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무척 적당했습니다(?). 근처에 늘 있으면서도 그 유명한 망리단길을 이제서야 가 본 뒤 기세를 이어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도 가 보았습니다. 망원역 근처에 있어서 망원점일 줄 알았는데, 서교점입니다. 동교동에서 근처에 있는 줄 알고 지도를 보며 걷다 곧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시끌벅적한 망리단길과 망원역 인근을 지나 골목길에 들어서니 삽시간에 고요해졌습니다. 망원동은 이런 매력인가보다, 생각하며 조금 더 걸으니 정원이 있는 근사한 건물이 보입니다. 입구에 있는 작은 간판을 유심히 보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뻔했습니다. 얼마 전 제주에서는 아예 근처를 몇 바퀴 돌며 헤맸었죠. 폐공장을 그대로 사용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합정점, 거기에 제주만의 여유를 더한 한림점, 좁고 복잡한 길 사이에 끼어 어쩐지 맞..
제주행을 준비하며 풍경이나 날씨 못지 않게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워낙에 제주 맛집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데다-정체성 없는 SNS용 볼거리 음식이 많았지만- 육지와는 다른 섬의 이색적인 맛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경험한 제주 음식들은 대부분 제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모 유명 셰프가 극찬했다던 전복 잔뜩 올린 물회는 회식 때 갔던 간판만 포항인 홍대 음식점보다 맛이 없었고, 돈코츠 라멘에 없는 그 무엇을 기대했던 고기 국수는 면과 고기, 국물이 이렇게나 따로 놀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3500원짜리 황금향 주스보다 나은 음식이 흔치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음식이라고 하긴 뭣하지만 제주에서 맛 본 것들 중 가장 만족했던 것은 '빵'이었..
오랜만에 새 시계를 구매했습니다. 사실 가장 좋아하는 노모스 탕겐테를 구매한 후에는 시계 욕심이 사라졌고, 애플 워치를 사용하고 나서는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수명을 다 한 애플 워치 1세대를 방출하고 데일리 워치로 찰 새 시계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제 나이 남자들이 열망하는 롤렉스나 IWC 워치들은 제 사정에 맞지 않기도 하고 편하게 굴릴 시계를 우선으로 찾았습니다. 기준은 수동, 38mm 이하, 줄질이 편할 것. 그리고 얼마 후 바젤 월드 사진을 보며 해밀턴 카키 필드 메카니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해밀턴 카키 시리즈는 군용 시계를 보급하며 기술력과 이름을 알린 해밀턴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로 1940년 이후 꾸준히 제품이 발매돼 왔습니다. 그 중 이번에 발표..
나이키 드로우 첫 당첨 - “The 10: 나이키 에어맥스 97 OG x 오프-화이트 멘타“
2018. 10. 19.
얼마 전부터 스니커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마니아들처럼 최신 트렌드의 패션 아이템을 구비하고 그에 맞춰 고가의 신발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의 신발 예찬을 엿보는 것이 퍽 즐거워서 유튜브 채널 등을 챙겨 보고 있어요. 그 중에는 20여년 전 중,고등학생 시절 제가 갖고 싶었던 운동화가 여전히 있더군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레 저도 멋진 신발을 하나 구매하고 싶어졌고, 온라인 라플에 간간히 응모하며 기대를 가져 보았습니다. 결과는 물론 탈락, 탈락, 탈락. 애초에 큰 기대가 없었으니 그다지 서운할 것도 없었지만, 온라인에 올라온 사람들의 ‘당첨 인증’을 보며 부러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도 운 좋게 첫 번째 당첨 기회를 얻었습니다. 나이키-오프 화이트 콜..
합정-상수에 있는 앤트러사이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입니다. 신발 공장이었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특유의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지만 일단 커피 맛이 제 취향과 가장 잘 맞아서 좋아하는데, 제주에 마침, 그것도 숙소 근처 한림에 앤트러사이트가 있다고 해서 모닝 커피를 마시고 왔습니다. -사실은 보말 칼국수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어요- 내비게이션을 찍고 갔는데도 목적지 앞을 몇 번이나 지나친 후에야 겨우 카페 위치를 찾았습니다. 건물 입구를 식당과 같이 사용하고 있는 데다 길가에 표지판 같은 것도 없어서 도통 카페 건물로는 보이지 않는 폐공장을 알아채고 들어서기엔 제 내공이 부족했습니다.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아침 식사에 실패하고 카페에 도착한 시간이 아홉시 반 조금 넘은 시각이라 오..
