묵묵히 사진을 찍어 댔습니다.
- 타임랩스 동영상 설정 -
- 동영상 해상도, 프레임 수 설정 -
설정한 수만큼 사진이 촬영된 후 카메라가 이미지를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편집합니다. 해상도와 프레임 수는 촬영 전에 설정할 수 있는데, 최대 4K(3840 x 2160) 해상도를 지원합니다. 다만 해상도에 따른 프레임 수 제한이 있어, 4K에선 5fps, Full HD에선 5/10/15fps의 세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4K 촬영이 가능한 E-M1 Mark II의 경우 아무래도 일반 동영상과 함께 활용하기 위해 4K 동영상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 터라 5fps 동영상만 만들 수 있는 게 아쉽습니다.
카메라에서 생성된 타임랩스 동영상 (E-M1 Mark II | 299매 | 1920 x1080 | 15fps)
카메라에서 생성된 타임랩스 동영상 (E-M1 Mark II | 199매 | 1920 x1080 | 15fps)
촬영 간격과 총 이미지 수만 설정해 주면 카메라가 알아서 사진을 척척 찍어대고, 완료 즉시 영상으로 편집까지 해 주는 똑똑한 기능입니다. 평소 타임랩스 동영상을 동경하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별 어려움 없이 그럴듯한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기능이고요. 다만 영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몇 단계를 더 거치면 효과적인데, 첫 번째로 이미지 비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4K, Full HD 동영상의 비율이 16:9, E-M1 Mark II의 시네마 4K 규격은 17:9로 촬영되는 만큼, 타임랩스 촬영을 하기 전에 사진 비율을 16:9로 변경하면 완성된 영상이 더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또 하나, 이미지 '보정'을 해도 좋겠죠.
이 날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촬영한 타임랩스 영상은 충분히 마음에 듭니다만, 노출과 색감을 좀 더 다이나믹하게 바꾸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인터벌 촬영한 299장 그리고 199장의 원본 이미지가 메모리 카드에 남아있기 때문에, 이 사진을 보정해서 영상 보정 효과를 내 보기로 합니다.
인터벌 촬영한 299장의 이미지를 라이트룸으로 불러와 노출을 더 밝게, 색은 더 선명하게 보정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을 299장 이미지 전체에 적용합니다.
4K 타임랩스 동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이미지를 잘라냈습니다. 기존 인터벌 촬영은 일반 사진과 같은 3:2 비율로 촬영돼 16:9 비율로 재생할 경우 좌,우에 여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에서 E-M1 Mark II로 촬영한 시네마 4K 규격에 맞춰 이미지를 4096 x 2160의 17:9 비율로 잘라냈습니다. 이 것 역시 299장의 이미지에 일괄로 적용합니다.
이렇게 299장의 인터벌 촬영 이미지를 원하는 규격에 맞게 만들어낸 후 다시 JPG 이미지로 저장합니다.
다음은 4K 타임랩스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
동영상 편집 툴을 사용해 앞서 보정한 299장의 이미지를 불러와 이어 붙입니다. 해상도는 4K 4096 x 2160으로, 프레임 수는 24fps로 설정했습니다.
개별 이미지 재생 시간을 설정하면 프레임 수, 영상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1초간 재생되는 이미지 수가 초당 프레임 수(fps)가 되겠죠. 300장의 이미지를 30fps로 변환하면 약 10초간의 타임랩스 동영상이 됩니다.
저는 초당 12매, 12fps로 이미지를 연속 배치해 약 24초의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아래는 이미지 보정과 비율 조정으로 완성된 시네마 4K 규격의 타임랩스 동영상입니다.
명부와 암부를 고루 밝게 보정한 이미지는 원본 영상의 칙칙함이 어느정도 보완됐고, 화면 비율을 영상 규격에 맞추니 위, 아래를 잘라냈음에도 좀 더 넓어 보이는 느낌입니다.
12fps 동영상은 카메라가 자동 제작한 15fps 동영상에 비해 움직임의 부드러움은 다소 떨어집니다. 좀 더 물 흐르는 듯한 동영상을 제작하고 싶다면 동영상 편집 툴에서 다시 이미지 재생 시간을 조정해 24 / 30fps 혹은 그 이상의 프레임 수를 설정하면 다른 느낌으로 연출될 것입니다.
실로소 해변에서 촬영한 두 번째 영상도 같은 방법으로 보정해 역시 4K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라이트룸과 동영상 편집 툴을 거치는 과정은 같습니다만, 인터벌 촬영 중 카메라 앞을 가려 노출이 튄 이미지들을 삭제했습니다. 원본 영상에서 화면이 갑자기 밝아저 '번쩍'하며 튀는 현상이 있었죠.
그렇게 총 199장의 이미지 중 일부를 제거하고 만든 4K 동영상은 아래에 있습니다.
이미지 보정을 통해 노을을 좀 더 붉게 표현하고, 노출이 튄 몇 프레임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완성도 높은 타임랩스 동영상이 됐습니다. 붉은 노을이 지며 파랗게 어두워지는 해변의 밤 역시 잘 표현됐네요.
인터벌 촬영 기능을 통한 이미지 연속 촬영과 카메라에서 자동 생성하는 타임랩스 동영상, 원본 이미지 활용까지. 올림푸스 카메라의 인터벌 촬영/타임랩스 동영상 관련 기능은 설정이 간편하고 부가 기능 지원이 좋아서 여행용 카메라로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입니다. 돌아와서 꺼내볼 때마다 그 순간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것이, '압축의 미학'이라 부를만 하죠.
마지막으로 그동안 사용했던 올림푸스 카메라로, 그간의 여행에서 촬영한 타임랩스 동영상을 덧붙입니다. 기종은 서로 다르지만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의 타임랩스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간접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프라하, 체코 -
- 단수이, 대만 -
- 서울, 대한민국 -
생동감 넘치는 동영상도 좋지만, 수십 분의 시간을 짧은 순간에 압축해 감상하는 타임랩스 동영상은 여행의 또 다른 특권이라 부를만 합니다.
앞으로도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는 동안은, 그리고 여행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한, 두 장면의 감동은 이렇게 타임랩스 동영상으로 남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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