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텀을 두고 정리하는 리코 GR2의 기억. 2015년 출시 후 1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GR2는 매우 좋은 여행용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이후로 나온 GR3, 최근 출시된 GR4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화질, 성능이 좋아졌지만 GR 시리즈의 정체성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카메라가 스튜디오, 대형 인화용 기획된 카메라도 아니거니와 고속 AF, 연사 등을 기대하며 쓰는 사용자도 없을 테니. 가볍게 들고 다니며 마음에 드는 장면을 툭 툭 끊어 찍는 용도라면 GR2로도 충분합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도 예전 버전이 필름 GR과 가까워서 좋아하고요. 특히 제가 쓴 실버 버전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손에 없지만 언젠가 다시 구하게 될 것 같아요. 아래는 그간 정리한 GR2의 사용 후기입니다. 풀프레임 신봉자인 제가 이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난 이유 그리고 석 달간 함께 구르며 느낀 장단점들을 적었습니다.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1.주머니에 넣어 둔 카메라
2015년 출시됐으니 십 년이 됐습니다. 후속인 GR3가 2019년, 그리고 올해 가을에 GR4가 나온다고 하니 카메라로서의 수명은 끝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당시에도 빠릿빠릿한 카메라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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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2.가능한 한 고화질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2.가능한 한 고화질
GR 시리즈 최고의 장점은 휴대성입니다. 작고 가벼워서 자주 들고 다니게 되고 어디서나 꺼냅니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고요.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이 카메라는 지금같은 인기를 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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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3.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석 달간의 여행을 앞두고 중고 GR2 카메라를 구매한 이유는 '보험'이었습니다. 메인 카메라 라이카 Q2가 고장 나거나 혹 분실했을 때 쓸 카메라였죠. 크기가 작으니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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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4. 적당하고 절묘한 렌즈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4. 적당하고 절묘한 렌즈
리코 GR 시리즈의 렌즈 이야기입니다. 전원을 끄면 카메라 안으로 숨어 버리는 이 앙증맞은 렌즈는 쓸수록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과 일상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28mm 초점거리에 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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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5. 명과 암
이제와서 GR2, 리코 GR2 사용 후기 - 5. 명과 암
리코 GR2를 사용하며 휴대성 다음으로 만족했던 것은 의외로 야간 장노출 촬영입니다. 렌즈가 작은데도 높은 조리개 값에서 빛갈라짐이 예쁘게 표현되고 셔터 속도도 길게 설정할 수 있어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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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아닌 정서

새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때까지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이 주가 걸립니다. 유명 관광지와 인기 있는 식당들을 한 바퀴 돌고나서 여행지가 익숙해질 때 즈음, 정확히는 관광객 물이 빠지면서 도시의 진짜 아름다움이 눈에 보이거든요. 그때가 되면 카메라를 두고 다니기도 하는데 가방도 카메라도 없이 주머니에 손 찔러 넣고 다니면 진짜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GR 시리즈는 그럴 때 필요한 카메라입니다.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다닐 수 있거든요. 실제로 라이카 Q2는 종종 숙소에 두곡 나갔지만 GR2는 늘 재킷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찍은 장면이 좀 흔들리고 노이즈가 많아도 애착이 갈 수밖에요. 함께 한 정이 깊으니까.

단순히 '스냅 촬영에 좋은 카메라'라고 정리하기엔 아쉽습니다. 석달간의 배낭 여행동안 이 카메라는 가장 친근한 동반자였거든요. 심지어 늘 손에 있었던 아이폰보다도. 중요도를 따지면 당연히 아이폰이 높았습니다만 마음이 더 간 쪽은 GR이었습니다. 폰은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주 용도였지만 카메라는 오직 여행의 기록용으로만 사용해서 그랬나 봐요.
작고 가볍다는 것은 때때로 화질, 성능보다 더 큰 가치를 갖습니다. 제 경우엔 여행용 카메라는 언제나 휴대성이 첫 번째 조건입니다. 일단 손에 쥐어 본 다음에 화질, 성능과의 조화를 따지게 됩니다. 리코 GR 시리즈는 이쪽으론 발군입니다. 전처럼 독보적이진 않지만요.
달려들거나 또는 기다리거나

베니스에서 찍은 이 사진은 여행 사진들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빛과 그림자의 표현도 그렇지만 뱃사공이 어둠과 빛의 경계에 있는 순간을 담았을 때의 짜릿함을 다시 떠올릴 수 있거든요. 다리를 건너던 중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배가 그림자를 막 빠져 나오고 있었고 곧 다가올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난간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른손은 주머니에서 GR2를 꺼내며 전원 버튼을 눌렀고요. 자칫 놓칠뻔한 장면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거리 위의 장면들은 이렇게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빛나고 순식간에 사그라들죠.

