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우리의 대화가 끝난 후, 그리고 떠난 뒤 헝클어진 저 자리만이 오늘의 우리를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웃고 울고 떠들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부터 간직하는 이로 태어난 고마운 존재여.
갑자기 떨어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에 어깨보다 마음이 먼저 젖어오는 오늘은 가을, 그리고 금요일
가린다고 가을햇살이 들어오지 않겠어? 외면하는 척 한다고 마음이 너로 젖지 않겠어? 마음이란 건 햇살처럼 모든 방향에서 나로 내리쬐는 것.
이렇게 금빛 가을 햇살 쏟아지는 날엔, 버스가 왠지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될 지도 모르지.
걷다보면 마주치는 끝도 없이 모두 다 다른 사람들, 그리고 저마다 다른 표정과 생각들. 매일 우리는 무슨 생각들을 그렇게 많이 하며 살까.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있어보고 싶은데
가을엔 하늘이 두 개라 종일 눈을 뗄 수가 없다.
풍요, 나른, 사랑, 행복, 따스함, 햇살, 화려, 상쾌함. 어떤 좋은 단어들을 붙여도 좋을 행복한 가을 오후.
행복이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어느 눈부신 가을날, 그 햇살보다 눈부신 행복을 바라보며.
결국 다 떨어진다, 결국 다 잊혀진다, 결국엔 다 사라져버린다.
끝도 없는 햇살이 강 위로 한 없이 떨어지는 계절
가만히 웃으며 바라보는 행복, 나를 가득 채운 욕심이 사라지는 이 순간. 행복이란 아마도, 이런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온 땅이 가을꽃으로 가득찬 어느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