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누구라도 와서 쉬었다 가세요, 마음껏 감탄하고 즐기다 가세요.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허전함. 하고 싶은 얘기들, 걱정하는 것들. 모두 다 터놓고 가세요. 나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아요. 그 날의 가을바다는 모든 것을 품어줄 듯 넓었다.
아무리 단단한 끈을 많이 꼬아 묶더라도 신경쓰고 보살피지 않으면 한 올 한 올 풀려 끝내 끊어져 버린다, 묶임의 반대말은 풀림이기에, 애초부터 한 몸이 아니었기에. 그대와 나를 묶고있는 끈은 얼마나 단단할까.
열정이 있는 사람은 그 생김과 상관없이 아름답다, 차가운 아침바람을 가르는 열정을 가진 저 사람은 멀리서 실루엣만 보아도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다.
빛이 쏟아지는 바다, 황금을 가득 머금은 듯 찰랑인다.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더 아름다운 황금.
누군가는 사랑을 속삭이고, 고민을 터놓기도 하며 맘껏 화를 내다가 아예 울기도 한다. 어색한 미소만 흐를 때도 있고 말 없이 서로 바라보기만 하는 애틋함, 때로는 혼자 말 없이 앉아 그저 차 한잔을 즐기다 떠나기도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은 그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 우리는 그냥 '한가로운 카페의 풍경'이라고만 해버리고 만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파랑" 바로 이날의 바다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바람이 너를 쓰다듬는다, 나를 어루만진다. 가을 섬의 바람은 누구에게나 가장 부드러운 그 혹은 그녀의 손길이 된다.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 그리고 언제나처럼 바다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길에서 보면 얼굴 한 번 훑어보고 지나칠텐데도 이곳에선 밝게 웃으며 힘차게 손을 흔들게 된다. '안녕하세요~~~' 바다 덕분인지, 다들 이상하게 깨끗해진다.
겨울이면 더 그리운 것들이 바다, 하늘, 바람, 사람. 그 모두가 녹아있던 지난 섬 여행은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그립다. 겨울바다는 또 다른 느낌이겠지? 오늘처럼 이유없이 답답한 날이면 더 그리운 비어있는 듯 가득 찬 바다.
봄에는 상쾌함 여름엔 시원함 가을엔 화려함 겨울엔 아련함 언제든 좋지 않은 날이 있겠어, 상쾌한 아침의 바다, 하늘, 구름. 즐거운 하루 되세요, Have a nice day!
늘 고개를 들어 올려만 보던 것들을 내려다 보는 느낌, 생각보다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에 새삼 놀라며, 뭔가 달라질거라 기대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구름을 보면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야.
네가 왔다 가는 것, 아니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상관없다. 흘러가는 물은 다시 알아 볼 수 없는 것처럼 이곳을 흘러가는 사람들도 그저 이 잔잔한 풍경 중의 하나일 뿐. 바다, 바람, 빛 모든 것들은 한순간도 같지 않지만 풍경은 한결같은 이 항구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