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맛집을 검색하면 늘 가장 상위에 나오는 집입니다. 중식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쯤되면 궁금해서 한 번은 가보게 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이 뭔가 묘해서 벌써 서너번은 다녀왔습니다.
사진은 아마 지난 연말때쯤인 것 같아요. 동네에서 저녁을 먹자 싶은데 당시에는 아홉시까지 영업 시간이 제한돼 있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죠. 이럴때 찾는 곳이 역시 중국집인가 봅니다. 이곳은 동네 중국집이라기엔 뭔가 어색하지만요.
이름을 재미있게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식을 하는 곳인데 메뉴 구성이나 음식의 디테일이 동네 중국집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짜장면도 짬뽕도 탕수육도 볶음밥도 다 있는데 맛이 익숙한 그것들과 조금씩 달라요. 사장님이 호텔 중식 주방장 출신이라는데 아마 그래서 좀 특별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날은 이집 시그니처 메뉴인 동파육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잡채밥을 시켰습니다. 가격도 동네 중국집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음식의 정갈함 그리고 호텔 주방장 출신의 메뉴라는 배경을 생각하면 먹어볼만 합니다.
먼저 동파육.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는 메뉴입니다. 짠 음식과 돼지고기 비계를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래도 이 동파육은 양념이 감칠맛있고 고기가 아주 부드럽게 잘 익었습니다. 그래서 고기만 먹기보단 함께 나오는 꽃빵과 함께 먹거나 공기밥을 추가해서 덮밥처럼 먹는 게 좋더라고요. 고기 외에 고사리가 들어 있는데 그게 인기가 많다더군요. 동파육 좋아하지 않는 제가 꽃빵에 밥을 추가해서 먹었으니 괜찮은 메뉴가 아닐까 싶어요.
반면 잡채밥은 큰 개성이 없었습니다. 재료 익힘 정도나 다양한 식감을 고려한 것은 맞는데 동네 중국집의 잡채밥을 그동안 좋아했던 이유가 무난한 맛 + 푸짐함이라서 그런지 이건 좀 서운했어요. 양이 적더라고요.
다른 날 방문해서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먹어봤는데 전반적으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메뉴들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풀어낸 느낌이었어요. 과한 단맛을 경계하고 재료의 식감을 살린 것이 괜찮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은 신맛이 강조된 맛이라 제 취향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전반적으로 고급 중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집이지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먹어 본 메뉴들이 찾아가서 먹을만큼 매력적이진 않아서 자주 가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음식이 깔끔해서 부모님 모시고 가 보고 싶긴 합니다.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은 차이니즈 레스토랑과 편한 동네 중국집 사이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이 집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