섬에 간 김에 맛있는 섬 음식이나 실컷 먹고 오자고 했지만 도착하자마자 제주 음식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감했고 끼니보다는 커피와 빵을 찾게 됐습니다. 하루 두 번 이상은 꼭 카페를 들러서 어느새 카페투어가 되어버린 제주 나들이. 볼스카페는 그 중에서 기억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중문 해수욕장과 멀지 않지만 도로변 외딴 곳에 홀로 있는 이 카페를 우연히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제주 카페들을 검색하다 발견하게 됐고요. 허름한 건물은 귤 창고를 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2층짜리 건물인데 2층은 빵공장, 말 그대로 손님은 입장할 수 없는 곳이고 1층이 카페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러시아가 연상되는 이름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러시아였다면 Kafe가 아니라 кафе 였겠..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방에서의 가죽공예 수강을 잠시 멈추게 됐습니다. 약 4개월간 수강하며 몇 가지 소품들과 가방을 제작해 보았는데, 앞으로 당분간은 여태까지 배운 기초 지식을 토대로 짬 날 때마다 독학으로 익혀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죽 공예 도구들을 하나씩 장만하고 있습니다. 작업보다 장비 사는 게 더 재미있는 걸 보니 저는 역시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처음으로 영입한 것은 목타, 손 바느질을 좋아하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구였고,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목타의 경우 아주 저렴한 가격부터 날 하나에 수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품까지 다양하더군요. 처음엔 적당한 가격대의 입문용 도구로 시작해 보라는 조언이 많았지만 목타만은 오래 쓸 제품으로 사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목타-스티치 완성..
이번 가죽공예 제작 소품은 여권 슬리브입니다. 여행 때 사용할 여권 케이스를 언젠가 꼭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지난 번 시계줄을 만들고 난 후 다시 지갑 혹은 가방 만들기에 도전해 볼까 하다 이번에 여권 케이스를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여행부터 쭉 함께할 녀석입니다. 여권 케이스는 일반적으로 반으로 벌어지는 지갑 형태를 많이 제작하지만 직접 사용해 본 바 입/출국 수속시에 어차피 케이스에서 꺼내야 해서 편하게 넣고 뺄 수 있는 슬리브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거기에 탑승권, 그리고 면세점에서 사용할 신용 카드를 수납할 수 있는 주머니를 다는 것이 디자인의 틀이었습니다. 덧붙이는 포켓은 두께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 카드를 끼우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어언 4개월차고, 가방까지 한 번 만들어 보니 ..
가죽공예를 배운지 벌써 넉 달 가까이 됐습니다. 열 다섯 번 여의 수업 중 절반이 가방 제작에 소요돼서 제작한 제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전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소품들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즐겁게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걱정보다도 더 손재주가 없다는 사실도 깨달아가면서요. 최근에 완성한 것은 시계줄입니다. 두 달에 걸친 가방 제작 끝에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소품류를 고른 것인데,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오래 걸렸습니다. 지난 포스팅에 시계줄 제작기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가죽공예 다섯 번째 습작 - 시계줄 만들기 크롬 레더를 사용했던 가방 제작과 달리 이번에는 대표적인 베지터블 레더인 푸에블로를 사용했습니다. 질감도 보다 고급스럽고, 시간이 지나며 태닝되는 맛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모든 것..
약 두 달 만에 첫 번째 가죽 가방 제작이 끝났습니다. 실수가 많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감도 붙은 덕에 마음 같아서는 바로 다음 가방 제작에 들어가고 싶지만, 몇 주간은 숨 돌리며 그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소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 중 이번에 만든 건 가죽 시계줄입니다. 제작을 앞두고 새로운 가죽을 구입했습니다. 가방 제작에 사용한 베이지색 소가죽과 녹색 버팔로 가죽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이번에는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해 제작해 보고 싶었거든요. 몇 달간 가죽을 만지다 보니 제 취향엔 베지터블 가죽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방 제작 내내 시달린 엣지코트의 어려움도 원인 중 하나고요. 수업 전 신설동 가죽 시장에 들러 가죽을 구매했습니다. 이번엔 미리 점 찍어 둔 푸에블로 가죽, 색상은 네이..
9월이 됐고, 거짓말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옵니다. 가을입니다.지독한 더위를 핑계로 집에 놓아뒀던 카메라를 매일 챙기느라 요즘 전보다 가방이 무거워졌습니다. 다른 해보다 특별한 계절이 될 이번 가을에는 조금 더 촘촘하게 일상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아침부터 하늘이 근사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구름도 꼭 그림 같아서 사진 찍기에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점심때가 채 되기 전부터 어디서 노을을 감상할 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혜화에 있는 낙산 공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혼자 사진 찍으러 많이 다닌 곳이었는데, 이화마을을 외국인 관광객들이 채우고 난 후로는 발길을 끊게 됐습니다.마음이 급했는지 낙산 공원 입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네 시, 해가 지기 전까지 오랜만에 이화 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습니..
연남동에 있는 이 작은 가게는 손바닥만한 간판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걸려 있을 뿐입니다. 창은 크지만 반사 때문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식당인지, 카페인지 알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종 앞을 지나면서도 뭐 하는 곳인지 몰랐죠. 뒤늦게 연남동 식당을 검색하다 일본식 돈카츠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방문해 보니 그동안 서울에서 먹었던 돈카츠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더군요. 독립카츠는 내부가 무척 작습니다. 좁은 공간에 테이블을 욱여 넣어서 가게 안에서 이동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테이블은 인원 수대로 정확히 정해져 있어서 여유있는 공간에 앉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저녁 시간을 앞둔 늦은 저녁에 방문해 대기 없이 바로 입장했지만 이야기를 들으니 대기도 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