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다녀온 속초 기록을 이제야 열어봅니다. 도착하자마자 찾은 곳은 매자식당. 예전에 방문했을 때 추천 받은 곳이었는데 시간이 없어 방문을 하지 못했었죠. 그게 아쉬워 이번엔 여기부터 갔습니다. 동명동의 얕은 언덕에 있는 식당. 그사이 꽤 유명한 곳이 돼 점심시간엔 줄을 설 정도로 붐볐습니다. 속초에서 강원도 전통 음식이 아니라 베트남 음식을 먹으려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주문한 음식은 쌀국수와 분짜. 기본세트(?)라죠. 강원도라 그럴까요. 안 그래도 담백한 쌀국수가 이집에선 더 맑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쌀국수가 호불호가 강한 음식은 아니지만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속초식 쌀국수 같달까요. 속초에서까지 쌀국수를 먹어야 할까,라는 생각 반대편에 있던 기대에 부응할만큼 ..
일주일간의 터키 여행에서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낀 연말에 어딘가로 떠나야겠다 싶어 출국 사흘 전에 티켓을 끊고,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비행기를 탔죠. 오죽하면 비행기에 타기 전까지 숙소도 없었고, 주머니엔 단돈 35유로와 체크카드뿐이었습니다. 그래도 평소 말하는 '떠나면 어떻게든 되더라'는 말대로, 무사히 다녀왔고 충분히 즐겼습니다. 모처럼 사진 욕심을 잔뜩 낸 여행이었습니다. 카메라를 세 대, 렌즈는 일곱 개나 챙기고 삼각대도 매고 다녔습니다.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라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그래도 수가 워낙 많으니 매일 녹초가 돼서 숙소에선 옷도 못 벗고, 양치도 못하고 잠들기 일쑤였어요. 그래도 그렇게 바쁘게 보낸 결과, 짧은 시간동안 터키 이스탄불과 카파도키아의 여러 매력을 발견할..
바다보고 가요,그러려고 왔어요. 요즘들어 긴 여행보단 짧은 나들이를 즐기고 있습니다. 초여름이었던가, 아침에 일어나 문득 바다가 생각나 강릉으로 달려간 것을 시작으로 제주와 남해, 인천 등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이삼일간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다 돌아오는 식입니다. 그 중에서도 강원도가 새로운 풍경과 여유로움이 있어 즐겨 찾는 곳이 되었죠. 바다가 있고, 바다도 있고, 또 바다까지 있으니까요. 얼마 전엔 가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쉬웠던지, 겨울이 이만큼 다가온 것이 반가웠던지 아침에 속초행 버스를 탔습니다. 강릉은 이제 제법 편한 곳이 됐지만 속초는 마음 먹고 가 본 적이 없어 강릉과 멀지 않은 곳임에도 기대가 되더군요. 함께 고민했던 양양은 다음을 기약하면서. 그렇게 세 시간쯤 뒤에 속초 터미널에 도착했..
오랜만에 전하는 소식입니다.러시아 모스크바 여행 이야기가 기아자동차 사외보 DriveKIA 2018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블로그와 브런치,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출간 등 제 인생의 다양한 이벤트를 안겨 준 여행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한 번 그 겨울 도시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적으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모스크바를 여행하며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을 글과 사진으로 정리했습니다. 원고 작성 후 사진을 고르며 잠시나마 다시 겨울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그 날 오후를 모두 사진을 돌아보는 데 보냈는데, 그렇게 추린 사진들과 매거진 측에서 고른 사진들을 비교해보니 역시 사람들 보는 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배치된 푸시킨 저택 사진과 붉은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은 제가 가장 ..
이번 부산 여행의 새로운 발견 중 하나는 해운대 원조 할매 국밥집이었습니다. 둘째날 아침 식사 메뉴를 검색하던 중 해운대 시장 근처에 있는 이곳을 발견했는데, 제 입장에서는 믿고 거르는(?) 삼대천왕 출연 식당이지만 '48년 전통'이라는 수식어를 믿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사실 근처에 비슷한 간판의 국밥집이 늘어서 있어서 제대로 찾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끓고 있는 빨간 국물을 보고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벽마다 가득한 낙서와 테이블, 메뉴판, 창틀 하나하나가 이 국밥집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벽에 붙은 방송 출연 장면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네요.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후라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소고기국밥과 선지국밥이 대표 메뉴인데, 저는 소고기국밥을 주문했습니다. 물론 곱배기로. 가격은 일반 ..
몇년 전 겨울 해운대를 찾았을 때, 해수욕장 주변으로 화려한 조명이 펼쳐졌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 났는데, 해마다 연말연시 시즌에 열리는 해운대라꼬 빛축제더군요. 운 좋게도 제가 부산에 닿기 이틀 전부터 2017 해운대라꼬 빛축제가 시작해 둘러보고 왔습니다. 해운대역부터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구남로와 해운대 전통시장, 애향길 등 해운대 번화가 일대에서 열리는 해운대라꼬 빛축제는 화려한 조명 장식으로 크리스마스-새해로 이어지는 연말 연시 분위기를 돋우는 축제입니다. 올해는 12월 1일에 시작해 내년 2월 18일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저녁 식사 후 산책하듯 가볍게 둘러볼 수 있으니 부산 겨울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들러보셔도 좋겠습니다. 해운대 시장의 먹거리와 언제든 들을 ..
