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녀온 용산 이치젠 덴푸라메시의 후기입니다. 최근까지 튀김과 밥을 함께 먹는 것을 이해할 수 없던 제게는 여전히 생경한 메뉴지만 일반적인 튀김덮밥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텐동을 주메뉴로 하는 이치젠 본점은 망원동에서 꽤 인기있는 집이라 저도 몇 번 방문에 실패했는데, 여긴 그래도 대기가 길지 않더라고요.
위치는 남영동으로 숙대입구역에서 가깝습니다. 조용한 골목에 있는데, 주변과 다른 일본 식당 외형의 건물이 눈에 띕니다. 이때는 11월이었고, 일곱시쯤 방문했을 때 대기가 4-5팀 정도 있었습니다.
이치젠 망원점과 달리 이곳은 갓 튀긴 튀김을 반찬삼아 밥을 먹는 정식 스타일의 식당입니다. 네 가지 기본 정식이 있고 여기에 사이드 메뉴 그리고 철마다 다른 제철 재료 튀김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 기본 정식은 튀김의 종류와 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이날은 첫 방문이라 기본 메뉴인 이치젠 정식,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 바질 토마토를 주문했습니다.
ㄷ자 형태의 바 타입 좌석에 둘러 앉아 주방에서 튀김을 튀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갓 튀긴 튀김이 덮밥에 있는 눅눅한 튀김보다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텐동보다 이곳의 튀김 정식 방식을 선호합니다. 모자란 밥과 튀김을 편하게 추가할 수도 있고요.
기본으로 밥과 장국, 그리고 튀김과 함께 먹을 소스가 나옵니다. 간장 소스와 소금이 있는데 몇몇 튀김은 서빙할 때 찍어먹을 소스를 추천해 준 것이 좋았습니다.
온도와 시간에 민감한 메뉴인만큼 한 번에 모든 튀김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두,세 번에 나눠 튀김들이 앞에 있는 접시에 놓입니다. 물론 가급적 빨리 먹는 게 좋겠죠. 처음 나온 튀김은 새우, 꽈리고추, 연근, 당근 등.
갓 튀긴 튀김의 맛이야 뭐 두 말 할 필요가 없고, 마치 고구마처럼 단맛이 강했던 당근 튀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장/소금을 번갈아가며 먹는 소스와의 조화도 좋았고요. 새우살이 매우 탱글해서 이날은 새우가 가장 좋았습니다.
여기에 맥주까지 추가하면 그야말로 주변 사람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 혼자만의 식사 분위기가 완성됩니다. 마치 어느 미식가가 나오는 드라마처럼요. 튀김 하나하나 골라 먹으며 밥과의 조화를 느끼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온천 달걀은 밥에 비벼먹는 거라죠. 어쩔 수 없이 밥을 한 그릇 추가했습니다. 천원짜리 밥과 달걀만 추가해도 꽤나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간단한 메뉴지만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의외로 흔치 않죠.
사이드 메뉴인 바질 토마토는 '어떻게 이런 맛을 내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웠어요. 토마토를 화이트 와인에 재운 메뉴라는데 상큼함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메뉴라 식사 후 디저트로도 좋고 이것 자체로도 훌륭한 안주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했고, 다음 방문때도 주문할 예정입니다.
특유의 분위기와 정성이 느껴지는 음식 때문에 먹는 동안 스스로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퇴사 후의 후련한 마음까지 겹쳐서 기분 좋게 먹고 나왔고요. 다음에 또 스스로에게 무언가 선물하고 싶은 날 다시 찾으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