이때 가지고 있는 카메라가 GR 시리즈라면 걷는 동안 주머니에 있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걸로 충분합니다. 빠르게 꺼내서 찍을 수 있으니. 그래서 스냅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는 거겠죠. 구동 속도가 좀 느리긴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습니다. 구닥다리 카메라에게 완벽을 요구하면 되겠어요?


이런 류의 스냅 사진들을 좋아한다면 다른 어떤 카메라보다 GR 시리즈가 좋습니다. 카메라의 스냅 모드를 사용하면 AF에 대한 걱정도 없어요. 구도만 보고 툭 툭 끊어내면 됩니다. 굳이 최신 GR4를 쓸 필요가 없죠.

반대로 오랫동안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멋진 형태를 만들어냈을 때, 어딘가에서 본 거리 사진을 떠올리며 좁은 틈으로 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렸습니다. 원하는 장면이 펼쳐질 때까지 십 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남자가 무심히 지나갈 때 셔터 위에 올려 놓았던 손가락에 연신 힘을 줬습니다. 이럴 때도 카메라가 작고 가벼운 것이 장점으로 다가 왔어요. 행인들의 시선에서도 자유롭거든요.
조용한 사냥꾼

이 카메라의 조용함도 칭찬합니다. 렌즈 셔터 방식이라 촬영할 때 셔터음이 거의 나지 않아요. 찰칵이 아닌 짤깍, 멀리서 들으면 샤각 혹은 찍 정도. 그래서 촬영에 부담이 덜합니다. 메인 카메라인 라이카 M은 철커덕 소리가 우렁차서 실내에선 특히 촬영을 망설이게 되거든요. 거리 위 사람들의 뒷모습을 즐겨 담는데 이 때 조용함이 큰 힘입니다.






금방이라도 날아서 도망갈 것 같은 새를 찍을 때도 유용했습니다. 반 발자국씩 조심히 다가가며 몇 장을 찍었는데 꽤나 접근할 수 있었어요.
한 번의 셔터 찬스

거리 사진을 길에서 동전 주우러 다니는 것에 비유하곤 합니다. 어딘가엔 분명히 몇 푼이나마 떨어져 있겠지만 그걸 찾기 위해선 많은 골목을 다녀야 하고 구석 구석 뒤질 수록 확률이 높아지죠. 이 때 몸이 가벼워야 합니다. 이런저런 틈까지 살피기 위해 허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꺾어야 하니까. 여행지에서의 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쉴 새 없이 걷고 눈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머리를 디밉니다. 한참을 길 한복판에 쪼그려 앉아 있을 때도 있어요. 이 때 카메라가 무거우면 지레 포기하게 됩니다.

수많은 셔터 찬스는 체력에 기인합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장면도 체력이 고갈되면 '그냥 가자.'하고 발길을 돌리거나 고개를 돌려 외면하게 되던데 카메라가 가벼우니 한 컷이라도 더 찍게 되더군요. 한 번 누를 것을 두어 번 더 누르게 되고요. 그렇게 찍은 것들 중에 남는 사진들이 꽤 됩니다. 스냅 사진에서 중요한 셔터 찬스 향상 스탯이 넉넉하게 붙은 카메라라고 하면 될까요?




망설임을 셔터로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용 카메라로서 GR2, GR 시리즈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카메라에 대한 평가는 함께 여행하기 전과 후로 갈릴 거예요. 단순히 장면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의 정서, 당시의 감상이 함께 담깁니다. 확언하는 이유는 십여 년간 함께 썼던 어떤 카메라에서도 같은 것을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카메라는 낯선 거리에서 빛나는 카메라입니다.