부산 겨울 여행 - 바다가 보이는 동네, 흰여울 문화마을 풍경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
2017. 12. 7.
-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 부산 흰여울 문화마을 - 지난 주말, 짧은 일정으로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여름부터 시작한 원고가 끝난 것을 기념하는 자축(?) 여행이었는데, 그동안 갇혀있던(?) 답답함을 풀고 오랜만에 맘껏 즐기고 사진도 찍고 왔습니다. 마침 손에 있는 카메라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I를 챙겼는데,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덕분에 여행 짐이 가벼워서 좋았습니다. 14-42mm F3.5-5.6 표준줌 렌즈 조합은 코트 주머니에도 들어갈 정도로 작아서 부담없이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작은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바다가 보이는 동네, 부산 영도 흰여울 문화마을 보수동에서 탄 택시가 영도 대교를 건너 흰여울길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기사님은 부산에서..
- 해운대, 부산 - 지난 사진을 들춰보니 2년만이었습니다. 약 5개월간 연재한 여행기를 마무리하던 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역시나 여행이었습니다. 매주 하나씩 글을 쓰며 늘 여행을 생각했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떠났고,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지런히 다니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지난 5개월의 글이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역시나 여행이라기엔 너무 짧은 시간. 그래도 돌아와 커피 마시며 사진들을 보니 여행의 연장선 위에 있는 듯 즐겁습니다.이번 포스팅의 사진들은 1박 2일의 짧은 부산 여행에서 남은 기록들입니다. 그래도 나름 보기 좋은 것들을 추려낸 것이지만, 통 여행을 하지 않은 눈과 손이 역시나 무뎌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 신라스테이..
24개월, 365일.일직선으로만 흐르는 시간을 그저 편의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꼭 그 틀에 맞춰 시간이 흐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시간, 계절에 같은 이름을 붙여 똑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꼭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온 것 처럼. 내내 잊고 있다가도,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저도 모르게 이곳이 떠오릅니다.그날도 오늘처럼 매서웠고, 그래서 다녀온 후 며칠동안 열병을 앓아야 했었지만, 그 기억이 겨울이면 으레 이 곳으로 발길을 이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그날처럼 매서웠던 2월의 어느날, 두물머리에 다녀왔습니다. 실컷 걷고 또 찍고 싶은 날 찾게되는 곳입니다. 양수역에 내려 일부러 두물머리까지 걸어갑니다. 약 2.4km의 상당한 거리인데, 상점들이 즐비한 대로 뒷편으로..
점심을 먹기에는 이미 늦은 시각, 하지만 서울 못지 않게 차가웠던 동유럽 겨울 공기에 헛헛해진 속을 달래고자 카페에 들어섰을 때, 무척이나 멋진 실내 장식과 사람들의 옷차림, 여유로운 표정에 백년쯤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습니다. 근사한 프라하 시민 회관 1층에 자리한 이 카페는 커피 한 잔과 케이크 값인 수백 코루나를 놓고 오기에 어딘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 가격에 이런 황홀한 시간 여행을 했다는 것이 고마웠달까요. 아쉽게도 이 카페를 발견한 것은 공항으로 돌아가기 두시간 전이었고, 때문에 더 아쉽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프라하 시민 회관 카페 - Kavárna Obecní dům- 건너편에 보이는 우아한 건축 양식의 건물이 프라하 시민 회관(Obec..
그것은 아마도, 여행이 절정에 이른 순간 겨울의 프라하 여행이 봄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내심 눈으로 덮인 낭만적인 풍경을 기대했지만 출발 전 확인한 예보에는 눈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재회'에 의미를 두고 떠난 여행. 하지만 도시는 변함없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봄 못지 않은 절정의 순간을 제게 남겨 줬습니다. 여행을 하나의 선으로 그린다면 이 탑 위에서의 짧은 시간은 단연 가장 높이 솟은 정점일 것입니다. 수많은 프라하의 전망대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그 감동만은 어느곳 못지 않은 곳입니다.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카렐교는 프라하성, 구시가광장과 함께 체코 프라하의 대표관광지입니다. 약 700년 전 강에 의해 좌,우로 나뉜 프라하 시를 이은 첫번째 다리로 역사적..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동화 속 도시를 한 눈에 담다 "그옛날 이 성에 머물던 성주(城主)는 이 풍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 올라 한바탕 사진을 찍고나서 비로소 눈으로 발 아래 도시 전경을 바라보다 든 생각입니다. 중세 유럽에선 체코의 모든 풍경이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테니 지금의 나처럼 감격적이지는 않았겠지 싶다가도 우아한 블타바의 고선이며 햇살 가득 받은 주황색 지붕의 건축물들에 마음을 뺏겨 분명 그들도 가끔 나처럼 이렇게 숨 멎을만큼 벅찬 순간을 느낀 적이 있을거라, 그냥 그렇게 믿기로 합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의 1박 2일, 여행의 장면을 선으로 그린다면 그 최고점은 당연 체스키 크룸로프 성 전망대에 올랐던 이 순간이 될 것입니다. 딱히 지도를 첨부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