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눈 닿는 모든 곳에 가득한 가을 꽃 언젠가 꼭 함께 오자던 약속이 생각나 감동에 젖었던 순간 가을은 이제 시작이고 기적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EOS-5D Mark III + Tamron 24-70mm F2.8 Di VC USD@ 구리 한강 시민공원
그녀와 나의 늦은 소풍을 시샘했던지 아니면 먹다 남은 무엇이라도 기다리고 있던건지 한참을 소리 없이 지켜보던 녀석 문득, 궁금했다 우리마저 떠난 이 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견뎌낼지 사실은 우리한테 무언가 주기를 바랬던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Fujifilm X100 @ 어린이 대공원
너와 나 손과 손 마음과 마음 함께 한다는 건 기쁘거나 즐겁다는 말 따위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감동
시간이 갈 수록 길어지기만 하는 널 기다리는 내 그림자.
마지막 남은 가을의 조각이 화려했던 계절의 살점이 이제 다 떨어져버려 색 잃은 풍경만이 가득한 도시 시간은 참으로 무정하기도 하지 다가오는 이에게만 너그러우니 말야.
창가에 소담스럽게 세운 저 작은 집들 햇볕 잘 드는 저런 곳에 집짓고 사는, 저 집 주인들은 얼마나 행복할지.
우리의 대화가 끝난 후, 그리고 떠난 뒤 헝클어진 저 자리만이 오늘의 우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웃고 울고 떠들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부터 간직하는 이로 태어난 고마운 존재여.
가린다고 가을햇살이 들어오지 않겠어? 외면하는 척 한다고 마음이 너로 젖지 않겠어? 마음이란 건 햇살처럼 모든 방향에서 나로 내리쬐는 것.
이렇게 금빛 가을 햇살 쏟아지는 날엔, 버스가 왠지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될 지도 모르지.
가을엔 하늘이 두 개라 종일 눈을 뗄 수가 없다.
풍요, 나른, 사랑, 행복, 따스함, 햇살, 화려, 상쾌함. 어떤 좋은 단어들을 붙여도 좋을 행복한 가을 오후.
행복이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어느 눈부신 가을날, 그 햇살보다 눈부신 행복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