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사방에 축복이 가득한 가을길, 손도 잡고, 즐거운 얘기도 나누면서, 그리고 가끔 마주보고 웃으며 그렇게, 같이 걸을까?
계절이란 게 참 공평해서,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까지 똑같이 물든다. 이제는 붉은 빛 가을이 땅 전체에 물들고 있다.
떨어진, 떨어지고 잊혀진, 떨어지고 잊혀져 슬픈 한 때는 생명으로 가득했던 존재들.
무엇을 위해서 이 숨막히는 도시에 살고 있을까 조금은 더 여유있게 살아도 좋을텐데
계절도 계절을 타고 온 가을 바람도 가을 바람에 날려가는 구름도 그렇게 그냥 흐르기만 한다. 너 없이 지나는 시간도 그렇게, 한없이.
떨어진 낙엽이 슬픈지 어딘가 간절한 소녀의 뒷모습 아직 소녀는 가을이 낯설고 신기하다.
창문 가득 맺힌 가을비의 운치, 이제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기다리는 일이 남았다.
하늘, 구름 그리고 바람. 가을은 마냥 즐겁다.
어둠이 깔리면 잊혀질 존재들이여, 아직 빛이 남아 있을 때 그 아름다움을 뽐내어라.
하늘이, 바람이, 꽃과 별빛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작은 내 손에 앉다. 코스모스 꽃잎에 가을 내음이 가득하다.
가을하늘 반에, 억새 반. @ 하늘공원
어디로 간걸까, 너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당신의 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